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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03 14:20

샐러리맨 초한지 "약간의 아쉬움과 흡족한 출발, 이후를 기대해 본다!"

원작 '초한지'의 주인공 항우와 유방을 떠올려 본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원래 한나라의 한(漢)은 불한당의 한(漢)이라 했다. 물론 본뜻은 한수(漢水)의 한이다. 결국 한고조 유방의 출신을 두고 붙여진 말이다. 한고조 유방이야 말로 불한당의 원조격인 인물이었던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불한당 자체였다.

매일같이 친구들과 어울려서 돌아다니며 술마시고 놀고 사고치고, 여자는 좀 밝혔을까? 그같은 행실은 어느새 소하와 장량의 보좌를 받으며 천하를 다투는 위치에 오르고서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오만하고 무례하고 놀기 좋아하고 그러면서도 주위를 대함에 있어 통이 크다. 건달의 방식이다.

더구나 유방의 어머니는 꿈에서 신령을 만나 그를 가졌다. 아버지는 그때 그의 어머니가 교룡과 얽혀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물론 너무나 보잘 것 없었던 출신을 꾸미기 위한 방편이었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며 바로 떠오르는 것은 외간남자와 관계를 갖는 어머니와 그를 목격한 남편의 모습일 것이다. 어쩌면 유방은 어머니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의 관계에서 낳은 자식일지도 모른다. 흥미롭지 않은가?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를 보면서 느낀 아쉬움이었다. 차라리 유방 오유방(김범수 분)의 캐릭터를 원래의 한고조 유방의 출신에 맞춰 설정했다면 어땠을까? 어머니가 다른 남자에게서 낳은 자식이라 친아버지가 누구인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아버지는 모든 정성을 다해 지금껏 그를 길러주었었다.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분노, 엇나갈 이유로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비록 일찌감치 엇나가 건달로 들어선 탓에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아버지의 올곧은 애정이 그로 하여금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할 줄 아는 통큰 건달로 살아가게 한다. 말은 거칠고 행동은 무례하다. 그러나 사람을 포용하는 아량과 인덕이 있다. 그것을 백여치(정려원 분)의 아버지나 외할아버지 가운데 누군가 발견하여 그와 맺어주려 한다.

하기는 너무 뻔한 것도 있을 것이다. 고작해야 드라마 한 회 보고 생각한 정도를 과연 드라마 작가들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겠는가? 불학무식한 건달이 그나마 가능성을 인정받아 재벌가의 딸을 소개받고 그 재벌가의 딸을 배경삼아 주위의 도움을 받아가며 재벌기업의 총수의 자리까지 노리게 된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듯한 설정이다. 하지만 어딘가 남모르는 예리함을 간직한 사투리를 쓰는 촌스러운 오유방의 캐릭터 또한 그다지 새롭다고는 할 수 없다. 미련이다.

그에 비하면 최항우(정겨운 분)의 항우의 캐릭터의 경우는 엘리트가 맞을 것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진나라 군대를 맞아 마지막까지 싸웠던 초나라이 장군 항연이었다. 항연의 항씨는 초나라의 대표적인 명문 가운데 하나였다. 항우의 무모할 정도의 저돌적인 성격은 바로 그러한 출신에 대한 자부심에서 비롯된 점이 크다. 끝내 유방군에 패해 쫓기면서도 회하를 건너 본거지로 돌아가 설욕을 꾀하기보다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어 유방군에 목을 내어주었을 정도로 그의 자부심은 남다른 것이었다. 결코 무능하다거나 어리석은 인물은 아니었는데 그것이 항우의 앞을 막았다.

흔히 보게 되는 캐릭터다. 출신이 좋다. 더구나 능력까지 있다. 자신감이 넘친다. 그래서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다. 결코 속이 좁다거나 성격이 편협하다거나 한 것은 아닌데 넘치는 자신감이 그의 판단을 가린다. 무모해지고 그러한 자신감에 자기가 걸려 넘어진다. 딱 주인공에게 당하는 출신 좋은 라이벌의 캐릭터다.

