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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3.20 07:20

무한도전 - 외모와 호감의 상관관계

외모순위가 인기순위가 되는 이유

 
사실 잘생기고 못생기고 하는 것은 외모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라기보다는 자기 감정에 대한 주관적인 표현인 경우가 많다.

오랜 친구가 있다. 잘생겼다 못생겼다 따로 그런 구분이 생기는가?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 상대의 외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따져보게 되던가? 물론 일부러 그러려 하면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그런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상대를 대하게 된다. 심지어 남들이 다 잘생겼다고 하는데 나와 가깝다는 이유로 그 사람이 더 잘생겨보이기도 한다.

콩깍지가 씌었다는 것이다. 결국은 얼마나 대상에 대해 호감이 있는가. 더 정확히는 얼마나 그의 외모를 대함으로써 기분이 좋아지는가? 기분이 좋아짐으로써 외모가 좋게 보이기도 하고, 거꾸로 외모가 좋게 보이니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확실히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단지 외모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일반적으로 잘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늘 보는 사람이라면?

더구나 투표라는 게 굉장히 적극적인 의사표현수단의 하나다. 투표를 통해 이익이 주어지고 손해가 발생한다. 기분이 좋아지거나 기분이 나빠지거나 명예에 훼손이 가거나 혹은 더 가혹한 벌칙이 주어지거나. 아니면 그로 인한 더 큰 보상이 주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익이 되는데, 더구나 해가 될 수 있는데, 과연 호감이 가는 상대에게 불리한 선택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아이와 노인이라는 것부터가 문제다. 아이들은 아직 외모에 대한 엄밀한 기준이나 판단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 노인의 경우는 이제 그런 것에 구애될 나이가 지나 있다. 그만큼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거나 싫은 것이 판단을 좌우하고, 상대에게 불리한 행동을 하기 싫다는 것이 유리한 쪽으로 선택하도록 만들시 쉽다는 것이다. 확실히 아이와 노인의 경우 표가 거의 몰표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대상에 대한 호감의 표시였다.

지난 3월 19일 토요일 MBC에서 방영된 리얼버라이어티 <무한도전>의 <미남이시네요 특집>에서 연기자들의 외모순위를 매긴다고 하면서 길거리투표를 하겠다 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거린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연기자들 자신도 시작부터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에요. 인기 요만큼... 그게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 결과는 거의 인기순으로 나왔다.

"거봐, 인기투표라고 했잖아!"

"취지를 이해 못하셨네..."

당연히 외모도 어느 정도는 작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상당한 비중으로 외모가 판단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드러난 결과는 결국 인기순위. 잘생겨서 인기가 높은 것일까? 우연히 인기가 높은데 잘생긴 것일까? 아니면 인기가 많아서 잘생겨 보인 것일까? 일단 인기가 있으니 잘생겼다고 투표를 하게 된 것일까? 어느 쪽이든 결국 외모순위투표라는 애초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결과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투표결과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려는 것이냐? 그보다는 외모에 대한 판단이라는 것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불확실한가 하는 것이다. 누가 더 잘생기고, 더 못생기고, 물론 보편적으로 누구나 인정하는 미의 기준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다. 미남이라 불리는 사람들, 혹은 미인이라 불리는 사람들, 그에 반해 추남추녀라 불리는 사람들. 그러나 결국 그것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감정 - 대개는 대상과 판단하는 자신과의 서사적 관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주 간명한 흥미로운 실험의 결과라고나 할까? 아마 다음주 <무한도전>에 대한 정보가 그다지 없는 해외에서의 투표결과와 전문가들의 판단이 더해지면 더 확실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상대적으로 보편적인 외모의 기준과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의 기준에 대해서. 그것이 만일 처음부터 목적한 바였다면 한 바탕의 유쾌한 심리실험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의도한 것이었을까?

아무튼 어쨌거나 결국 <무한도전>이란 버라이어티. 버라이어티의 목적은 웃음과 재미다. 더 잘생기고 못생기고, 이것은 미남선발프로그램이 아니다. 그조차도 웃음과 재미를 위한 수단이다. 모두가 미처 신경쓰지 못하는 사이 시장의 한쪽에서 국밥을 시켜먹으며 지난 대선에서의 홍보CF를 패러디해 보인 박명수처럼. 그 와중에도 웃음을 놓치 않으려는 집념이 소름끼칠 정도였다.

순간순간 보여지는 깨알같은 장면들. 결코 밉지 않은 재치와 귀엽기까지 한 애교가 보는 이를 즐겁게 해준다. 딱히 <무한도전>의 팬이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재미있는 것을 단지 재미있게 보아줄 일반시청자의 입장에서의 재미다. 농익은 <무한도전>만의 연륜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근거없는 자신감과 더불어 그 이면에 존재하는 감출 수 없는 열등감. 컴플렉스란 웃음이다. 타인의 컴플렉스가 내 웃음이 되고, 내 컴플렉스가 타인의 웃음이 된다. 바보와 못난이는 예로부터 가장 흔히 오래도록 쓰여온 단골소재였다. 더구나 농익을대로 농익은 연기자들의 센스까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시간이 가는 것도 몰랐다. 완전히 취해 넋을 놓고 있었달까? 그야말로 마음껏 웃었다. 깔깔거리며 간만에 시원하게 웃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름의 의미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이런 것이 <무한도전>이라는 예능일 테지? 놀랍고 즐겁고 깊이가 있다. <무한도전>이 갖는 힘일 것이다. 의도한 것인가? 멋대로 넘겨짚은 것인가? 결국은 시청자의 몫일 뿐.

다음주를 기대해 본다. 아직 나오지 않은 결론과 이번의 결론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보여질 웃음들에 대해서. 즐거운 기다림의 시간일 것이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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