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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5.12.31 11:12

[리뷰] '마카담 스토리' 인생은 불시착이라고 역설하는 수작

산업화로 도배된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불시착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프랑스 영화 '마카담 스토리'(감독 사무엘 벤쉬트리)는 지나간 세대의 마지막 정착지를 표현했다. 이 작품은 먼지만 가득한 공공아파트를 배경으로 만든 성인 동화다. 또한 산업화와 숫자로만 표현되는 현대사회를 비판하고, 헐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천민자본주의의 백태와 선악 관계를 과감히 거둬냈다.

영화 '마카담 스토리'(수입/배급: 씨네룩스)의 배경인 낡은 공공아파트는 1960년대 개발붐을 타고 도시 외곽에 지어진 저렴한 임대시설이다. 당장 자립이 어려운 북아프리카 이민자와 노동자들이 사는 곳이다. 이어 1990년대 중반까지 경제·문화 부국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프랑스의 민낯이다. 곧 한국이 저렇게 될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마카담 스토리'는 잔잔한 영화다. 다양한 메시지와 내러티브를 담아내 마치 한 권의 동화를 읽은듯한 느낌이다. 이 작품은 또한 다양한 배경의 주인공들을 통해 지나간 세월을 증명하고 있다. 가령, 한물간 여배우 잔 마이어와 옆집 소년 샬리, 희망에 부풀어 프랑스로 온뒤 좌절로 세월을 보낸 알제리 출신 하미다 할머니, 간호사를 사모한 나머지 사진작가 행세를 하는 스테르코비츠, 아파트 옥상에 불시착한 미국 나사 우주선 조종사 존 매킨지가 그렇다.

▲ '마카담 스토리' 스틸컷 ⓒ씨네룩스

인생은 불시착이라고 역설하는 영화 '마카담 스토리'

'마카담 스토리'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미국 NASA 소속 우주비행사 존 매킨지(마이클 피트)와 알제리 출신 하미다 할머니(타사딧 만디)의 만남이다. 정치적 천적이자 앙숙관계인 미국과 아랍 국가들의 현재를 보면, 이 두 사람의 우연한 인연은 한 편의 이솝우화다.

사무엘 벤쉬트리 감독은 극중 낡은 공공아파트 옥상 위에 美우주항공국 우주선을 불시착시키며, 극적요소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극중 하늘에서 나타난 뜻밖의 현상)의 전형을 보여줬다. 

겉만 보면 유아적인 표현이지만,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면 반전의 매력이 돋보인다. 즉, '마카담 스토리'는 '정치'라는 화두를 빼고, 美 우주비행사 존 매킨지와 아랍출신 할머니 하미다를 극중 쿠스쿠스(아랍식 찌개)를 사이좋게 나눠먹는 사이로 만들었다. 

'마카담 스토리'의 원제는 '아스팔트'(Asphalte)다. 고속도로 건축자재 아스팔트는 누구나 지나가고 마주치는 길을 만드는데 쓰인다. 즉, 영화는 현대사회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존재하는 고속도로가 만들어지기 전, 아날로그로 살아가던 모두의 꿈과 희망을 낡고 허름한 공공아파트를 통해 표현했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출발할 때 다짐했던 초심을 역설한 것이다.

한편, 지금도 상영중인 영화 '마카담 스토리'를 관람하는건 쉽지 않다. 다양성 영화로 분류돼 예매시간과 상영관을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제 때 볼수 없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영화계에 단비 같은 작품을 만나기란 매우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 영화 '마카담 스토리' 메인포스터 ⓒ씨네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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