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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05 13:21

부탁해요 캡틴 "캐릭터의 미스, 뻔한 설정과 구성, 출발이 가장 불안하다."

결코 저들이 조종하는 비행기에는 타고 싶지 않다. 오금이 저려온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드라마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비행기란 참으로 무서운 탈 것이구나. 저런 사람들이 비행기의 조종석에 앉아 수백명 승객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구나.

사실 필자의 경우 바보를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좋아한다. 계산하지 않고 일단 부딪히고 보는 올곧은 성격을 부러워한다. 단, 한 가지 경우는 예외다. 그에게 많은 책임이 지워져 있을 때. 다른 많은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 그에게 지워져 있을 경우다.

경쟁방송사의 드라마를 예로 들어 보자. 수술중이다. 수술중인데 옆에서 조수로 들어온 전공의가 시키는 것도 제대로 못한다. 과연 거기서 따지고 있겠는가? 따지고 싸우고 있겠는가? 그 전에 그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이란 무엇인가? 오토파일럿이 해제되어 비행기가 통제를 벗어나고, 전력이 차단되면서 승객들이 불안에 떨고 있었다. 모두 초보적인 실수들이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벌써 한 사람의 승객이 목숨을 잃었다. 한 사람의 승객과 그로 인한 또 하나의 연쇄적인 사고와 더구나 그 과정에서의 실수로 또다른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말았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사람들 조종석에 앉히고 수백명이 꼼짝없이 고립된 채 목숨을 맡겨야 하는 비행기를 책임지도록 하는가?

김윤성(지진희 분)의 말에 그래서 십분 동의한다. 최악이다. 저런 쉽게 흥분하고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정의감만 넘치는 사람은 결코 그와 같은 책임있는 자리에 앉히면 안된다. 비행기만이 아니다. 과연 한다진(구혜선 분)과 같은 사람이 뇌수술을 하려 수술실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 보라. 화재가 나서 불을 소방호스로 불을 끄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사소한 일로 금방 흥분하여 싸움부터 하려 든다. 환자를 구하려 했다면서 정작 환자는 내팽개치고 자신을 화나게 한 관제실 직원과 멱살잡이부터 한다. 인간적으로는 올곧고 선한지 모르지만 수백의 목숨을 책임지기엔 너무 경솔하고 부적합하지 않은가? 재미있지만 위태하다.

차라리 경쟁방송사의 <난폭한 로맨스>에서처럼 대놓고 코미디로 갔으면. 비행기야 떨어지든 말든, 아니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혀도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한바탕의 우스꽝스러운 코미디였으면 좋앗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진지했다. 비슷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던 부모의 사연까지 더해지며 도저히 장난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결심한다. 저 비행기는 절대 타지 않겠다.

캐릭터의 설정부터가 문제였다. 사실 김윤성의 교관이자 한다진의 아버지였던 한규필(김창완 분)의 당시 판단 역시 그다지 옳다고만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너무 쉽게 결론을 내렸다. 너무 빨리 포기해 버렸다. 만의 하나라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리고 포기해 버렸다. 거기에 김윤성은 분노한 것인지도 모른다. 조금 더 알아보고 조금이라도 더 안타깝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어도 김윤성 역시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임에도 한규필의 태도는 너무 매끈하게 단호했다.

아버지의 딸이었을까? 그것이 곧 한규필의 정의감이었다. 그의 책임감이었다. 모두를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포기한다. 승객 모두를 살리기 위해 가장 가까운 아내를 포기한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관제탑과 고함을 지르며 싸운다. 싸움에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결국 관제탑에서 착륙허가를 내려주려 해도 활주로가 비어 있어야 하며, 자칫 무리하게 착륙하도록 허락할 경우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 부녀 모두 합리성이라고는 결여되어 있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오금이 다 저려오고 있었다.

아무튼 첫비행에 첫사고, 그리고 그로 인한 첫희생자, 하필 그 희생자가 기장의 아내다. 그리고 그 기장과 아내의 딸과 기장과 부기장으로서 다시 만나 비행하게 된다. 그리고 딸과의 첫비행도 실수로 시작되고, 마무리도 사고로 마무리되고. 당시 한규필 기장이 했던 말을 김윤성이 그 딸에게 그대로 돌려준다. 얼핏 감동적이다. 필자가 평생 드라마라고는 이 드라마를 처음 보았다면 그랬을 수도 있다. 의도적으로 재미있으라고 그렇게 자극적으로 배치해 놓은 것이 보인다. 작가의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이면 시청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여지가 별로 없다.

그린 듯하다. 어디 시나리오 학원이라도 있으면 과제로 내놓았을 법한 시나리오다. 당연히 거기서는 이렇게 전개된다. 설마 아니기를 바랬지만. 차라리 한다진이 그 사고를 계기로 비행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다시는 비행을 하지 않으려 한다. 하늘을 날지 못하는 파일럿과 땅에 내려오지 못하는 파일럿,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한다진의 열혈바보캐릭터도 전혀 새로울 것 없는 클리셰에 불과하다.

하필 새해 벽두부터 공중파 3사가 하나같이 새로운 수목드라마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해 모든 드라마를 마무리하고 새해 첫주 새로운 기분으로 새로운 드라마가 첫방송을 타기 시작했다. 덕분에 참 분주했다. 과연 어떤 드라마들인가 한 번 씩은 살펴보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내린 결론이, SBS가 가장 약했다. 정면승부이기에 그 승부의 결과는 너무나 확연했다. 캐릭터의 매력에서도, 구성의 치밀함에서도, 소재에 대한 흥미에 있어서도 <부탁해요 캡틴>은 가장 불안하고 아쉬운 출발을 보였다. 물론 단지 이제 시작했을 뿐이었다. 그렇더라도 가장 불리한 위치에서 가장 어렵게 힘든 출발을 하려 하고 있었다.

아쉽다는 감정조차 없다. 안타깝다는 생각조차 없다. 그냥 재미없다. 가장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그리고 저들이 조종하는 비행기는 타고 싶지 않다. 운이 좋다면. 최소한 항공사 차원에서 저런 ㅂ부적격조종사는 적성검사에서 걸러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진심으로 무서워졌다. 그게 전부다.

일단은 지켜본다. 2회는 보아야 윤곽이 잡힌다. 70분은 길지만 그래도 첫회는 짧다. 지금 보인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불안하지만 그래도 기대를 가져본다. 미련이다.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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