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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드라마톡]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 종영 "살인을 부른 30년 전의 저주, 윤지숙의 비극"
정작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죄의 근원에 대한 불편함
2015년 12월 04일 (금) 07: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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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 "당신을 해치려는 게 아니라구!"

차라리 더 슬프다. 어쩌면 윤지숙(신은경 분)은 마지막까지 싸우고 있었을 것이다. 30년만에 자신의 앞에 나타난 김혜진(장희진 분)을 딸로 인정하고 싶은 모성과 그럼에도 김혜진을 인정해서도 용납해서도 안되는 그녀의 오랜 상처가. 그리고 그 싸움의 절정에서 불행은 그야말로 느닷없이 찾아오고 있었을 것이다. 30년 전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이 되었던 그 한 마디가.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그 한 마디가 새로운 비극을 만들어낸다.

죽이려던 것이 아니었다. 김혜진을 막으려던 것이 아니었다. 단지 김혜진을 구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 끔찍한 장소에서 김혜진을 조금이라도 빨리 구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김혜진이 있는 대광목재의 문을 여는 순간 윤지숙은 두려움에 손을 떨고 있었다. 벌써 30년이나 지났건만 그날 그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인 양 생생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 시절의 아직 어리기만 하던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순진하게 남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 다소곳이 앉아 있던 그날의 자신을 보았다. 그런데도 윤지숙은 먼저 김혜진을 찾았고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어서 나가자. 빨리 이곳을 벗어나자.

하지만 진심은 전해지지 않았다. 전해지지 못했다. 되돌리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까지 와버린 탓이었다.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헤어져 있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 아니 함께였던 시간이 아예 없다시피 했다. 피로 이어졌을 뿐 그들은 가족이 아니었다. 김혜진이 자기 부모의 딸이며 자기의 언니라 말해주는 한소윤(문근영 분)에게 윤지숙이 미소를 지어보이는 이유였을 것이다. 김혜진에게도 가족이 있었다. 이미 죽은 뒤지만 그래도 더 이상 외로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신장을 주기로 결심한 뒤로도 혹시라도 김혜진이 자신이 딸로 여긴다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가족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가족이 되어 줄 수는 없다. 그것은 또다른 절망이었을 것이다. 어머니였고 딸이었지만 그들은 서로에 대해 조금도 알지 못했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비극은 바로 거기서부터 찾아왔다.

말 그대로 발작이었다. 그저 외부의 자극에 본능적으로 반응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에 그때처럼 똑같은 자극이 가해지니 본능적으로 그를 거부하려는 몸짓을 보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김혜진의 목을 조르려던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날 그곳에서 자신을 유린했던 범인 남수만(김수현 분)을 향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아니면 그날 그곳에서 어리석게도 남수만의 꾀임에 넘어가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고 만 자신을 향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필 2년 전 그곳에는 자신과 김혜진만이 있었고 그녀의 손은 어느새 김혜진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미처 무어라 변명할 사이도 없이, 아니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스스로 추스릴 시간조차 없이 벌써 김혜진은 뒤따라 들어온 남수만의 아내 강인숙에게 머리를 맞고 쓰러져 숨을 거두고 난 다음이었다.

과연 어째서 윤지숙은 어차피 가방과 함께 불속에 던져넣으면 재가 되어 사라지고 말 종이봉투를 일부러 찾아 소중히 손에 쥐고 있었겠는가. 김혜진에게 신장을 이식해주려던 자신의 계획이 담긴 서류였었다. 어쩌면 윤지숙이 그날 이후 더욱 김혜진을 '괴물'이라 부르며 기억에서 지우려 했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었을까. 임신한 순간부터 마지막 죽는 모습을 지켜보기까지 그녀는 단 한순간도 김혜진의 어머니였던 적이 없었다. 되어 주고 싶지도 않았고 되어 줄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본능은 알고 있다. 그날처럼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두려움 속에 김혜진이 떠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잊은 채 묻어두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잃어야 했던 것들이다. 30년 전 아무도 모르게 일어난 한 소녀의 불행이 이처럼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지고 만 것이다. 결코 잊을 수도, 잊혀질 수도 없었다. 남수만이 말한 '참회'의 실체다. 그저 윤지숙만이 죄인이 되어 법의 처벌을 받는다. 아, 살인범 강인숙도 함께다.

