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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생활
  • 입력 2012.01.06 10:59

금융지주들, 주식배당 놓고 서로 ‘눈치’

[스타데일리뉴스=김영일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려 호황을 누린 금융지주사들이 넉넉히 배당을 해야 할 상황이지만 배당 규모를 놓고 눈치를 보고있다. 이는 고배당을 기대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눈치를 안 볼 수 없기 때문.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KB금융, 하나금융지주는 작년 순이익 규모가 윤곽을 드러내자 연말 배당 방침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주주들의 배당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큰 편이라는 것이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0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3조원 이상, KB금융과 우리금융은 2조원대, 하나금융은 1조원대의 순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내국인보다 높은 수준의 배당을 추구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김은 한층 강해지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이런 분위기를 배당 방침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놓고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주주 비중이 높은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막으려면 일정 규모의 배당을 할 필요가 있다"며 높은 배당의 불가피성을 토로했다.

사정은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마찬가지다. 5일 기준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63%다. 우리금융(21%)을 제외하고 하나금융(63%), 신한금융(61%) 등 다른 금융지주도 비슷한 수준으로 외국인 지분이 막강하다.

그렇다고 금융지주들이 배당을 마냥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금융기관이 고배당을 지양하고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이익을 내부 유보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입장과 함께 반 월가 시위 등 금융권 고배당 잔치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단 금융지주사들은 당국의 이런 권고에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고배당 논란이 불거지자 "감독 당국이 자기자본 강화를 강조하고 있고 KB도 같은 생각이다. 작년도 배당액이 적었기 때문에 올해는 당국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최대한 많이 하겠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이익이 많이 나더라도 외국 진출이나 인수합병(M&A) 용도로 사용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더구나 바젤 Ⅲ 도입으로 자본 적정성이나 자본 확충 문제가 대두할 것이다. 이 때문에 고배당은 우리금융 상황에서는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신한금융도 올해 글로벌 경기의 위축으로 경영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해 내부유보를 우선한다는 입장이다. 대손충당금과 준비금 등 위기에 대비한 자금을 충분히 쌓고 나서 예년 수준의 배당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은 배당과 관련한 입장을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보수적으로 배당한 전례를 보면 예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들은 총 배당금과 배당성향 사이에서 운용의 묘를 찾는데 깊은 고심에 들어갔다. 작년 순익 규모가 커 예년과 비슷한 배당성향으로 가더라도 배당금액은 늘어난다. 당국과 외국인 주주들 사이에서 금융지주 경영진은 외나무다리 타기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작년 신한금융의 주당 배당액과 배당성향은 각각 750원과 14.9%, KB금융 각 120원, 46.6%, 우리금융 각 250원, 16.9%, 하나금융 300원, 6.7% 이었다. 올해도 이정도 선을 유지할지, 아니면 상회할지 여부에 감독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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