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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02 09:28

남자의 자격 "청계산을 오르는 수다, 이것이 43.4세의 예능이다.

폼생폼사야 말로 남자의 숙명, 식스팩 멋있어진 자신을 위한 도전을 시작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바로 이런 것이 평균나이 43.4세의 아저씨 예능 <남자의 자격>일 것이다. 고작해야 해발 500미터 남짓한 청계산을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이리 요란하고 수선스럽다. 그냥 여상하게 오를 수 있는 산마저 능숙하게 오르는 것이 대단하고 대견스럽다.

정말 많이 나아진 것이다. 초창기 국민약골을 넘어 국민시체라고까지 불리우던 김태원이었다면 과연 청계산을 오르는 자체조차 가능하기나 했겠는가? 하기는 그럼에도 재작년 1월에는 눈덮인 지리산을 종주하는 무모한 도전에 나서기도 했었다. 기적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놀라운 변화라 할 수 있었다. 그동안의 <남자의 자격>이 가져다 준 변화였다.

확실히 그렇다. 가장 먼저 매봉의 정상에 오른 이경규만 하더라도 벌써 쉰둘이다. 50대다. 김국진과 김태원 역시 벌써 마흔여덟으로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양준혁도 이윤석도 모두 마흔을 넘겼다. 모두가 체력적으로 부치기 시작할 중년의 나이를 훌쩍 지나고 있었다. 아직 젊었을 적에야 청계산 정도는 뛰어서도 오르겠지만 이제는 힘이 부쳐 걸어 오르는 것도 버거울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의외성이 드라마를 만든다면 단지 걸어 오르는 것만으로도 <남자의 자격>이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마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TV를 보면서야 그것도 못하느냐 하겠지만 과연 마지막으로 산을 오른 것이 언제였을까? 마지막으로 몸을 직접 움직여 운동을 한 것은 도대체 언제적이었을까?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욱 일상에 치이게 되면서 가장 먼저 등한히하게 되는 것이 바로 운동일 것이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산을 오르고, 동네를 한 바퀴 달리고, 헬스클럽에서 근육을 단련하고, 어쩐지 그런 시간들이 귀찮고 피곤하게만 여겨진다. 마음으로는 여전히 예전 좋았을 적 그대로지만 그 사이 몸을 갈수록 약해지고 퇴화되고 마는 것이다.

설마 '양신'이라고까지 불리웠던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 양준혁이 그런 몸이 되어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바로 재작년에 은퇴했다. 제작년에 은퇴하고 작년 <남자의 자격>의 새 멤버로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올해 새해 첫날 첫 방송에서 어느새 아저씨가 되어 버린 한 둘레짜리 배를 선보이고 있었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당장 팔굽혀펴기를 하고, 윗몸일으키기를 해도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간의 위력이다.

그래서 가능해진다. 고작 산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만들어지는 드라마라는 것이. 한 편의 콩트를 보는 것 같다. 고작해야 산을 오르는 것인데 함께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마저 이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사건을 만나고 사연을 만든다. 잠시도 쉬지 않고 주목할만한 것들이 만들어진다. 이경규가 가장 먼저 매봉을 오른 것도, 김태원이 여전히 힘들어하며 자꾸만 주저앉아 쉬려 하는것도 그래서 익숙하면서 신선하다.

물론 예능답게 주어진 상황을 이용한 상황극도 빼놓지 않는다. 윤형빈은 김태원을 고려장하려 하고, 김태원은 윤형빈에게 너는 안 늙을 줄 아느냐고 호통을 친다. 김국진은 전현무의 꾀임에 넘어가 바위를 돌며 기를 받는다. 하지만 근본은 다름아닌 '산을 오른다'고 하는 상황이다. 평균나이가 40살을 훌쩍 넘긴 일곱 남자가 단지 산을 오른다는 자체만으로도 어느새 김태원의 팔을 붙잡아 부축해주는 어느 등산객의 마음과 같이 흥미가 생기고 관심이 끌린다.

다른 어떤 예능에서 이럴 수 있을까? <무한도전>에서는 오로지 박명수만이 나이로 인한 저질체력으로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 <1박 2일>에서 김태원과 같은 저질체력이 멤버 가운데 있다면 대부분의 미션이 수행불가능일 것이다. 이경규처럼 몸에 부쳐 자꾸만 빠지려 해도 프로그램은 만들어질 수 없다. 그러나 <남자의 자격>은 허용된다. 남자들인 때문이다. 그것도 어느새 중년을 훌쩍 넘긴 아저씨들이다. 그것이 비판의 소재가 되기도 하지만.

굳이 새해첫날 첫미션을 청계산 꼭대기에서 받아야 했던 이유였을 것이다. 아저씨들이 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TV앞에 앉아 있는 수많은 아저씨들처럼 그들 또한 한심한 모습들이라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느새 많이 달라진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예전에는 전혀 꿈조차 꾸지 못하던 것들이 이제는 버겁지만 어느 정도는 능숙하게 가능해졌다. 아저씨들도 성장한다. 변화하고 발전해간다. <남자의 자격> 멤버들에 대한 보고인 동시에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남자의 자격>만의 이야기였던 셈이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다. 서 있는 것조차 힘들던 김태원이 산을 오르고, 가장 나이가 많은 이경규가 누구보다 먼저 매봉의 정상에 도착한다. 그동안 <남자의 자격>의 남자들은 그렇게 변화되어 왔다. 달라져왔고 발전되어 왔다. 그리고 그 앞에 새로운 미션이 주어진다. 식스팩. 근육은 모든 남자의 로망일 것이다. 아저씨가 되었기에 더욱 탄탄하고 야무진 근육을 부러워하게 된다. 이제 그것을 함께 손에 넣어 보자.

