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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드라마톡] 육룡이 나르샤 22회 "하륜의 화려한 등장, 새로운 긴장과 활력을 더하다"
새로운 적의 등장, 역사에 사로잡힌 정체성의 혼란이 아쉽다
2015년 12월 16일 (수) 0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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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육룡이 나르샤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육룡이 나르샤. 분이(신세경 분)의 캐릭터를 살리려다 자기모순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우왕과 최영(전국환 분)의 모병에 조직원들로 하여금 자원케 한다. 그리고는 이성계(천호진 분)가 개경을 공격하는 시간에 맞춰 최영군을 이탈하여 이성계군을 돕도록 한다. 그런데 무장한 군사들 사이에서, 그것도 전장 한복판에서 전혀 아무런 피해도 없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가. 특히 숭인문을 열 때는 직접 최영의 병사들과 전투까지 치르고 있었다.

백성에게는 백성의 역할이 있다. 직접 손에 무기를 드는 것은 백성의 몫이 아니다. 엄밀히 이 싸움은 최영과 이성계 두 권력자의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정도전(김명민 분)의 이상이 중요하다지만 그렇다고 싸움에 휘말려 죽어봐야 자기만 억울한 것이다. 모두에게는 아내가 있고 자식이 있고 부모가 있다. 그런 모두의 삶을 지켜주어야 할 책임이 분이대장에게는 있는 것이다. 최대한 위험을 피하며 이성계군을 돕도록 한다. 이를테면 이성계의 가별초가 부는 나팔소리에 개경의 최영군이 그토록 동요할 정도이니, 그 나팔을 이방원을 통해 얻어 개경성안 곳곳에서 조직원들로 하여금 불도록 한다. 이성계군이 벌써 성안으로 진입했다, 최영군이 패했다, 왕이 도망쳤다, 처음 모병에 자원하러 갔을 때도 그런 식으로 모인 사람들을 흩어놓고 있었을 것이다. 굳이 위험을 무릅써가며 전장에 뛰어들지 않고서도 자신을 지키면서 모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한 사람도 다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운이었다.

고려의 왕궁인 만월대에서의 어지러운 집단전투는 개인의 무력을 드러내는데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무수한 병사들 가운데 정작 중요한 캐릭터들이 잘 눈에 띄지 않았다. 죽고 죽이는 수많은 병사들 가운데 그저 흔한 역사드라마의 전투장면 가운데 하나가 될 뿐이었다. 물론 실제같은 전투를 보여주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고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드라마는 고증에 충실한 정통역사드라마가 아니었다. 그런 것은 이미 종영한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정통역사드라마 '정도전'에 맡기면 되는 것이다. 그것을 넘어서기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그보다는 결국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를테면 성문을 열기 위해 최영군을 짚단처럼 베어넘기며 성벽을 넘는 삼한제일검 이방지(변요한 분)와 같은. 무휼(윤균상 분)과 이방우(이승효 분)등 몇몇 영웅적인 캐릭터들에 의해 역사적 사건들이 결정된다.

궁궐안으로 진입하려는 이성계군을 최영군이 막어서며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누군가 병사 하나가 누각 위로 올라가 아래를 굽어보며 활을 재어 이성계군의 병사를 쓰러뜨리고 있었다. 이성계가 과연 신궁답게 그 모습을 멀리서 보고 바로 화살을 재어 쏘아 떨어뜨리고 있었는데, 과연 그런 병사들이 누각위에 가득 들어차서 이성계군의 진격 자체를 막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무휼과 이방우, 조영규(민성욱 분)등 몇몇 뛰어난 실력자들만이 앞으로 나갈 뿐 이성계군 전체가 누각위에서 쏘는 화살에 눌러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면? 그런데 그것을 이성계 혼자 말위에서 활을 쏘아 모조리 쓰러뜨려 제압한다. 아무리 명성이 자자한 고려 최고의 명장이고 신궁이라지만 그동안 보여준 것이 너무 없었다. 한 번은 실력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이성계 자신을 위한 무대가 필요하다. 가장 적절한 유일했던 기회였을 것이다.

이방원(유아인 분)의 활약은 매우 적절했다. 이성계의 아들이며 삼한갑족인 민제(조영진 분)의 사위이기도 한 자신의 신분을 이용하여 직접 삼한갑족을 찾아가 그들을 설득한다. 건국공신의 후예로서 무려 수백년동안 한결같이 온갖 부귀와 영화를 누리며 고려왕조를 그늘에서 지배해 온 것이 바로 그들이었을 것이다. 군부에도 당연히 그곳에 뿌리내린 그들의 일족이 있을 것이었다. 그들을 움직이게 한다. 그들로 하여금 최영군을 안에서부터 와해토록 한다. 직접 손에 칼을 들고 싸움에 나서는 캐릭터가 아니다. 정도전처럼 책략을 꾸미는 것도, 분이처럼 백성을 통솔하여 움직이는 것도 모두 그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정치를 알고 권력을 안다. 다만 분이가 정치와 권력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가는 것이 조금씩 꺼려진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들 캐릭터들일 것이고, 각각의 캐릭터에 맞는 역할과 활약일 것이다. 어차피 고증에 그다지 얽매지 않는 퓨전판타지 드라마였을 것이다. 그에 어울리는 드라마가 있다.

