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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다 뜯어 고치지 않아도 된다
2011년 03월 26일 (토) 09: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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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원 기자 april_supernova@stardailynews.co.kr

   
 
프랑스의 시민혁명은 영국에게는 큰 쇼크로 다가왔다. 그래서 영국은 더 이상 우물쭈물거리다가는 파리에서 일어난 소동이 런던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즉각 시민의 권리를 늘리는 개혁에 들어갔다. 이게 ‘혁명’과 ‘개혁’의 차이점이다. 후자는 전자만큼이나 상당히 큰 변화를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전자가 기존세력에 반(反)하는 신진세력에 의해서 정권이 뒤집혀지고 마는 결과를 반드시 포함하는데 반해, 후자는 기존세력이 자체적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에 칼을 댄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에 학교에서는 혁명보다는 개혁이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처세인 것처럼 가르치곤 했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의 새로운 담당 PD가 된 신정수 PD는, 현재 만들어져 있는 ‘나는 가수다’의 포맷을 전면 뜯어고칠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 근거로 MBC가 신정수 PD에게 무려 한 달이나 시간을 준 점에 주목한다. ‘나는 가수다’는 시작하기 전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고, 시작한 후에는 안 좋은 편집으로 욕을 먹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많은 호평을 받았다. 즉, ‘나는 가수다’ 포맷은 완전히 내다버릴 만큼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합류한 신정수 PD 입장에서는, 기존 포맷을 그냥 가지고 갔다가 일이 안 풀릴 경우 자기가 뒤집어써야하는 책임을 원치 않을 것이다. MBC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아예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신정수 PD에게 시간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시청자가 원하는 게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MBC와 신정수 PD는, ‘나는 가수다’에서 시청자가 제일 만족스러워하고 좋아하는 부분만 들어내는 실수를 하는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가수다’를 이름만 빼고는 다 뜯어고치기 보다는, ‘나는 가수다’ 앞에 붙은 ‘서바이벌’이라는 개념을 가수들한테도 (시청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만큼이나) 확실하게 인식을 시키는 데서부터 시작해서, 조금 더 경쟁과 조금 더 운을 늘리는 쪽으로 프로그램을 고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의 제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MBC가 제일 먼저 해야할 것은, ‘더 이상의 중대발표는 없다’라는 이런 허무맹랑한 제스추어가 아니라, 김건모를 비롯한 7명의 가수들을 모아놓고 사태가 이렇게 흘러간 것에 대해 주최측으로서 사과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될 때 이 6명에게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밝히고, 새로이 프로그램이 바뀌게 될 경우, 무엇이 어떻게 바뀔지 먼저 알려주는 것과 동시에, 그 때 6명의 프로그램 참여 여부를 확답 받겠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왜 이런 간단하고도 명백한 예의를 갖추는 게 힘든가 하면, 큰 회사에서는 누구나 내가 해야할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며, 지루하게 회사가 입장을 밝히길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이렇게 파탄이 나 버린 것은, 결정적으로 김건모가 탈퇴하겠다는 선언을 했기 때문이지만, 그 이전에 김제동이나 이소라 발언때문이 아니라, 아무도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김영희 PD와 일곱 가수들이 공감을 하고 행동으로 옮긴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MBC도 최소한 50% 잘못은 있고, 섭외된 가수들 모두도 그 책임이 있다. 그러니 모두가 힘을 합쳐서 (사실상의)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한국적인 도리와 정서에 더 잘 어울리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서의 매력도 보여줄 수 있는 (MBC로서는) 1석2조의 기회다. 

둘째로는 공연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7명의 가수가 한 곡씩 부르는 것은, 시간이 너무 짧다. 공연장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와준 관람객을 위해서 공연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최소한 8명, 10명에서 12명 정도도 괜찮다고 본다. 대부분의 노래가 4분 이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말이다. 가수들이 (노래 부르는 도중이 아니라) 노래 부르기 전에 자신의 코멘트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10명 정도가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싶다. 대신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바꾸었으면 한다. 꼴찌 한 명에 다른 한 명은 매번 다른 방식으로 결정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등한 사람이 정할 수도 있고, 꼴찌한 사람이 정할 수도 있게 하는 것이다. 경연 후 매번 난감한 상황이 빚어질텐데, 그 순간 가수들의 모습을 잡아내는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서는 꽤 매력적인 연출이 될 것이다. 

네번째로는 전임 MC를 따로 섭외하는 것이다. 이소라는 이미 이미지가 많이 나빠졌고, 본인의 노래를 부르기 전에 인삿말도 없이 본인이 노래할 준비만 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걸 보면서, 프로그램 시작도 알리지 않는 MC도 있나 싶어 당황스러웠다. 물론, 현장에서는 했을 수도 있지만, 화면에 보여지는 것은 없었기 때문에, 시청자의 당혹감이 없을 수는 없는 것이다. 