코치진 역시 그런 점에서 많은 고민과 배려가 엿보인다. 한때 양말을 제대로 신을 수 없을 정도로 비만이었던 헬스맨 이승윤과 겉보기에 상당히 마르고 약해 보이는 간고등어 최성조의 코치진은 어느새 달라진 남자들 자신을 상징한다. 이제까지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자신이 되어, 겉보기와는 전혀 다른 탄탄한 자신을 만들어간다. 물론 기왕에 근육트레이닝 코치가 필요한 것 <개그콘서트>의 멤버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도도 없지는 않겠지만, 역시 그들이 갖는 서사가 미션에 의미를 더하는 듯 보인다. 이승윤처럼. 최성조처럼.

결코 쉬운 미션은 아닐 것이다. 필자 역시 근육운동은 커녕 단지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려는데도 많은 결심과 노력이 필요했었다. 그저 건강을 위해 짬을 내어 몸을 움직여주는 수준의 운동이 아니라 직접 시간을 내고 일상을 할애하여 근육을 만드는 목적에 매진하는 운동이다. 먹는 것도, 그리고 운동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들도 그렇게 가벼울 리 없다. 그게 그렇게 간단한 것이라면 지금쯤 근육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사람들로 헬스클럽은 꽉꽉 들어차 있어야 한다. 단지 피나는 노력으로 훌륭한 몸매를 손에 넣은 것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필자이기도 하다.

고작해야 샐러드, 그리고 고구마, 그렇다고 최성조 팀은 그보다 뭐라도 나은가? 먹는 것 하나부터 통제하여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피나는 운동이다. 불과 3개월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식스팩을 만들고 잡지 모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자면 보통의 결심과 노력으로는 안된다. 과연 일곱 남자가 그것을 해낼 수 있을까? 만일 할 수 있다면 필자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운동하는 모습을 눈여겨 보게 된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역시 또한 상당한 의외였다. 김태원의 말마따나 더 이상 팔굽혀펴기에 있어서만큼은 김태원과 이윤석이 같이 놀 수 없는 레벨이 되어 버렸다. 물론 윗몸일으키기에서는 역전되어 있었다. 청계산을 오르는 동안에는 이윤석이 유리했고, 허리굽히기로 유연성을 테스트할 때는 김태원이 더 나았다. 그리고 최연장자로서 모든 종목에서 두루 좋은 성적을 보였던 이경규에게는 감탄하게 된다. 타고났거나 아니면 그 나이가 되어서도 바쁜 일상 속에 얼마나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해왔는가 보여주는 부분이이다. 김태원은 너무 달라져 있었고, 이경규는 그동안의 인상과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이번 미션의 주제일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남자란 역시 폼에 살고 폼에 죽는 동물일 것이다. 근육을 만들고자 하는 것도 폼이고, 그러면서도 운동하는 자기의 모습에 그리 신경쓰는 것도 나름의 폼일 것이다. 많이 운동을 시작하거나 시작하고서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멋있게 근육을 만들고 싶은데 그 과정이 그다지 멋이 없다. 평소 운동과 거리가 먼 사람일수록 더욱 그런 것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차라리 운동을 더 이상은 못하겠다. 그다지 폼이 나지 않는 근력운동을 하면서 폼이 나지 않는다 투덜거리던 김태원의 모습이 그것을 보여준다. 세상에 시련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흥미롭다.

필자에게도 욕심이 생겼다. 근육까지는 사실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날이 추워지기 전까지 매일 한 시간씩 하던 운동을 날이 풀리고 나서도 계속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상당히 성가시고 지겹기까지 하다. 운동하는 동안에 다른 것을 할 수 있을 텐데 아쉽고 아깝기도 하다. 하지만 덕분에 바지 사이즈가 하나 줄었다. 정장을 차려 입었을 때 태가 난다. 물론 필자에게도 잡지모델의 제의가 온다면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미션이었다. 그리고 구성이었다. 미션을 받기까지의 과정부터 코치의 선정까지 그 모두가 하나의 목적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필자도 시청자로서 그 목적을 공유하고 싶어진다. 근육을 만들고 싶다. 멋지고 싶고 건강해지고 싶다. 너무나 당연한 바람이겠지만 말이다.

재미있었다. 적절한 곳에서 터져주는 몸개그에, <남자의 자격>만의 이어지는 끊임없는 수다, 양준혁이 어느새 제법 프로그램에 적응하게 된 듯 보인다. 지난번 소개팅이 양준혁에게 동기를 부여한 모양이다. 전현무는 이경규를 잡는 킬러 김국진의 킬러로 거듭났다. 유독 김국진이 전현무에게만 약한 모습을 보이며 그의 말에 놀아나고 있다. 이경규는 전현무를 잡고, 전현무는 김국진을 잡고, 김국진은 이경규를 바로잡는다. 황금의 트라이앵글이다. 어느새 등산객들과 어울려 커피를 얻어마시는 김태원의 모습은 적응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남자의 자격>다웠다. 최고의 칭찬이다. <남자의 자격>은 역시 <남자의 자격>다워야 된다. 청춘합창단 이후 혼란스럽던 것에서 많이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다. <남자의 자격> 시청자들에게도 어울린다. 이것은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들만의 이야기다. 기껍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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