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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5.10.24 19:59

[인터뷰] '비밀' 박은경 · 이동하 감독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박은경, 이동하 감독 "촬영 장소 찾고 이동하느라 스탭들 피눈물 흘리고 고생"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영화 '비밀'(감독 박은경, 이동하)은 10년전 국도에서 벌어진 20대 여성 납치 및 살인사건이 영화를 아우르는 축이다. 그 주변으로 10년이 흐른 뒤 피해자 가족과 약혼자, 그리고 살인자의 유일한 딸이 그간 깊게 숨겨온 상처를 하나 둘씩 드러낸다. 

중학생 이정현(김유정)과 아버지 이상원(성동일)은 둘도 없는 부녀지간이다. 이상원은 경찰서 강력반 베테랑 형사다. 하지만 이상원의 딸 이정현은 원래 성이 이씨가 아니다. 이 아이는 10년전 이상원이 체포한 살인범 신지철(임형준)의 어린 외동딸이다. 

물며 경찰청 출입기자가 형사 이상원과 그의 딸 이정현의 부녀관계를 의심하고 취재를 시작한다. 

▲ 지난 14일 열린 '비밀'GV시사회에 참석한 김태용감독과 배우 손호준, 김유정, 박은경, 이동하 감독 ⓒ도로시

'비밀' 모두가 살인사건의 피해자, 시간이 지나도 상처 아물지 않아..  

'비밀'은 겉(소재)과 달리 내용이 역설적이다.

영화속 살인사건은 모두가 외면한 장소에서 잔인하게 진행된다. 살인사건들의 전후를 살펴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사회적 약자라는 점이 특징이고, 살인행각은 대중이 볼 수 없거나 듣지 못하는 후미진 곳에서 처참하게 진행된다. 

이 작품은 크게 보면,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상처(병리현상)를 다뤘다. 작게 보면, 비좁은 공간에서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제·사회적 박탈감과 분노가 어떻게 축적되고, 어떤 방식으로 장애를 일으키는지를 보여줬다. 

한편,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박은경, 이동하 감독은 영화 '비밀'을 만든 동기를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포함된 휴먼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다.

영화 '비밀'은 박은경, 이동하 감독에게 첫 작품이나 다름없다. 또한 두 감독이 공동으로 영화를 집필·연출하는 것도 국내 영화계에서는 흔치 않은 모습이다. 본지는 제작사 양아영 PD와 함께 두 감독 인터뷰를 통해 영화 제작 중 많은 공을 들였던 장면(에피소드)과 설명을 들어봤다.

Q 처음 '비밀' 보도자료를 읽었을땐 '신파'로 봤습니다. 막상 영화를 보니 준비를 많이 하셨더군요.

박은경 : 기사에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연상된다고 쓰셨던데요(웃음) 실은 저희 영화가 쓰려던 가제중 하나였어요. 특히 한국에서 금지된 사형 장면을 영화 속에 담은 이유도 극형으로도 해결할수 없는 사람들의 상처를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Q 성동일씨가 연기를 잘하는 건 누구나 잘 알지만, 손호준씨와 김유정 양의 연기력은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의 놀라움을 선사했습니다. 두 분(박은경, 이동하 감독)의 연출 역량도 포함됐다고 생각하는데요.

박은경 : (모두 웃음) 그렇지 않습니다. 배우들이 캐릭터 연구를 포함해 준비를 잘해준 덕분입니다.

먼저 김유정 배우는 기본적으로 시나리오에 대한 이해력이 높았어요. 저희는 김유정 양은 영화속 주인공 이정현과 또래의 학생이라고만 생각했지, 또래 답지 않은 훌륭한 연기를 해낼거라고 예상 못했습니다. 안그래도 김유정 양은 사전 미팅때 캐릭터가 지닌 복합적인 감정과 어두운 내면을 언제 터뜨려야 되는지 물어보고 제안하는 등 저희가 놀랄 정도로 준비를 잘 해왔습니다.

나중에는 "김유정이 생각하는 연기를 해봐라"하고 지켜봤어요. 대신 저희는 촬영하면서 간간히 연기 포인트를 주문하면 알아서 척척해냈어요. 감정적인 설계는 저희도 놀랐던게 성인배우처럼 철저히 준비하고 왔어요. 

이동하 : 김유정 양이 바쁜 와중에도 주어진 시나리오를 많이 읽고, 집중해서 캐릭터 연구를 하는 것 같습니다. 배우들과 사전미팅때 영화에 관해 설명과 대화를 많이했구요. 현장에서는 나무랄데가 없었어요. '비밀'을 기획하고 각본을 준비한 기간은 길었지만 막상 촬영 일정(25회차)은 빠듯했어요. 그래도 고마운게 손호준은 감정적으로 힘든 배역이었는데요. 잘 해줬어요.

박은경 : 특히 손호준 배우는 저희들이 많이 미안하죠. 취중 연기를 더 리얼하게 하려고 실제로 술도 마시고 촬영할 만큼 대단한 열의를 보였어요.(웃음) 더구나 손호준이 맡은 남철웅이라는 캐릭터는 힘든 배역이었어요. 폐가에서 살해된 강유신(서예지)의 약혼자였는데요. 감정연기가 매우 다양한데다 복잡하고 낯선 캐릭터를 소화해야만 했어요. 제작 여건상 촬영분(테이크)을 더 많이 할애 못한게 아쉬웠습니다.

