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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피플
  • 입력 2015.09.12 22:12

[인터뷰] 영화 '영도' 배우 이상희, "밝은 역할 연기 해보고 파..."

이상희, 올해 제5회 사할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수상 기염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영화 '영도'(감독 손승웅)에서 주인공 영도(태인호)를 찾아온 미스터리한 여인 미란 역을 맡아, 짧지만 야누스 같은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가 한 명 있다. 배우 이상희이다.

최근까지 이상희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미생: 프리퀄', '만신', '마돈나' 포함, 15편의 장·단편에 조·주연 및 단역으로 출연해 다양한 연기를 펼쳐보였다. 여기에 9월초 사할린 국제영화제에서 가족 영화 '철원기행'(감독 김대환)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차분히 자신의 미래를 다지고 있다.

▲ 영화 '영도' 미란(이상희) 캐릭터 컷 ⓒ콘텐츠 판다
12일 영화 촬영을 위해 2주간 프랑스 파리로 떠나는 배우 이상희는 다부진 성격의 소유자이다. 본지는 그녀가 유럽으로 떠나기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카페에서 만나 국제영화제 수상 소감과 영도 촬영장에서의 에피소드를 인터뷰로 담았다.

이 자리에서 그녀는 나름의 강단(剛斷)과 소신을 드러내며, 연극·영화 전공자가 아님에도 어떤 이유로 배우의 길을 선택했는지, 어떻게 '영도'와 '철원기행'에서 양극단의 캐릭터를 소화해냈는지 조용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영도'는 제 출연작 중 탑 3에 들만큼 서로의 합이 잘 맞아..

▲ 영화 '영도'의 감독 손승웅(좌), 배우 이상희(가운데), 배우 태인호(우) 컷 ⓒ스타데일리뉴스

Q 영화 '영도' 제작과정에서 손승웅 감독님과 많은 대화가 오갔을 것 같습니다. 어땠나요? 

감독님과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눈 것 같지 않습니다.(웃음) 제가 맡은 미란 역은 분노가 가득한 주인공 영도(태인호)를 흔드는 캐릭터인데요. 저는 사전에 오디션을 보고 합류했습니다. 그때 제가 다른 장편 독립 영화 스케줄과 겹쳐서 힘들거라 생각했는데요. 마침 '영도' 크랭크인이 3주 이상 미뤄졌어요. 그 덕분에 출연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영도'에서 제가 연기한 미란이 주인공 영도(태인호) 가슴을 향해 "네 심장을 달라"며 식칼을 들이대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장면에서 영도가 더 찔러보라며 미란의 칼을 쥐고 자신의 심장을 찌르잖아요. 그때 "나도 영도처럼 저럴수 있겠구나"하는 심정이 들었어요. 

물론 제 자신과 비교해 볼때 정도의 차이가 분명 있겠지만 영도는 연쇄살인마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차별과 멸시를 받았고 세상에 대한 원망이 많잖아요. 이런 사연들을 복기하고 제작 현장에서 감정이입이 되면서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많이 공감하고 심정마저 느끼게 된거 같습니다.  

Q 영화 '영도'와 '철원기행' 두 작품을 소화하셨는데요. 특히 '철원기행'은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구요. 각 현장에서 어떤 차이를 느끼셨나요?

'영도'는 제가 다녀본 촬영 현장 중에 '탑 3안'에 들 정도입니다. 부산 영도구에서 촬영했는데요. 제작 당시 막내 스탭도 긴장한 채로 영화 촬영에 임하더군요. 저도 '영도' 현장의 비장한 분위기에 압도되서 연기에 몰입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느와르적인 느낌도 들었어요. 

'철원기행'은 '영도' 촬영 일정을 마치고 바로 강원도 철원 제작 현장으로 달려가 만든 작품입니다. 영화가 올로케이션으로 강원도 철원에서 촬영하려고 했는데요. 눈이 배경인 작품인데, 그때 철원에 눈이 내리지 않아서 감독님의 순발력으로 새벽에 제작진과 배우 모두가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도 고성으로 이동해서 촬영을 마쳤어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건 제가 보기에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제작 현장도 주연을 맡으신 문창길 선생님과 이영란 선생님 두 분이 정말 자상한데다 잘 대해주셨어요. 저는 그런 분위기에 뭍어가는 입장이었구요.(웃음)

Q '영도'에서 인상깊게 봤습니다. 연기가 뛰어나더군요. 엔딩씬이 비극이라는 것만 빼고..

영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손승웅 감독님은 철저하신 분 같습니다. 노출씬을 예로 들면, 오디션을 볼 때부터 정확하게 "어디부터 어디까지 장면이 촬영된다"라고 말씀을 주셨구요. 촬영 전 현장에서 저를 따로 불러서 세팅된 현장과 모니터를 번갈아 보여주며, 제가 어디에 나올거며 "저희(제작진)는 이 장면을 몇 초 가량 쓸겁니다"라고 설명해줬어요. 듣기로는 어떤 작품은 현장에서 콘티가 다 마련되지 않아, 힘들게 촬영을 마쳤다고 하더군요. 손 감독님은 매 장면 하나 하나를 서로 상의하면서 촬영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엔딩씬은 영화 시사회를 보고나서 알았어요. 그래도 '영도' 엔딩 장면이 주인공의 두려움이 응축된 장면이라면, 이것은 주인공 영도가 혼자 만들어낸게 아니라고 봅니다. 주변 사람들과 사회의 시선과 차별이 주인공을 구석으로 몰아간 거잖아요. 감독님의 엔딩씬에 대해 공감했던건, 영화가 비록 주인공의 행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심정과 두려움을 보는 이로 하여금 그대로 전달했다고 생각해요. 

Q 연기를 시작하게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사실 저는 연극영화과 전공이 아닙니다. 부산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서울에서 3년 동안 했구요. (배우생활을) 좀 늦게 시작했어요. 연기자 생활을 시작할 무렵 부모님 반대도 많았었습니다. 그래도 이 길을 선택한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여러 오디션을 보고 단편, 장편 등 독립영화부터 주어진 역할 가리지 않고 연기를 했습니다.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오디션과 현장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어요.

Q 평소 촬영스케줄이 없으면 무엇을 합니까?

촬영이 없으면 틈나는대로 혼자 극장을 찾아갑니다. 배우가 되기 전부터 장르 가리지 않고 많은 영화들을 봤습니다. 주로 다양성 영화를 선호하는 편인데요. 나머지 시간이 주어지면 개인적으로 법정스님을 좋아해서 집필하신 책들을 읽고, 다시 반복해서 읽어 봅니다. 

Q 작품만 좋다면 배역 가리지 않고 출연할 의사가 있으십니까? 해보고 싶은 작품은?

연출진만 괜찮다면 저는 어디든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감독님이 배우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 더 좋지요. 영화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기계적으로 제작하기 보다 상호간의 좋은 느낌과 현장에서의 의기투합이 잘 이뤄진다면 망설일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제가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배역을 맡고 싶어요. 지금보다 좀 더 밝은 역할을 연기해 보고 싶습니다.(웃음) 해보고 싶은 작품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시대물에 출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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