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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2.06 08:14

브레인 "출세인가? 의사인가? 이강훈, 선택의 기로에 서다!"

마침내 드러나는 이강훈과 김상철의 과거 사연이 흥미를 더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삶이란 곧 선택이다. 주어진 선택지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하는가? 외부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건은 바로 그러한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일어나게 된다. 어떤 선택을 하는가가 스스로의 삶과 존재를 정의하기도 한다.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이강훈(신하균 분)에게도 그러한 선택지가 찾아왔다. 더 이상 천하대학병원에는 있을 수 없게 되었다. 학과장인 고재학(이성민 분)과는 이미 관계가 틀어질대로 틀어졌고, 동기인 서준석(조동혁 분)은 어느새 한 발 먼저 조교수가 되어 그를 압박해 오고 있다. 대외적으로 인망이 높은 김상철(정진영 분)으로부터도 배척당하고 있으니 과연 천하대학병원에서 그가 있을 자리는 어디인가?

그런데 기껏 선배의 권유를 받아 찾아간 혜성대학병원은 천하대학병원에서와 같은 그의 방식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이미 조교수로 내정된 혜성대학출신 의사가 있고, 이강훈의 조급한 접근은 오히려 혜성대학병원 학과장의 반감만 불러일으켰을 뿐이었다. 더 이상 천하대학병원에는 있을 수 없게 되었는데 혜성대학병원도 그다지 가망이 없어 보인다.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심지어 거의 몰래 잠입하다시피 혜성대학병원의 안동석 학과장(최일화 분)의 수술실을 기웃거린 것이었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왔다. 학과장이 지병인 당뇨와 오랜 수술로 인한 피로로 쓰러진 사이 환장의 혈관모세포종이 심각한 상태를 보인 것이었다. 당장 수술할 의사가 필요한데 정작 혜성대학병원의 다른 교수들은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이미 한 번 경험한 바 있는 수술로써 이강훈의 실력을 보여주기에 아주 좋은 기회였다. 잘만 하면 그동안의 안 좋은 인상도 지우고 혜성대학병원에 자신의 존재를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겨우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수술실로 향하려는데 천하대학병원의 윤지혜(최정원 분)로부터 자신의 환자 박갑술의 상태가 위험하다는 연락이 온 것이었다. 바로 앞에 스스로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중요한 수술이 기다리고 있는데, 정작 보호자의 동의도 없이 수술했던 그의 책임 아래 있는 그의 환자가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자존심 때문에라도 서준석에게 책임을 떠밀 수는 없다. 어찌할 것인가? 과연 자신의 장래인가? 아니면 자신의 환자에 대한 의사로서의 책임인가?

아마 이야말로 이 드라마에 있어 중요한 분기일 것이다. 단지 출세만을 원하는 기회주의자인가? 아니면 단지 의사로서의 야심에 충실할 뿐인가? 전자라면 굳이 출세에 있어 그가 의사라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후자라면 그에게 있어 성공이란 의사로서의 자기 자신에 대한 확인이며 증명이다. 비슷하지만 다르다. 의사로서 최고가 될 것인가? 최고가 되었는데 그 수단이 하필 의사였던 것인가? 이강훈은 과연 의사일 것인가?

하지만 이미 답은 나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에게 단지 출세만이 중요했다면 그는 결코 재벌회장의 딸인 장유진(김수현 분)의 유혹을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밖에서 낳은 자식이지만 아버지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고, 가진 것 또한 적지 않다. 출세하려고만 한다면 어차피 장유진이 먼저 좋다고 달려들고 있는데 굳이 거부할 것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반드시 나쁜 선택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장유진 앞에서 이강훈은 끝까지 의사이고자 하고 있었다. 의사로서의 자존심을, 자부심을 지키려 매몰찰 정도로 냉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설사 혜성대학병원에 조교수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잃더라도 자신의 환자를 포기하지 않는다. 남에게 떠맡기지도 않는다. 의사로서 자신의 환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진다. 아니라면 드라마는 상당히 먼 길을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의사가 아닌 사람을 의사로 만들어야 한다. 이미 의사인 사람을 의사로서 성숙케 하는 것과 의사가 아닌 사람을 의사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후자라면 이강훈은 더욱 가혹한 고난과 시련을 겪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도 물론 나쁘지는 않겠지만 이야기가 너무 커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역시 선택일 것이다. 이강훈의 선택이며, 제작진의 선택이고 드라마의 선택이다. 과연 <브레인>이란 어떤 드라마로 완성될 것인가?

