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2.24 09:02

특수사건전담반TEN "반전에 반전, 유괴라고 하는 서스펜스와 TEN이 만나다!"

유괴당한 아이의 엄마와 아이를 유괴한 범인에게 쓰려진 공범, 분노와 당혹이 교차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이런 때 보면 필자도 촉이 참 좋다. 불현듯 깨달았다. 어째서 유괴범은 아이엄마가 도저히 마련할 수 없는 큰 금액을 그것도 두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준비하라 요구하고 있었던 것일까? 유괴의 목적은 돈이다. 돈을 받아낼 수 있어야 유괴한 의미도 있다. 너무 많은 돈을, 그것도 짧은 시간 안에 요구하면 결국 돈을 받아낸다는 건 불가능하다. 유괴한 의미가 없다.

그때부터 의심이 들었다. 오프닝에서 아이엄마는 거래처에서 지불을 미루는 바람에 자금에 큰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었다. 사실 유괴하는 입장에서, 그것도 여지훈(주상욱 분)이나 백도식(김상호 분)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오랫동안 차근히 준비해 결행한 유기라면 더욱 유괴하는 대상의 부모에 대해서 기본적인 내용은 알아보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돈은 있는가? 있다면 얼마나 있는가? 당장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현금으로 만들 수 있는 자산은 또한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빚은 없는가? 그런데 마치 아이엄마의 경제사정따위는 유괴한 목적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 일방적인 요구만을 하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더구나 실종된지 무려 18시간만에 범인에게서 요구조건이 전해지는 것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18시간이면 충분히 부모 입장에서 경찰에 신고하고, 부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 또한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워낙 사이가 안좋아 먼저 돈을 빌려달라 부탁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러나 전직경찰지었으니 경찰에 신고가 들어가면 돈을 대신 내 줄 수 있는 시아버지도 자연스럽게 사건에 연루되게 된다. 돈은 시아버지에게서 받아낸다. 그것도 경찰이 한창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여지훈이 '믿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라고 말하는 순간 필자 역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엄마가 강으로 던진 가방을 범인들이 집어드는 순간 거의 동시에 애써 가방 안에 감추어 놓은 위치추적장치가 무력화되고 말았다.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경찰을 아예 손바닥 위에 놓고 희롱할 수 있는 초인적인 지능을 가진 범죄자이거나, 아니면 경찰, 혹은 사건과 관련한 당사자 가운데 범인과 내통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누구일까? 답은 분명하다.

그러고 나니 이해가 된다. 아이가 유괴범에 납치되었다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 엄마의 모습이라든가, 의도적인지 경찰이 의도하는 바와 항상 반대로 가려 하는 모습들. 워낙에 자신에 대한 경멸과 혐오를 감추지 않는 시아버지 또한 경찰이었기에 경찰을 믿지 못하는 것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경찰을 믿지 못하는 대신 딸의 목숨을 쥐고 있으니 범인이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기에는 지나치게 범인이 하자고 하는 대로만 따르려 하고 있지 않은가. 이 또한 이상하다.

아무튼 역시나일 것이다. 백도식의 말 그대로다. 유괴는 다른 범죄와 다르다. 다른 범죄는 범죄자가 도망치고 수사관이 그것을 쫓는 일방적인 구조다. 경찰은 범죄자를 잡으려 그의 뒤를 쫓고, 범죄자는 경찰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항하고 도망친다. 그러나 유괴는 다르다. 오히려 수사관은 혹시나 범인이 유괴한 인질을 죽일까 쫓기는 입장에 내몰리게 된다. 인질의 목숨과 그 가족의 간절함과 그럼에도 범인을 잡아야 하는 절박함이 오히려 수사관을 한계까지 내몰고 만다.

주도권마저도 수사관이 아닌 범인에게 있다. 인질의 목숨을 쥐고 있기에 수사관은 범인을 쫓고 있는 와중에도 혹시라도 범인의 감정을 거스를까봐 최대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된다. 범인이 만들어 놓은 무대 위에 손발이 묶이고 눈과 귀마저 가리운채 인질을 위해 범인과 협상하며 최소한 인질을 구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단 한 순간의 실수가 천추의 후회를 남길 것이다. 단 한 순간의 잘못으로 도저히 돌이킬 수 있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 것이다. 다른 수사물에서는 범인이 그런 입장이다.

