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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공고리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5.12.28 13:50

[공소리 칼럼] 미성년에게 성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주고 나서 판단해야 한다

성문화 장치와 제도도 마련하지 않는 양심 없는 어른들

[스타데일리뉴스=공소리 칼럼니스트] 커피숍에 모여 있는 아줌마들의 주 대화 내용은 ‘요즘 아이들의 빠른 성문화’였다. 그 자리에 한 여성은 장성한 아들이 초등학교 때 포르노 등 19금 문화를 일찍 접했다는 고백 아닌 고백을 들었다며, “자기들 자식은 아닐 거 같지? 나도 내 아들이 그럴 줄 몰랐어. 이제야 커서 말하니까 아는 거지. 요즘 애들이 그렇게 빠르다”고 말했다.

필자가 A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 초등학생의 성문화에 대해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 글을 읽은 S 포털사이트 PD에게 연락이 오고 결국, 인터뷰했다.

“요즘 초등학생은 성에 대해 호기심이 많으며 포르노를 접하고, 직·간접적인 성행위를 하고, 야한 그림을 그리고, 야한 글을 쓰고, 일상에서 성적인 장난하는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인터뷰였는데, 그게 십 년도 더 된 일이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도 파격적인 초등학생 성문화에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고, 진정 실제 일인지 당황했다. 오히려 필자는 신랄하게 오픈하지 못한 내용이 많았고, 빙산의 일각만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문화충격을 목격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초등학생이 직·간접적인 성생활을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자극적인 성에 대해 쉽게 접하고, 가까이서, 멀리서 성문화를 형성해 나간다.

초등학생도 빨라진 이차성징으로 신체가 성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성에 관심이 생긴다. 호르몬으로 인한 몸과 마음의 변화 그리고 사람 관계 속에서 성을 깨닫게 된다.

성에 민감해졌지만, 성적 중심을 잡을 교육과 훈련이 부족한 아이들은 자극적인 성을 미디어에서 쉽게 접한다. 정보의 홍수, 표현의 자유의 세상에서 살다 보니 어쩔 수 없다. 강제로 정보와 문화를 통제할 수 없다.

 

성관계나 성행위를 경험(2013년 질병관리본부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성 경험이 있는 청소년 평균 연령은 12.8세)한 아이들은 존재하는데, 아이들이 건강한 성적 가치관을 배우고, 훈련할 제도가 거의 없다. 돈과 힘으로 도구화된 성, 폭력적인 성, 주관 없는 성을 지양하고 교정할 장치도 없다.

스스로 성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인간이라면 성별·연령·성적소수자·장애인·종교적인 이유로 성적 차별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가치를 세울 교육이 부족하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제대로 성교육과 훈련을 마련해주지 않았다. 아이들이 성문화가 빠르다고 혀를 차거나, 충격받기 전에 예측할 수 없는 성적 사건에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른들은 성적 가치와 훈련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이들이 음지의 성을 접한다면 분명히 어른 탓이다. 양지의 건강한 성을 경험할 기회조차 마련해 준 적 없으며 가정에서, 학교에서, 국가에서 어린이·청소년의 양지의 성 정착을 위해 거의 일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교육부에서 1년에 성폭력예방 3시간을 포함한 15시간의 성교육을 지침하고 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하거나 성문화센터를 방문하여 성교육하는 학교도 있지만, 학교마다 체험학습 시간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아 실제로 얼마나 성교육을 하는지 막연하다.

아하성문화센터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문화센터는 58개소다. 아하성문화센터에 성교육을 의뢰하는 기관은 학교, 대안학교, 교회, 수련관, 쉼터 등 청소년기관과 지역사회단체가 보통인데 그만큼 성교육센터에 성교육을 의존하는 구조이고, 성문화센터마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미성년의 성문화에 대해 혀를 차기 전에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성문화 장치와 제도에 혀를 차야 한다. 성적 경험 있는 미성년에게 충격받기 전에 성교육 현실을 비판하고 개선의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어른들도 건강한 성문화를 미리 답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음지의 성문화를 고스란히 물려줄 것인지, 고민하고 움직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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