다섯번째로는 관객이 가수들을 평가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 방식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선출할 때 쓰이는 방식과 같은데, 이보다는 좀더 관객의 의중이 파악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앨빈 토플러’가 쓴 ‘제 3의 물결’이라는 책에서 제안한 방법인데, 다음과 같다. 투표하는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한 사람만을 표기하는 기존의 방법 대신, 모든 후보는 0점에서 최고 5점까지 받을 수 있고, 투표하는 사람이 각 후보에 대하여 점수를 매기게 하는 것이다. 즉, 관객 입장에서, 7명중의 한 명만 뽑는 경우에는, 이 사람말고도 잘한 사람이 있긴 한데—라는 아쉬움을 가질 수 밖에 없지만; 점수제로 바꾸게 되면, 박정현과 이소라, 백지영에게 5점을 주고, 다른 가수들에게는 3,4점을 주고, 김건모에게는 1점만을 주는 식으로, 관객 본인의 취향과 만족도를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커다란 매력이다. 동시에 누군가는 떨어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객석의 반응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가수 입장에서도 자기 자신을 남들과 비교할 수 있는 보다 정확한 척도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 방식의 단점은, 신속한 결과 확보를 위해 OMR 카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여섯번째로는 김영희 카드를 활용하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을 가능케 한 게 김영희이므로, 김영희 카드를 십분 활용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프로그램 시작하기 전부터 말이 많았지만, 결국 그게 가능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김영희 PD덕분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또한 신정수 PD는 쎄시봉 콘서트를 열어 히트를 쳤지만, 그 콘서트에 나온 가수 당사자들은, 조영남의 말을 빌리면, 몹시 화가 났었다고 한다. 자기네들은 콘서트인 줄 알고 간 거지, 토크쇼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인줄 알았더라면 참여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다. 이것만 봐도, 신정수 PD가 김영희 PD보다 가수 섭외에 있어서는 결코 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섭외되는 가수로는 김영희 PD가 언급했던 태연 같은 아이돌 가수들뿐만 아니라, 윤수일이나 조용필, 신중현, 김수철 같은 가수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고, 반면에 heavy metal 그룹이나 alternative rock, progressive, hip hop 등을 하는 가수들도 불러볼 수 있는 것이다. 연예인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얼마나 (대중에게) 노출이 되느냐가 사실상 career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므로, 비주류 음악을 하는 가수들이 단 한 번의 기회밖에 못 얻었다고 해도, 그 기회는 그들에게는 매우 큰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2주의 기간동안 연습하고 경연하는 현실로 말미암아, 가수들의 로테이션 스케줄이 상당히 빡빡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두 명 이상의 가수가 매번 바뀌도록 설정하는게, 시청자 입장에서 새로운 가수들을 접할 기회가 대폭 늘어난다는 점에서,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 창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곱번째로는 가수들한테 pay하는 금액을 확보하는 것이다. 방송 3사에서 하는 가요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이 받는 보수가 형편없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현대자동차가 부품업체에 매년 2%의 부품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만큼이나 잔인한 일이다. 그런 만큼 이 프로그램에서는 가수들에게 대우를 잘해줄 필요가 있다. (사극을 찍는 방송국에서 이런 자금을 마련하는게 힘들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만약 예산 확보가 어렵다면, 광고주 하나를 잡아서 프로그램 시작전 광고 스폿을 보장해주고, 그 광고주로 하여금 가수 섭외비용을 내게 해도 된다. 그 경우, 꼴찌가 받는 금액은 백그라운드 댄서가 동원되는 현실을 감안하여 최소한 300만원은 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이 금액도 가수 본인의 손에 떨어지는 몫은 포기한다는 가정하에 최소한의 금액이라고 봐야한다. 대신 순위별로 그 금액을 올려주는데, 10등이 꼴찌인 경우, 9등은 꼴찌보다 30% 더 받고, 8등은 9등보다 30% 더 받는 식으로 차등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수들로 하여금 경쟁심리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아주 좋은 장치가 되어줄 수 있다. 

여덟번째로는 지금 가수 매니저로 붙어있는 개그맨들을 없애고, 실제 매니저들과 가수들이 노래 연습하는 장면을 촬영해 보여주는 것이다. 바로 첫회 공연 때 가수들이 노래부를 때마다 실제 담당 가수들의 매니저들 클로즈업을 잡아 보여주었는데, 그들의 얼굴 표정이 개그맨들의 시끄러운 잡담보다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개그맨들의 소음에는 시청자들도 기분 나빠하는게 역력하게 보이니, 개그맨들을 프로그램에서 없애버리는 것은, 큰 손실은 커녕 작은 손실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고스톱이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카드 게임이 된 이유는, 거기에는 운이 좋으면 전세를 뒤집어버릴수도 있다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지나치게 ‘패자부활전’을 남발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주었다. 남들보다 더 많은 경쟁에서 이겼거나 그렇지 못했거나에 상관없이 패자부활전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운이 있으면 더 나아갈 수도, 운이 없으면 여기서 중도하차할 수도 있게끔 장치를 만들어 놓는 게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다. 바로 그 점이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를 다른 관록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상 적어놓은 것들만 감안하더라도, ‘나는 가수다’ 포맷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지 않고서도 ‘나는 가수다’의 명맥을 잇는 동시에 2주내에 재촬영이 가능해진다. 또한 ‘나는 가수다’를 원하는 67.1%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면서 프로그램을 재시작하는 것이니, 새로운 프로그램이 갖는 위험부담도 대폭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MBC 관료직에 연줄이 없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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