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피플
  • 입력 2015.09.06 11:17

[인터뷰] 영화 '영도' 태인호, "'초록물고기' 한석규 선배님이 연기했던 막동과 같은 캐릭터 도전해보고 파"

배우 태인호, 미생 성대리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혼신의 연기 펼쳐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한 달이라는 짧은 촬영기간 동안 맡았던 배역을 놓고 생각과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영화 '영도' 주연배우 태인호와의 인터뷰 중에서)

배우 태인호는 지난해 화제가 됐던 금토드라마 '미생'(연출 김원석)에서 진상 캐릭터 성대리로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실감나는 직장 상사의 모습을 보여줘 인기를 모은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영화 '영도'(10일 개봉)에서 주인공 영도를 맡아 변화무쌍한 표정과 다면적인 모습으로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영화 속 주인공 영도는 자신의 아버지가 극악무도한 살인범이라는 이유 때문에 부산 영도구를 단 한번도 벗어나지 못한채 감시와 차별을 받고 사는 불우한 인물이다.

태인호는 영도를 연기하며 주변의 손가락질과 멸시에 지친 표정을 넘어, 범죄자의 자식이면 끝까지 죄인으로 살라고 말하는 이 사회를 향해 분노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미생'의 성대리가 생각나지 않을만큼 흠잡을데 없는 연기였다. 

4일 오후 배우 태인호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카페에서 만나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막상 만나보니 미생의 성대리, 영화 '영도'의 거칠고 분노의 표정을 지닌 주인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잘 웃는 표정에 스마트한 체구와 인상, 그리고 예민함과 신중함이 눈에 띄었다. 

▲ 영화 영도에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태인호 컷 ⓒ콘텐츠 판다

Q 영화 '영도'는 주인공이 분노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쉽지 않은 캐릭터인데요. 연기를 실감나게 하신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영도'를 연출한 손승웅 감독과 잘 아는 사이인데요. 제안을 받았을 때, 일단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제 스스로가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그때 같이 해보자라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받아 보니까 겁이 덜컥 나더군요.

주인공 영도가 가지는 감정을 배우로서 잘 표현해내지 못하면 작품에 피해가 갈것 같아 많이 고민했었어요. 시나리오 받고 출연 결정까지 3주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한 달이라는 짧은 촬영기간 동안 맡았던 배역을 놓고 생각과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Q 언론배급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들었는데요. 촬영기간 동안 진짜 라면하고 반찬 몇 가지 빠진 도시락으로 식사했나요? 평소 몸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좋아하는 음식은?

(웃음) 그거는.. 웃자고 한 말 같구요. 다들 시간이 없어서 후딱 먹고 촬영에 들어가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부산 영도에서 다들 바쁘게 촬영했던 기억이 납니다. 예산도 빠듯하고, 제작기간 안에 촬영을 마쳐야 하니까. 그랬던게 아닌가 싶구요.

저는 몸 관리가 철저한 편이 아닙니다. 헬스장은 가끔 답답하고, 그래서 집이 있는 일산 근처에서 조깅으로 체력을 관리합니다. 음식은 순대국을 자주 먹구요.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습니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많다보니까. 연기 말고 따로 신경쓰는건 없습니다.

Q 미생에서 맡은 성대리와 영화 '영도'에서 주인공 영도를 연기하면서 어떤 차이를 느끼셨나요? 또 영화 배경이 부산 영도구인데 서울과 달리 낯설고 차갑더군요.

성대리는 극중에서 어떤 상황이건 쉽게 말하는 캐릭터이지만, 영화속 주인공 영도는 주어진 현실이 열악해 늘 고민하고 어렵게 말하는 성격입니다. 

