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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음악
  • 입력 2015.09.20 08:11

[김윤석의 드라마톡] 디데이 2회 "점층되는 위기와 긴장, 한국적 재난의료드라마를 위해"

적절하면서 효율적인 특수효과와 익숙한 인간의 드라마가 기대를 높이다

▲ 디데이 포스터 ⓒJTBC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디데이. 재난의 위험과 드라마적 긴장감을 점층시킨다. 평범한 일상에서 그나마 수습가능한 작은 재난에서 인간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더 큰 재앙에 이르기까지. 단지 이상과 신념이, 이익과 양심이 충돌할 뿐인 현실에서 그마저 한가하게 여겨지는 절박한 상황으로. 아직까지 이해성(김영광 분)에게는 미래병원과 미래병원 의사들을 비난할 수 있는 여유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동안의 경험과 상식으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래가 그들에게 밀어닥친다.

특수효과는 나무랄 데 없다. 괜한 욕심으로 스케일을 키우기보다 시청자들이 실제 보게 될 장면의 완성도에만 집중한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싱크홀이다. 적당히 터지고 적당히 무너진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큰 피해와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을 수 있다. 그것은 얼마든지 시청자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드라마의 중심인물인 이해성(김영광 분)과 정똘미(정소민 분), 박지나(윤소희 분), 최일섭(김상호 분)이 활약해야 할 현장이다. 실제라면 전체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드라마이기에 그 일부가 전부가 된다. 바로 그것에 소홀하지 않음으로써 전체의 완성도를 한꺼번에 끌어올린다. 드라마의 다급한 상황에 함께 휩쓸려 끌려들어간다.

아직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재난에 대해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어제와 같은 평범한 일상들이 이어진다. 여전히 자신의 야망을 쫓고, 탐욕을 추구하고, 서로 다른 이상과 신념을 위해 다투고 부딪힌다. 사람을 하나 겨우 살렸다. 의학드라마에 있어 필수요소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의학드라마를 굳이 찾아보는 이유다. 항상 죽음을 이웃해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 있어 죽어가는 한 인간의 목숨을 살리는 기적이란 것은 위로이면서 구원일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신과 예언자, 혹은 마술사들에 의해 이루어지던 기적을 현대에 이르러 의사와 과학이 대신하게 된다. 그마저 인간의 예지와 역량이 도저히 미치지 않는 묵시록적인 재앙에 직면하고 만다. 진정한 구원은 바로 그같은 절망의 나락에서 찾아오게 된다.

아무튼 여전히 한가롭다. 가장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여전히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려 하고 있었다. 정똘미가 굳이 아직 재앙이 밀어닥치지도 않았는데 이해성의 수술을 도우며 의사로서의 자각을 일깨울 필요는 없다. 이해성은 시념은 1회에 이어 반복되고 있었다. 병원장인 박건(이경영 분)과 성공지향적인 의사 한우진(하석진 분)과의 충돌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더구나 자신의 지역구에서 상당한 규모의 재난이 발생했음에도 아무일없이 태연하기만 한 국회의원 구자혁(차인표 분)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바로 첫회에서 한반도에서의 지진발발 가능성을 제기하며 공청회까지 열고 있었다. 역시 조금 더 1회와 2회의 분량을 압축해서 한 번에 보여줄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이해성과 동생 이우성(송지호 분) 사이의 가정사까지 끼어들고 있었다.

그래도 드라마적으로는 매우 극적인 흥미로운 장면들이 보여지고 있었다. 도심에서 작지 않은 재난이 일어났다. 예상치 못한 재난에 당황하면서도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대처한다.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병원에서 애써 이송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내보낸다. 그 환자를 살리기 위해 이해성은 부족한 설비에도 수술실을 열고 폐쇄되었던 중환자실까지 다시 가동시킨다. 외과수술 경험이 없는 3년차 레지던트와 인턴시절 이후 벌써 10년 넘게 수술실이라고는 들어가 본 적 없는 정신과 의사를 수술에 참여시킨다. 굳이 수술이 디테일하지 않은 것은 현실적인 여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드라마에 그다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장면이 아니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필 이해성이 수술해서 살린 환자가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다. 미래병원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당사자다. 사건은 반전을 일으키며 보다 복잡하게 얽혀간다. 알고보니 이해성이 살린 당뇨환자 역시 병원장인 박건의 매형이며 재단의 실소유주였다.

어쩌면 더 큰 자극을 요구하는지도 모르겠다. 더 충격적이고 더 확기적인 무엇을 기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국드라마의 현실에서 재난의료드라마란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딛은 것에 불과하다. 과연 시청자들이 좋아할까 불확실한 부분들도 많다. 가장 안전한 길을 선택한다. 새로운 시도와 함께 미리 보험을 들어둔다. 낯설고 새로운 것들이 어색할 때 사람들은 편한 익숙함에 기대려는 경향을 보인다. 재난의료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개인들의 이야기로도 얼마든지 재미있을 수 있다. 평범하고 보편적이지만 그만큼 마음놓을 수 있게 해준다.

제작비도 만만치 않다. 벌써 80%이상 사전제작을 하며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실제 드라마의 만듦새 역시 다른 외국의 드라마들에 비해 썩 나쁘지 않다. 허술한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비교대상과 여건 자체가 너무 다르다. 결국은 이 난해하기까지 한 복잡한 설정과 구성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잘 마무리지을 것인가. 여전히 사랑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깨닫고 성장도 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드라마다. 어떤 순간에도 인간은 살아간다. 디데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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