역시 아무래도 드라마로서 너무 뻔했을 것이다. 덕분에 아직 최항우는 드러난 것이 없다. 천하그룹의 이사로 있는 최항량(장현성 분)과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어쩌면 천하그룹과 회장 진시황(이덕화 분)에게 원한을 품은 캐릭터가 아닐까? 복수를 위해 천하그룹과 진시황, 나아가 진시황의 외손녀와 관계를 맺는 오유방과 대립하게 된다. 벌써 한 번 충돌한 바 있다.

물론 아직까지 시놉시스를 살펴보지는 않았다. 시놉시스를 보지 않고 단지 방영된 내용만을 토대로 드라마의 기획의도나 진행방향을 유추해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맞으면 맞는대로 즐겁고 어긋나면 어긋나는대로 재미있다. 어차피 드라마란 시놉시스대로만 진행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혹시 이런 의도로 이렇게 진행되지는 않을까?

당연히 드라마는 중국의 소설 '초한지'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된다. 독단적인 진시황과 그의 무능한 아들 호해는 얼추 비슷하지만 유방의 부인이 되는 여치가 진시황의 외손녀가 되고, 올곧은 재사였던 장량(김일우 분)과 범증(이기영 분)은 기회주의적인 협잡꾼이 되어 버렸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과는 달리 진초그룹과 오지락(김응수 분)이라고 하는 앙숙인 경쟁자가 있는 점도 상당히 다른 점이다. 어쩔 수 없이 현대물이고 또한 기업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인 때문일 것이다. 다만 워낙 제목이 '초한지'인 탓에 원래의 '초한지'를 대입해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여튼 어쩔 수 없이 대놓고 드라마일 것이다. 유방이라는 이름부터가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이름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뉘앙스가 그다지 아름답지 못하다. 진시황이라는 이름 또한 마찬가지다. 누가 진시황이라는 이름을 쓰겠는가? 더구나 등장인물들의 이름부터가 필연적으로 '초한지'라고 하는 기존의 다른 작품을 연상케 하기에 온전히 드라마를 현실로 여기고 빠져들기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에 드라마로 남아야 한다. 철저히 드라마로써 방관자적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그래서도 더 오유방의 캐릭터가 아쉽다. 오유방의 촌스러움과 친근함은 보다 시청자로 하여금 드라마에 이입하도록 하는데 더 유리한 설정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런 것을 철저히 거부한다. 보다 방관자로서도 흥미로울 수 있는 텔링이 필요하다. 기왕에 드라마로서 만들고자 한다면 드라마로서 보다 철저한 것이 좋다. 더 극적일 수 있다면 그쪽이 훨씬 나을 수 있다.

아무튼 만화적인 과장된 연출들이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도대체 불로불사프로젝트라는 것이 무엇인가? 불로초를 찾아나섰던 진시황을 빗대 현대의 신약개발을 둘러싼 첨예한 긴장과 대결로 몰고간다. 클리셰적인 장면과 희화화된 연출들이 마음놓고 드라마를 보며 웃게 만든다. 전혀 진지하지 않게 진지하다. 미덕이다. 최근 워낙 진지한 드라마만을 보아 왔던 때문인지 아예 '이것은 드라마일 뿐'이라고 선언하는 듯한 연출과 구성들이 인상적으로 와 닿았다.

다만 과연 이후의 전개 역시 첫인상처럼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인가. 첫인상이 첫인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상당히 불안하다. 그래서 더욱 이덕화를 중심으로 김범수와 홍수현 등 연기력과 매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한결 든든하게 여겨진다. 기대하고 보아도 좋지 않겠는가. 실망시킬 배우들이 아니다. 전작인 <뿌리깊은 나무>와 전혀 다른 분위기라 또한 새로운 맛도 있다.

충격적인 오프닝과 전형적이지만 안정적인 전개, 그러면서도 극적으로 과장된 희화화된 캐릭터와 연출들, 드라마라는 것은 선언한다. 드라마로서 보게 하고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상당히 도발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친숙한 드라마다. 재미있을 것 같다. 첫인상이다. 꽤나 흥미롭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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