그럼에도 개경에서의 전투가 끝나고 평온한 가운데 은밀하면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하륜(조희봉 분)의 등장은 드라마에 새로운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사실 아쉽다. 하륜의 등장이 더 극적이기 위해서는 정도전의 존재가 더 드러나야 했었다. 정도전의 책략이 오로지 고려를 움직이고 있었어야 그를 뒤흔드는 하륜의 존재도 더 강하게 드러날 수 있었다. 위화도회군마저 정도전의 영향력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개경성 안에서 회군하여 진격해오는 이성계군을 돕기 위한 여러 활동들 역시 정도전과 전혀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역할마저 이방원이 물려받았다. 분이가 나누어받았다. 하륜의 책략에 넘어간 것도 정도전이 아닌 분이였고, 이방원이었다. 하지만 워낙 하륜이 꾸민 계략이 교묘하고 탁월했기에 그런 단점마저도 모두 잊게 만든다. 과연 그런 하륜을 정도전은 책략으로 누르거나 꺾을 수 있을 것인가.

'십팔자위왕(十八子爲王)'을 노래로 지어 개경 저자의 아이들에게 엿까지 주어가며 가르친다. 그리고 그 사실을 분이 등이 알아차리도록 유도한다. '십팔자위왕'의 노래는 개경의 권력자들에게 이성계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되어 줄 것이고, 자신들의 실력으로 알아냈다 여기는 자신의 존재를 통해서 죽은 이인겸의 이름을 듣게 된다면 그 눈과 귀는 오로지 유배된 이인겸을 향해 집중될 것이다. 조민수(최종환 분)의 이성계에 대한 열등감과 경쟁심을 부추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인겸이 조민수를 최영의 휘하로 보낸 이유가 사라진 것 같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원래는 최영의 휘하에서 이인겸 자신을 위해 만일의 상활을 대비하도록 남겨졌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 무렵 조민수는 아예 이인겸이라는 존재를 잊은 듯 행동하고 있었다.

결국 하륜에 의해 유인된 조민수와 이색(김종수 분), 그리고 태후는 하륜의 의도한대로 창왕을 즉위시킴으로써 결정적으로 이성계와 정도전의 계획을 좌절시킨다. 사소하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위해서도 중요한 장면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권문세족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토지개혁과 조선의 건국에 반대하던 온건파 사대부들이 이후 정안군 이방원을 중심으로 결집하여 하륜의 계획 아래 왕자의 난을 일으킨다. 정도전의 죽음과 함께 그가 구상한 많은 것들이 부정되고 권문세족은 새로운 나라 안에서 새로운 지배계급으로서 그 기득권을 이어간다. 최영을 제거하고 우왕을 퇴위시킨 뒤 조민수와 함께 권력을 나누고 비로소 처음 자신이 구상했던 개혁을 추진할 힘을 가지게 된 그때 정도전의 오랜 꿈을 좌절시켰던 그대로 하륜은 조선을 건국한 영광마저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게 된다. 악연의 시작이다.

어쩌면 이방원이 분이가 너무 많은 것을 알아가는 것에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그 순간 두 사람의 꿈과 야망은 서로 틀어지려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기는 지배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알고 너무 깊이 생각하려 하는 피지배자의 존재는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그저 무지하고 비굴한 존재여야 자신의 권위로서 그들을 누르고 지배할 수 있다. 그런데 나날이 똑똑해지고 현명해지는 분이가 개경의 백성들을 이끌고 있었다. 벌써부터 비극은 시작되고 있었을 것이다. 분이가 꿈을 말하고, 분이의 꿈에서 오라비 이방지가 자신의 꿈을 떠올리고, 비로소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 하던 바로 그 순간. 이방지에게 자신의 꿈은 바로 손만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지만 차마 잡을 수 없는 안타까움 같은 것이었다. 저버리고 돌아서기에는 차마 붙잡고 돌아서지 못하게 만드는 미련같은 것이었다. 정도전의 이상이 이루어져야 분이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 꿈은 필경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무언가 혼란스럽다. 단 하나 하륜만이 남았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하필 홈페이지에서 배우 조희봉이 조준 역으로 출연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보았기에 더 혼란스러웠다. 만일 배우 조희봉이 조준이었다면 도대체 지금 꾸미는 일들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그 자체가 의도하지 않는 페이크가 되고 말았다. 성동격서, 암도진창, 동쪽에서 소리를 내며 서쪽을 공격하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 몰래 숨은 길로 빠져나와 적을 친다. 보이는 칼보다 숨겨진 창이 더 무섭다. 다음 수순은 무엇인가. 진짜 조준도 다음회에는 등장할 듯하다. 진짜 개혁을 시작한다.

정체성의 혼란일 것이다. 정통역사드라마가 아니다. 어차피 이인겸도, 길태미도, 홍인방도, 역사에는 없는 허구의 캐릭터들이었다. 역사적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맥락이고, 그 시대를 움직이는 영웅들의 활약이었을 것이다. 정도전의 계략과 이방지, 무휼의 칼과, 이성계의 활이었다. 이방원의 야망일 터이고, 분이의 꿈일 것이었다. 조금 더 과감해져도 좋다. 가는 데까지 가보는 것이다. 무사들의 칼을 원한다.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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