저도 부산 토박이지만 영도라는 곳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서울에서 사는 사람도 서울시내 안가본 곳이 많듯이 저도 이 영화에 참여하면서 처음 가봤습니다. 부산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제가 들은 바로는 영도는 선원들이 많이 사는 곳이고, 거칠은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부산 영도에서 다리 하나 건너면 바로 남포동인데요. 부산 영도는 시간이 좀 멈춰있는듯 한 느낌이 들구요. 육지와 다소 대비되는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공간적으로 묘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Q 캐릭터에 대한 질문인데요. 영화 '영도'에서 주인공 영도가 미란의 어린 딸을 대하는 느낌과 다른 일반 사람들을 대하는 느낌이 다르더군요? 

영화 속에서 주인공 영도는 어릴 때부터 일반사람들이 겪을 수 없는 감정과 경험을 했습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처한 탓에 자신이 해결할 수 없거나 포기한 것들이 많았을 겁니다. 자신의 심장을 달라고 말하는 미란을 포함해 성인들을 대하는 태도는 분노와 의심이 전부이지만, 미란의 아이를 보며 순하고 여린 감성이 나타난 건, 영도가 어렸을 때 느꼈던 것들이라고 봅니다. 주인공 영도의 어린 시절은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주변 환경에 의해 변해버린 불우한 삶이었으니까요. 

▲ 영화 '영도'에서 주인공 영도(태인호)의 스틸컷 ⓒ콘텐츠 판다

Q 영화 마무리가 가혹하더군요. 영도의 유일한 친구 꿍(김근수), 영도의 유일한 여인 미란(이상희)과의 연기 궁합은 어땠습니까? 

이 영화는 감독이 의도하는 바가 충분히 표현됐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촬영하면서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도 많았었구요. 꿍 역을 연기한 김근수와의 합은 좋았습니다. 절친 '꿍'(김근수)과 만나는 장면들은 주인공에 집중된 무거운 분위기를 밝고 생동감있게 잘 바꿨습니다. 

지금 기억나는건 미란 역을 맡은 이상희씨가 극중 저와(영도) 대면하는 씬에서 어떻게 해낼까 궁금했습니다. 저를 향해 '네 심장을 달라'는 대사가 자칫 잘못하면 어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이상희 배우는 정말 잘 표현했습니다. 

Q 영화 '영도'를 보니 거칠고 잔혹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또한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 거의 없더군요. 촬영하면서 감독과 자주 대화를 가졌습니까? 회식도 자주 갖지 않았을까 싶네요?

매 씬마다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촬영에 임했습니다. 제작기간 한달동안 25회차로 다 마쳐야하는 상황이었어요. 거의 매일 아침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강행군을 했어요. 돌이켜보면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감독님이나 저나 서로 긴장하고 예민했던 것 같습니다. 다들 매끼 먹는것도 대충 후딱 해치울 만큼 시간이 없었어요.

감독, 스탭, 배우들 모두가 오직 영화에만 집중했고, 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오면 바로 잠자리에 들기 바빴습니다. 회식은 영화 촬영(크랭크 업)을 다 마치고 가졌습니다. 그때서야 배우, 감독, 스탭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도 나누고 그랬습니다. 

Q 영화를 보면 쉽지 않은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하시는 것 같은데요? 앞으로 무슨 작품, 어떤 배역을 해보고 싶으십니까?

부산에서 학교 다닐때부터 연극을 계속해왔구요. 졸업하고 극단에서 활동하다 2008년에 서울로 올라와서 영화와 드라마를 하고 싶어 오디션을 보러 다녔습니다. 제가 아직까지 기라성같은 선배님들에 비해서 한계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륜이 많이 뭍어나거나 이런 관록은 시간이 지나봐야 나오지 않을까 싶군요.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웃음)

지금은 강우석 감독님의 사극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 배역을 맡아 촬영 중이구요. 드라마 '태양의 후예'(KBS2TV)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희망사항이 있다면 영화 '초록물고기'에서 한석규 선배님이 연기했던 막동과 같은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너무나 하고 싶은 역할 같습니다.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이면 시사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습니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