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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5.10.23 18:38

[인터뷰] '울보 권투부' 이일하 감독 "모든걸 내려놓고 촬영에 임한 작품"

원제 '붉은 주먹'이 다큐영화 '울보 권투부'가 된 사연은?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오는 29일 개봉예정인 다큐멘터리 영화 '울보 권투부'(제작: Exposed Film / 배급 : 인디스토리) 이일하 감독은 2002년 일본으로 유학해 타마 미술대학교에서 학부를 마쳤고, 일본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오사카 예술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일하 감독은 '울보 권투부' 제작전 일본 나가노현에서 스타벅스 입점을 반대하는 운동을 액션다큐를 제작하기도 했다. 내용은 나가노현 출신의 정치인이 스타벅스를 유치하려고 본사에 편지를 보내고 입점되자, 현지 주민들이 반대운동에 나선 모습을 촬영했다.

▲ 다큐영화 '울보 권투부'를 만든 이일하 감독 ⓒ인디스토리

감독 이일하, "모든걸 내려놓고 만든 '울보 권투부'를 만들었어요"

이일하 감독은 '울보 권투부'를 만들고자 촬영기간 1년 6개월, 편집기간 4개월 등 총 2년여에 걸쳐 제작했다. 현지 재일동포들이 다니고 있는 도쿄조선중고등학교(도쿄조고) 권투부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다큐 영화를 제작했다. 

'울보 권투부'는 다큐영화임에도 잔잔한 드라마를 자연스럽게 연출하고, 스토리 또한 감동과 웃음을 상영시간 86분동안 전달했다. 빅뱅과 비스트를 좋아하는 재일청소년들이 우경화된 일본을 향해 내지르는 펀치가 왠지 보는 이로 하여금 먹먹하게 만든다.

본지는 오는 10월 29일 '울보 권투부'를 개봉하는 이일하 감독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 영화 제작을 위해 배웠던 전공과 스타일을 포기하고 오로지 도쿄조고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패기, 끝내 터지는 울음, 그리고 엄하지만 때로는 눈물도 많은 선생님들의 모습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Q 영화 '울보 권투부'를 보면 도쿄조고 권투부 학생들이 매번 경기를 마칠 때마다 울던데, 그래서 제목이 울보였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혹시, 재일동포로 차별받고 성장했기 때문일까요?

영화를 기획할 당시는 가제를 '붉은 주먹'으로 정했습니다. 일부 기사들은 '붉은 파이터'로 보도하긴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구요. 재일동포들이 일본에서 소수민족으로 차별받고 살다보니 한이 맺혀서 주먹으로 맞선게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하지만 막상 촬영을 해보니 현지(일본) 청소년들이 대체적으로 눈물이 많다는걸 느꼈구요. 청소년들이 가진 애틋하고 순수한 감정도 보였고, 대부분은 노력 끝에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나오는 눈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울보 권투부'라는 제목은 제작 기간동안 등장인물들(재일동포)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뭍어나온 것 같습니다.  

Q 독일과 일본은 전범국가임에도 어떤 나라는 눈물이 없어도 사죄하고, 어떤 나라는 평소 눈물을 많지만 사죄는 커녕 역사마저 부인하네요?

(일본) 예. 전범국가이긴 한데 일반시민들은 따뜻해요. 일왕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전쟁을 준비하더군요. 평소에는 친절하고 예의바른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전쟁을 일으켰는지..  

Q 지금도 일본은 한국인들에 대한 차별과 혐한운동이 점차 늘어나고 있더군요. 그런 분위기를 바라보는 재일교포들은 상대적으로 고립돼 있지 않나요?

일본의 '혐한'(嫌恨) 현상은 비단 자이니치(재일교포)들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저처럼 '뉴커머'(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한국인)로 사는 모든 교포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도쿄에는 많은 한국상점이 몰려있는 신오쿠보 거리가 있는데요. 2012년 혐한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상권이 크게 위축됐어요. 신오쿠보거리는 몇년 전까지 걸어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한류붐이 일었는데요. 지금은 한산합니다.

Q '울보 권투부' 촬영시점은 그때부터인가요?

예. 2012년에 시작해서 2013년에 도쿄조고 권투부 학생들이 3학년일 때 영화에 나오는 장면 대부분을 촬영했구요. 2014년 졸업시점에 마무리했습니다. '울보 권투부' 초반에도 나오지만 혐한시위가 최고조에 달할때 제작했습니다. 현재도 일본의 혐한의 기세가 조금 줄어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한인거리에서 벌어지는 혐한시위는 여전합니다. 