"전 선생님이 이해가 안 되요. 진짜 나쁜 건지, 나쁜 척 하는 건지, 따뜻해지기가 두려운 건지."

사실 이 대사를 들으면서 조금 웃었다. 과연 윤지혜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여전히 수술실에서 수술이 두려워 벌벌 떨고, 환자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해 이강훈에게 야단맞고, 그에 비하면 이강훈은 이미 한 사람의 의사로서 훌륭히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의사로서는 실력 없는 윤지혜보다 이미 수많은 사람을 살린 이강훈이 더 훌륭한 것이다. 단지 친절하지 않아서? 사람을 대하는데 살갑지 못해서? 매몰차고 계산적이어서?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연 윤지혜에게 그것을 이강훈에게 충고할 자격이 있는가? 김상철과 윤지혜는 입장이 다르다.

아무튼 윤지혜 스스로도 이미 이강훈에 대한 답을 내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껏 이강훈이 자신의 환자에 대해 섣부르게 소홀하거나 방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의 이기는 의사로서의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위에 존재하는 이기다. 단지 계산적이기만 한 사람이 과연 그렇게까지 환자에게, 그리고 의사로서의 자기 자신에게 철두철미할 수 있겠는가?

결국 이강훈이 어머니 김순임(송옥숙 분)의 건강을 염려해 집에 들렀으면서도 어머니가 차려준 음식에 손도 대지 않고 돌아나온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강훈은 어머니를 걱정하고 사랑한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보다는 그런 자신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과연 어머니에게 걱정하는 따뜻한 웃음을 지어보일 수 있게 되고서도 지금까지처럼 악착같이 자신을 다그치고 몰아세울 수 있을 것인가?

정작 이강훈에게 가장 엄격한 것은 다름아닌 이강훈 자신이었다. 윤지혜도 아니었다. 어머니 김순임도 아니었다. 서준석도 물론 아니었다. 일부러라도 더 독하게 더 강하게 더 엄격하게 자기를 몰아세우고 타인을 몰아세운다. 타인을 몰아세울 때 당연히 그 반발은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서준석에게 그렇게 잘난 체를 하고서 의사로서 자신에 태만할 수 있겠는가? 윤지혜에게 그렇게까지 지독하게 대하고서 의사로서의 자기 자신을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그가 심지어 최고의 권위자인 김상철에게조차 당당하려 할 수 있는 이유도 그러한 엄격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많이 본다. 특히 억척을 부리지 않으면 안 되는 고단한 삶 가운데 그런 모습들을 흔히 보게 된다. 괜히 남에게 모질게 대하고, 더 냉정하게 차갑게 계산적으로 대하고, 아니면 스스로 견뎌낼 수 없으니까. 가만히 있으면 가라앉을 것이기에 물속에서는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는 것이고, 어차피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조금이라도 늦추고자 어떻게든 허공에서도 발버둥을 쳐 보는 것이다. 어떤 새는 그저 바람을 타고서도 잘만 날아다니지만 어떤 새는 쉴 새 없이 날개짓을 해야 겨우 하늘을 날 수 있다. 그만큼 이강훈의 각오와 의지가 대단하다는 뜻일 것이다.

또한 반전일 것이다. 설마 이강훈의 과거의 기억과 김상철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니. 이강훈이 의사가 되고자 결심하고, 지금처럼 독하게 악착같이 의사로서 성공하기 위해 발버둥치도록 만든 이유. 그리고 김상철이 지금도 악몽에 시달리고 마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이강훈의 과거는 김상철의 과거가 되어 서로 만나는가? 김상철의 속죄와 이강훈이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하기 위해서? 의사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남자의 드라마일 것이다. 그렇게 속에 많은 것을 감추고 세상이라는 전장을 싸워나가야 하는 남자의 드라마다. 이강훈은 그런 남자다. 그에게 지켜야 할 것이 단지 가족이 아닌 다른 것이라는 점이 다를 뿐. 가족조차도 외면한 채 그가 이루어야 하는 목표란 있는 것이다. 이강훈에게서, 아니 이강훈을 연기하는 신하균에게서 진한 페로몬의 향기가 풍기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장유진이 이강훈에게 매달리고 마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이강훈은 남자다.

선이 굵다. 그러면서도 섬세하다. 그런 드라마를 좋아한다. 이야기의 중심줄거리는 굵게, 그러나 디테일에 가서는 꼼꼼하면서 감성적으로. 의학드라마가 아니었어도 재미있었을 것이다. 의학드라마이기에 - 더구나 뇌외과의 이야기이기에 더 재미있다. 재미있는 드라마다. 기분이 좋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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