양아영 PD : 영화 '비밀'은 손호준씨가 자신의 의지로 처음 선택한 작품이에요. 그전까지는 회사와 협의해서 일을 해왔다면 '비밀'은 본인도 의지와 욕심을 갖고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의사를 전달해왔어요. 촬영기간동안 현장에서 배우로서 매사 열과 성의를 다하는 모습에 놀랐어요. 신지철 연기를 리얼하게 해준 배우 임형준씨도 너무 고맙구요.

Q 살인범 신지철(임형준)의 사형 장면은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는데요. 사형수 신지철이 중학생이 된 딸 정현(김유정)이 사형집행장에 온 것도 모르고, 마지막으로 딸이 어렸을때 못해줬던 생일 축하곡을 목청껏 부르는 장면에서 눈물도 나고 먹먹하더군요. 

이동하 : 신지철 역을 맡았던 임형준씨가 연기를 잘해줬어요. 초반 편집에는 정면 클로즈업도 있는데 보면 울컥해요. 최종 편집에서 임형준, 손호준, 김유정 등 각각의 배우들의 모습을 비추기 위해 사이드로 촬영된 장면이 선택됐지만, 롱테이크 장면(사형집행)에서 대단히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줬죠. 특히 임형준씨는 저희들과 사전 대본 리딩을 제일 많이 했었습니다. 

박은경 : 저희가 촬영전 임형준 배우에 대해 잘 몰랐던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생일축하 노래 장면은 여러 각도에서 촬영을 되풀이 했는데요. 유족으로 참석한 배우들의 눈물을 흘리면서 감정을 잡는 씬을 촬영하려고, 매 테이크(촬영분)마다 임형준 배우가 수도 없이 생일 축하 노래(가이드)를 불렀어요. 그때마다 저희도 울컥했구요. 

Q 영화 '비밀'을 보며 사회 소외계층과 계급갈등을 다룬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들더군요. 맞습니까?

박은경 : 교도소에서 출소한 신지철은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입니다. 그런 그를 가족도 외면합니다. 그때 아내와 딸, 혹은 누군가 손을 잡아줬다면 과연 신지철이 살인범죄를 저질렀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물론 사이코패스 살인범은 다른 형태의 범죄유형이겠지만 적어도 신지철은 딸 생일을 축하하고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맨 처음 써내려간 시나리오는 신지철(임형준)의 교도소 출소 장면에서 시작하는데요. 거기선 누구도 신지철을 맞아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는 엔딩 장면에서 이상원(성동일)이 교도소에서 출소하지만 딸 정현(김유정)이 맞아주는 장면과 극명한 차이가 납니다. 

사회갈등과 비극을 다룬건 맞지만 제도와 사회의 모순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습니다. 가령, 영화속에서 사형집행 장면을 넣었지만 굳이 제도의 모순을 밝히지 않아도 역지사지로 충분히 공감할수 있다고 봤습니다. 작가의 자의식을 영화를 통해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 지난 19일과 21일 열렸던 '비밀' GV시사회 컷 ⓒ도로시

Q 양평, 폐성당(강화도) 등 촬영기간동안 여러곳에서 촬영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을 것 같습니다.

박은경 : 우선 이동하 감독님이 경기 양평에 사세요(웃음) 저희가 예산도 빠듯하고 25회 차다 보니, 하루에도 이 장소 저장소로 옮겨가며 촬영하다 보니 힘들었죠. 제작부, 연출부 모두가 엄청 고생했죠. 양아영 PD는 맨날 울었어요. 정말 눈물밖에 안나오는 현장이었어요(웃음)

이동하 : 저희 스탭들이 고생을 많이했죠. 양평 길은 제가 잘아는 장소였구요. 폐성당하고, 빈촌 가옥은 미술감독이 촬영 장소를 구했어요. 스탭들이 전부 나서서 대부분의 촬영 장소를 찾아냈어요. 덕분에 제작부는 밥도 못먹고, 다들 고생 많았고, 양아영 PD는 현장에서 눈물 밖에 안나오고 그랬었죠.  

Q 두 감독님은 언제고 다시 한 번 영화를 만드실거 같은데요. 준비중인 차기작은 있는지요?

박은경 : 지금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오고 각종 시사회를 다녀온 뒤라 여전히 정신이 없어요(웃음) 그냥 문득 생각나는건 앞으로도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비밀'은 이동하 감독님과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공동작업을 했어요. 다음은 각자 작품을 만들어보고, 언제고 여건이 주어진다면 다시 한번 이 감독님, 양아영 PD와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동하 : '비밀'은 원래 여섯명이 주인공이었어요. 살인범(피의자)와 피해자에게 고루 인물 비중을 주면서 각각이 처한 입장과 아픔(상처)을 보여주려고 했었죠. 혹, 기회가 된다면 애초 계획대로 여섯명이 주인공인 드라마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희망사항이 있다면 휴먼드라마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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