Q 영화에 나오지만 한반도 분단은 남북한의 문제였고, 아무도 서로의 국적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라고 나오더군요. 

예. 그렇습니다. 학생들은 국적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서로가 '동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은 어느정도 남북한 정세를 알지만, 학생들은 정치, 국적과 상관없이 학우들과 잘 놀고, 열심히 운동하고 공부하고 있어요.

Q 영화가 전반적으로 뭉클하면서 먹먹하더군요. 지금 남북한, 한일관계를 보면 더 안타깝기도 하구요.

저는 남북한, 한일관계 같은 암담한 현실과 정치 상황은 우선 접어두고, 현지 도쿄조고 권투부 학생들이 좋아하는 운동을 즐기고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 점이 영화를 제작한 이유였구요. '아, 재일동포 청소년들도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순수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는구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상이나 메시지를 상당히 배제했습니다.

대학교에서 영화와 미디어아트를 전공했고, 단편도 한편 만들었어요.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좋아하지만 '울보 권투부'를 촬영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모든걸 내려놓고 제작에 임했습니다.

▲ '울보 권투부' 도입부 화면컷 ⓒ인디스토리

Q 촬영 당시와 지금은 시간이 상당히 지났는데, 도쿄조고 권투부 3학년생들은 어떻게 됐나요? 혹시 국적을 바꾼 사람도 있나요?

촬영당시 권투부 학생들은 졸업하고 국적을 바꾼 친구는 없습니다. 졸업후 대학교에 입학하거나 취직한 친구도 있고, 요리사로 활동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현재 프로복서로 열심히 활동하는 '박겸현'이라는 친구도 있습니다. 만화 보고 권투를 시작했다는 친구입니다.

국적 문제(대한민국 국적자를 제외하고)는 정확하게 말하면, 북한 국적은 일본에 존재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일본과 북한이 수교가 안되어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국적취득이 불가능합니다. 현지 재일조선인들은 남북한이 분단되기 전에 사용됐던 '조선적'이라는 명칭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가령, 대한민국 국적자는 일본에서 여권사용이 가능하잖아요. 반대로 재일조선인은 일본 국적이 아니기 때문에 여권이 없어요. 그래서 재입국 허가서를 발급받아 일본에서 살고 있습니다. 만약 남북한이 통일되면 그때가서 재일조선인들이 국적신청을 하지 않을까 싶군요. 

일례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현지 교포분들과 인터뷰할 때였어요. 그때 연세가 지긋하신 분을 만나뵈었는데요. 이분은 내 나라 내 민족을 사랑한다면서 울면서 남북한 통일을 염원한다고 거듭 말씀하셨어요. 우리가 바라보거나 느끼는 남북한 통일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다큐 영화가 각본없는 드라마처럼 느껴집니다. 시합때마다 다양한 표정이 보이고, 특히 도쿄조고 권투부 코치님이 무섭더군요. 그런데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 사용하는 언어가 좀 어색하더군요. 

학교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김상수 선생님인데요. 평소에는 수줍음을 많아 타세요. 하지만 복싱장에 들어가면 진짜 호랑이같아요. 복싱이 투기종목 중에서 위험하잖아요. 권투부 학생들은 입단부터 부모님들이 강하게 말리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응원도 하지만, 다들 언제 다칠까 노심초사 합니다. 그래서 코치님은 복싱부 아이들이 큰 사고없이 경기를 치루게 하려고 엄하게 대합니다. 

재일동포들이 사용하는 말은 '재일어'(在日語)라고 하는데요. 남북한 사투리, 일본어 등이 섞어있어요.  

     

Q 감독님 차기작은 준비중이신가요? 

일본에서 혐한단체에 맞서 싸우는 '초압력저지집단'이라는 일본시민들이 구성한 단체를 소재로 다큐영화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전 야쿠자출신이 리더인데요. '카운터'라는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데요. 혐한단체가 'Hate Speech'라는 데모를 하면 이들을 물리력으로 막는 단체입니다. 저는 이분들의 활약상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 말 정도에 공개될것 같습니다. 

주로 SNS에서 활동하는 일본 시민들인데요. 초압력저지집단 리더는 혐한단체와 싸우다 교도소를 3번 다녀왔어요. 이분들은 일본 청소년들에게 살기좋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어서 이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일본내 극우단체들이 사회불안을 조장하니까 비민주적이라고 규정하고 단체를 구성하고 혐한시위를 막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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