그래서 긴장되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하고 초조하다. 최근의 스릴러를 보면 단지 주인공이면 자기 하고 싶은 그대로 뒤끝 하나 남기지 않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당연하게 그려진다. 통쾌하기는 해도 긴장은 없다. 불안도 두려움도 없다. 그러나 유괴는 다르다. 못 하는 것 투성이다. 해서는 안 되는 것들 투성이다. 범인이 시키는대로 따르며, 범인의 요구를 들어주며, 시간마저 넉넉하지 않다. 시간을 오래 끌면 인질의 안전이 위험해진다. 그런 가운데서도 아주 작은 틈을 비집고 범인을 찾아내고 인질을 구출해내는 것이다. 아무리 범인을 야무지게 잘 잡았어도 인질의 안전에 이상이 있다면 평생의 한을 남기고 말 것이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다. 현실의 유괴가 아닌 이야기로서의 유괴다. 유괴라는 조건이 갖는 한계들이 더욱 수사관과 시청자를 억압함으로써 불안하게 만들고, 두렵게 만들고, 긴장하게 만들고, 그것을 불만족스럽게 여기도록 유도한다. 격정이 들끓는다.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 순간은 그래서 억눌려 있던 격정이 표출되는 순간일 것이다. 오히려 치밀하고 냉정하게 모든 격정을 억누르고 수사관과 범인이 벌이는 줄다리기야 말로 유괴사건의 백미일 것이다. 말 한 마디, 몸짓 하나가 천추의 한을 남길 수 있다. 범인의 검거와 인질의 안정이라는 위태한 외줄 위를 오로지 얼굴도 모르는 범인과 냉철한 이성과 치밀한 논리로서만 맞서야 한다.

물론 쉬운 소재는 아니다. 만일 유괴가 쉬웠다면 이처럼 좋은 소재를 그토록 많은 작품에서 놓치고 있었을 리 없다. 어쩌면 뻔하게 흘러갈 수 있는 유괴라고 하는 소재를 어떻게 특별하게 재미있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유괴범과 수사관의 치밀하고도 집요한 머리싸움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납득할 수 있게 만들어내는가? 그래서 드라마는 반전을 넣었다. 피해자라 여겼던 유괴된 아이의 엄마가 사실은 범인과 함께 범죄를 모의한 공범이었고, 더구나 아이엄마가 공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뒤를 쫓는 사이 아이엄마는 다시 범인의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박민호(최우식 분)가 필사적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쫓아갔지만 범인은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가 달아난다. 반전에 반전. 이제는 바로 앞도 어떻게 될 지 도무지 모르겠다. 범인과의 치밀한 머리싸움 위에 속고 속이는 반전이 시청자를 배반하며 이어진다.

하여튼 팀 하나는 절묘하게 잘 만들었다. 역시 이런 사건은 여지훈이 전문이다. 그의 야비할 정도로 차갑고 냉철한 이성은 유괴범과의 쫓고쫓기는 머리싸움에 어울린다. 보이지 않는 상대를 머릿속에 그리고, 잡히지 않는 범인을 어느새 머릿속에 구체화시켜 그에게 수갑을 채운다. 그리고 그런 한 편으로 여지훈이 안방에서 머리를 굴리는 동안 백도식은 부지런히 손발을 놀리고 돌아다니며 범인과 관련된 것을 쫓는다. 여지훈은 두뇌, 백도식은 손과 발이다. 여지훈은 이성, 백도식은 직관이다. 나예리(조안 분)은 감성을 맡는다. 그녀의 미묘한 감정의 선이 드라마에 독특한 다른 색채를 덧씌운다. 그나마 정상이 박민호일까?

그에 어울리는 사건이었다. 여지훈에 어울리는 사건이었고, 또한 백도식에 어울리는 전개였다. 박민호는 범인을 쫓고, 나예리는 어쩌면 범인과 교감하고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그 어딘가. 여지훈은 이성을 보고, 백도식은 직관으로 쫓고, 나예리는 섬세한 감수성으로 느낀다. 그래서 하나의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다. 과연 이번 사건의 본질은 무엇일까?

하필 2부작이다. 그렇지 않아도 연말이라 어수선한데 그 어수선한 연말을 한 주 더 기다려서 봐야 한다. 악마의 주문일 것이다. "다음주에 계속..."이란. 그야말로 일주일을 통째로 헌납하라는 악마의 유혹이며 저주다. 이제 이 다음이 궁금해서 일주일을 어떻게 견디라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 'TEN'과 범인의 승부는 이제부터가 진짜다.

재미있었다. 정말 잘 만들었다. 수사팀 한 사람 한 사람의 캐릭터가 살아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각자의 캐릭터가 서로 다른 개성으로 사건과 만나며 풍부한 색채의 스펙트럼을 만든다.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기름져진다. 정통은 아니지만 드라마는 여지훈만의 드라마가 아닐 테니까. 'TEN'이라는 팀이 중심이 되어 사건과 만나고 이야기를 만든다. 절묘하다. 그래서 좋아한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