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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5.12.18 19:29

[리뷰] '바닷마을 다이어리' 상처를 어루만져 준 따뜻한 영화

거장 고레다 히로카즈의 신작으로 라이징 스타가 된 히로세 스즈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17일 개봉한 '바닷마을 다이어리'(12세 이상 관람가, 128분)는 18일 기준 다양성 일일 박스오피스 1위(일일박스오피스 6위)에 랭크됐다. 일본영화계 거장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9번째 작품으로 아버지 장례식에서 만난 이복여동생과 세 자매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잔잔하지만 누구나 흔히 경험했던 실수에 웃음이 나고, 성장통을 겪으며 경험했던 딜레마가 극중 소재로 등장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일본 현지에서 주연배우로 아야세 하루카, 나가사마 마사미, 카호, 히로세 스즈 부터 조연 카세 료, 스즈키 료헤이, 키무라 미도리코, 키키 키린 등 한 작품에 모이기 힘든 인기 절정의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제작전부터 일본 매체들의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영화 스토리는 도쿄 남단 중소도시 가마쿠라에 사는 세 자매 코우다 사치(아야세 하루카), 코우다 요시노(나가사마 마사미), 코우다 치카(카호)가 15년전 불륜과 이혼으로 떠난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 참석을 위해 日 북부 중소도시 야마가타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이복여동생 아사노 스즈(히로세 스즈)를 한 눈에 보고 반한다. 스즈는 병상에 누워있던 아버지를 돌아가시기 전까지 홀로 돌보던 상처 많은 여중생이다. 장례식장에서 사정을 알게된 세 자매는 스즈에게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세 언니들과 살게된 스즈, 닫혀있던 마음도 열리고 학교 생활도 익숙해지면서 점점 밝아진다.

한편,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연출한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들을 보면 가정과 사회 문제를 다룬 작품이 대부분이다. 

가령, 1995년 오움진리교 가스 살포 사건과 가해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디스턴스'(2001), 1988년 생모의 자녀 방치와 사망으로 일본 전역이 분노에 치를 떨었던 '스가모 아이 사건'이 소재인 '아무도 모른다'(2005), 이혼한 부모와 다시 함께 살기를 바라는 어린이의 소망이 담긴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등이 있다.

또한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원작은 일본 만화가 요시다 아키미로 지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월간지 플라워즈에 연재한 동명 작품을 소재로 하고 있다. 원작자는 '바닷마을 다이어리'(海街 Diary)로 2009년 코단샤 만화상 소녀 부문과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만화부문 우수상 및 일본 만화대상(2013)을 수상했다.

잔잔하고 편안한 영화, 하지만 속은 꽉찬 작품 '바닷마을 다이어리'

'바닷마을 다이어리'(수입/배급:티캐스트)는 가족드라마이다. 하지만 이 영화 내용을 한꺼풀 더 벗겨보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관점이 드러난다.

살펴보면, 이복동생 스즈는 어린 나이에 계모한테 구박을 받고 홀로 아버지 병환을 돌보며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경험했다. 반면, 세 자매는 15년 동안 아버지 없이, 출생지에서 학교를 다녔고 이후 간호사, 은행원, 스포츠용품 판매원으로 취업하고 건실하게 성장했다. 또한 아버지 장례식에서 이복 언니들을 만난 스즈는 함께 살자는 제안을 받고 남부 가코시마로 향한다. 여기까지가 평범한 스토리다.

하지만 영화 배경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주인공 스즈(히로세 스즈)가 생부와 살던 곳은 日 중북부에 위치한 야마가타이다. 이곳은 지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센다이 시와 후쿠시마 원전에서 각각 40km에서, 50km 정도 떨어져 있다. 현지는 지금도 농산물과 각종 제품 등에서 방사능 세슘이 검출되고 있다. 한편, 대지진이 나기 전까지 센다이, 야마가타 같은 지역은 원전을 유치해 학교와 시정 살림에 보탰다. 

영화 속 세 자매가 사는 가마쿠라는 대도시 도쿄와 요코하마 남단, 미우라 반도 안에 위치한 해안 도시이다. 현지는 지진활동이 빈번하지만 미우라 반도가 가로 막고 있어 쓰나미는 발생하기 힘들다. 또한 수도 도쿄의 안전을 이유로 원전시설도 없다. 

17일부터 상영중인 '바닷마을 다이어리'(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보편적인 가족해체 현상과 상처를 위한 치유로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혼내(本音)와 다테마에(建前)처럼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 정서를 이해한다면 영화에서 전개되는 배경과 스토리속 메타포는 단순하게 보이지 않는다.

▲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메인포스터 ⓒ티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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