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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 영화 베테랑이 보여주는 통쾌하고 강렬한 판타지
자본주의 사회 마지막 성역인 재벌 권력을 다시 생각하다
2015년 08월 15일 (토) 17: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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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니스트 messiah21th@gmail.com

   
▲ 베테랑 주역들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드라마 및 영화에 가장 단골로 나오는 배경은 아마 재벌일 것이다. 한류가 아시아에서 화제를 몰고 다닐 때도 일부 아시아 시청자는 국내 드라마의 한계로 백마 탄 왕자인 재벌과 평범한 여성의 구태의연한 사랑을 꼽기도 했다. 1990년대 트렌디 드라마라고 불리던 시절부터 매번 나오는 남자 주인공은 하나같이 20대 본부장, 20대 실장이었다. 오죽하면 ‘본부장’, ‘실장’ 직책을 국민이 다 알 정도였으니 말이다 (실제 기업에 가면 40대에 본부장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게 사실이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재벌의 이미지는 우리 정서에 나쁘게 다가오지 않았다. 평범한 여성을 구해주는 구세주, 온갖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포기하면서까지 한 여성을 선택하는 드라마틱한 과정에서 재벌 남자는 정의로움과 환상의 판타지로 여성들에게 그간 다가왔다. (실제, 사업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여성을 선택하는 기업가를 필자는 대기업은커녕 중견기업 단위에서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인터넷 및 정보의 제한으로 평범한 국민이 생각하는 재벌 기업, 기업가에 대한 이미지는 90년대, 아니 적어도 2000년대 초반까지도 긍정의 형상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모든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정보를 접하면서 우리가 재벌에 대해 보고 느낀 건 정반대의 이미지였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보다 더한 권력 지상주의와 그들만의 리그로 대변되는 사교모임, 여전히 최고급 정보와 자본은 그들에게 집중 되었고 이로 인해 정치 권력도 이제는 시장 권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오죽하면 故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했을까. 발언의 취지에 대해 이후 논란은 있었지만 최근 10년간 자본권력이 정치권력을 넘어섰다는 데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런 흐름을 반영해서인지 TV에서도 2010년 들어서면서 재벌의 막강한 권력을 묘사하는 흐름이 종종 이어져왔다. 대통령의 권력을 비웃고 재벌권력의 막강한 힘을 묘사했던 SBS의 <추적자>, KBS의 <골든크로스>가 그랬고, 2013년 SBS의 <황금의 제국>은 재벌기업의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한 집안 내부 다툼을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2년 후, 롯데판 황금의 제국이 실사판으로 등장하리라는 점을 아마 당시 시청자들도 전혀 예상 못했을 것이다. 즉, 최근 우리들이 느끼는 재벌의 이미지는 반재벌정서, 자본주의 사회의 건드릴 수 없는 성역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여기에 대해 반기를 든 영화 <베테랑>은 사실 재벌에 대한 우리의 반감, 그리고 그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를 보여주는 카타르시스라고 이를 평한다면 조금 과도한 생각일까. 검찰도 아닌 그리고 재벌을 감시하는 언론도 아닌 경찰이 재벌3세를 추적하고 끝내 그에게 단죄를 내리는 영화의 내용은 평범한 권선징악에 부합되는 결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이 시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가벼운 결론은 아니었다. 재벌에게 단죄를 내린다는 것 자체가 지금 우리나라에는 미션 임파서블과 같은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모 대기업의 폭행사건부터 2014년 세상을 경악하게 만든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그리고 올해 롯데가의 대권 자리를 위한 그들만의 골육상쟁을 통해 우리는 재벌의 민낯을 보았다. 그런 측면에서 언론들이 부르짖는 반기업 정서는 올바른 표현은 아니다. 적어도 국민들의 마음속엔 반기업정서가 아닌 반재벌정서가 보다 가깝게 자리잡고 있을 테니 말이다. 왜냐하면 이들 중에서 사회적 처벌을 공정하게 받았던 이가, 그리고 끝까지 이들을 추적하던 이가 얼마나 있었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 마지막 성역인 재벌권력의 끊임없는 압박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경찰이 이들을 뒤쫓는다는 점에서 영화 베테랑은 우리 사회에 많은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사람들이 강렬한 판타지, 있을 수 없는 허구라고 이 영화를 보고 다들 한마디씩 했다는 점에서 누군가가 과거 광복절 기념일 때 얘기했던 공정사회 주장은 이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이미 비뚤어진 골격이 완성된 구조물이라고 해도 필자의 의견에 반박하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

실제로,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와 같은 인물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있다. 평범한 서민을 우롱하고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곳곳에 자신의 끄나풀을 이용하여 자본과 정보를 획득하는 그들에게 우리는 언제쯤 명확한 경고를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우리 사회가 공정했다면 영화 베테랑이 그렇게 큰 성공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뻔한 그리고 당연한 얘기라고 관객들은 생각할 테니까. 그런 측면에서 영화 베테랑이 지금 과열 흥행을 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이상하게 흘러도 이미 한참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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