허무하다. 이 모든 비극과 죄의 원인은 결국 남수만이었을 것이다. 남수만으로 인해 아직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나이에 강제로 임신을 해야 했고, 출산을 해야 했으며, 낳은 아이를 버려야만 했다. 다시 돌아온 아이를 밀어내야만 했다. 살려달라는 아이를 매몰차게 내쳐야만 했었다. 죽음마저도 기억에서 지워야 했었다. 남편의 죄를 덮기 위해 살인이라는 끔찍한 죄를 저지른 강인숙 역시 어쩌면 피해자였을 것이다. 가족을 지켜야 했었다. 가정을 지켜야 했었다. 죄인이 된 남편과 죄인의 가족으로서 살아가야 할 세월이 두려웠다. 하지만 정작 남수만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 신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32년 전의 윤지숙도, 19년 전의 경순(우현주 분)도 마찬가지였었다. 한 여자는 죽었고, 두 여자는 죄인이 되었으며, 한 여자는 고향을 등지고 떠났다. 남수만만 남았다. 이 부조리함이야 말로 현실이 아니었을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밝히려는 외부인을 살해한 강인숙처럼 마을을 지키기 위해 부정한 외부인을 밀어내려 한다. 밀려나지 않기 위해 그녀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엄마를 어떻게 미워만 해요. 얼마나 그리웠는데..."

어쩌면 강필성(최재웅 분)이 그동안 저질러 온 살인들의 동기였을 것이다. 한소윤의 말처럼 단지 김혜진은 계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증오한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 그리워한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게 복수하고 싶은 충동과 그럼에도 그런 어머니라도 사랑하고 싶은 본능이 여성을 향한 끔찍한 범죄로 이어진다. 죽음만이 영원하다. 살아있는 것은 언젠가는 변한다. 살아있는 한 언젠가는 떠난다. 영원히 행복할 수 있다면. 김혜진이 자신을 보며 어머니를 이야기한 순간부터 그녀는 강필성에게 어머니 대신이었다. 복수가 아니었다. 협박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을 알리고 싶은 발버둥이었다. 그토록 김혜진이 윤지숙의 주위를 맴돌며 그녀를 위협해 온 것들은. 마지막에 서유나(안서현 분)가 찾은 타임캡슐에는 그런 그녀의 바람이 사진으로 넣어져 있었다.

마지막 노회장의 부활은 사족에 가까웠다. 사실 누구인지 아예 관심도 없었다. 드라마 전체에서도 크게 비중이 없었다. 반전이라고 집어넣었겠지만 전혀 아무런 충격도 배신감도 느낄 수 없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질 뿐이었다. 어차피 노회장의 지시를 받은 폭력조직이 저지른 것을 아는데 누가 사람을 죽였는가 이제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김혜진의 죽임에 대한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범인은 처벌을 받았다. 연쇄살인범 강필성까지 잡혔다. 모든 일이 해결되며 한소윤은 캐나다로 돌아간다. 충분하지 않을까? 무언가 다 끝나고 나서도 무척 거슬리는 티끌보다 더 큰 흠과 같을 것이다. 왜 굳이 필요했을까?

생각한 것보다 더 슬픈 이야기였다. 인간의 선의가 있어 더 아팠다. 미워할 수 없는 어머니였다. 외면할 수만 없는 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원망했고 서로를 부정해야만 했었다. 죄를 지었다. 결국 김혜진도 윤지숙에게 죄를 지은 것이다. 어머니의 남편을 유혹했다. 가족을 지켜야 했다. 가정을 지켜야 했다. 남편과 딸을 지켜야 했다. 사람을 죽여야 했다. 인간이기에 사람은 죄를 짓는 것인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것이 없다. 끝났는데도 후련하지 않다.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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