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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2.02 09:43

영광의 재인 "너무 일찍 도착해 버린 탓에 길 위를 헤매며 시간을 보낸다."

사건은 진행되는데 전혀 흥미도 긴장도 생기지 않는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참 멀리도 돌아가려 한다. 어쩌면 마치 너무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하는 바람에 하릴없이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모습을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윤재인(박민영 분)의 정체를 알게 된 서재명(손창민 분)이 이제는 죽고 없는 김인배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 씌우고는 그녀를 자기의 집으로 데려오고, 그리고 그녀에게 어머니 여은주(장영남 분)의 존재를 알지 못하도록 거짓말을 하여 그녀로 하여금 자기에게 유리한 서류에 사인을 하도록 하려 한다. 그리고 그런 한 편으로 박군자(최명길 분)를 통해 여은주가 깨어난 사실을 알게 된 서재명은 다시 그녀가 윤재인과 만나지 못하도록 다른 곳으로 옮겨 격리시키고, 그런 여은주와 서인철(박성웅 분)이 접근을 시도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이야기를 잔뜩 꼬아 놓은 것은 좋은데, 정작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전혀 아무런 의문도 흥미도 생기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워낙에 서재명이 나쁜 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쁜 놈이 나쁜 짓을 한다. 그런데 그것도 사람이 긴장할 정도로 아주 못된 나쁜 짓이 아니다. 기껏해야 윤재인을 속여 사인하게 만들고, 여은주를 윤재인과 만나지 못하도록 다른 곳에 격리시킨다. 두려움도 없고, 불안함도 없고, 그런데다 어차피 나쁜놈이기에 서재명의 의도에 대한 궁금증도 없다. 한 마디로 그림자가 없다.

마치 종이로 오려 붙여 놓은 것만 같다. 그림자가 없다. 그림자가 없으니 입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 마디로 반전이 없다. 서재명의 정체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채였다면 조금씩 드러나는 서재명의 의도에 불안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까지의 친절한 얼굴 이면의 악마의 모습에 섬뜩함과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격리된 채 고립되어 있는 여은주의 두려움도 그대로 느껴질 수 있었을 거이다. 윤재인이 느끼는 혼란과 불안이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이미 모두 시청자에게 드러나 있는지 오래다. 궁금할 것도, 두려울 것도 없이, 그저 서재명 저 나쁜놈 언제 망하는가.

흥미보다는 그래서 짜증부터 인다. 서재명의 악의와 그 악의에 대책없이 당하는 모습들에 긴장보다는 불쾌감부터 든다. 악인이 잘되는 것을 보고 즐거워할 사람은 그다지 드물다. 선인이 맥없이 당하는 모습을 보고 통쾌해할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무언가 얽히고 섥힌 비밀이 있다면 그것 때문에라도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대신할 수 있었을 텐데. 그야말로 윤재인의 정체마저 모두가 알아버리고 난 다음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인가 갑작스레 고민한 듯한 느낌일까? 그놈의 입사시험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이어지려 하고.

그나마 미롭다면 다름아닌 서인우(이상우 분)의 변화일 것이다. 윤재인을 위해 당당히 아버지와 맞서려 한다. 티장애까지 올 정도로 아버지를 두려워하던 그가 윤재인을 위해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아버지와 맞서려 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박민영이 서인우를 저버린다면 필자가 대신 무척 서운해질 것 같다.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소리지르는 것밖에 없는 김영광(천정명 분)에 비해 서인우는 얼마나 사람이 진실한가? 진정 윤재인을 아끼고 지켜주려 노심초사하는 것도 서인우다.

주인공을 잘못 선택했다. 김영광이 아니었다. 아니 김영광이었다면 성격을 달리했어야 했다. 윤재인이 낙천적인데 김영광마저 낙천적이다. 그것도 대책없이 낙천적이다. 사장에게 아무 생각없이 덤벼들고, 사장을 망신주어 분노를 사고, 그것은 윤재인의 롤이다. 윤재인의 롤이 김영광과 겹치며 드라마를 지워버린다. 윤재인이 더 이상 김영광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에 비하면 억눌려 있던 서인우의 깨어남은 상당히 극적이지 않은가. 차라리 서인우가 주인공이었다면. 윤재인을 위해 아버지와 맞서며 마침내 그녀를 구해낸다. 눈만 부라리면 다 되는 줄 아는 김영광에 비해서도 훨씬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서인철의 롤마저 애매해져 버렸다. 윤재인의 비밀을 숨긴 채 그것을 이용해 서재명과 서인우를 곤란에 빠뜨려야 하는데, 그러나 너무 일찍 모든 것이 드러나는 바람에 여은주에게 손을 뻗치고 있다. 여은주와 손을 잡게 되면 그것은 너무 나가는 것이 된다. 여은주와 손을 잡고 서재명을 쓰러뜨리고 난 뒤 그가 손에 쥐게 될 것은 무엇인가? 혼자서 서재명을 쓰러뜨린다면 거대상사는 서인철 개인의 것이 되지만, 이미 대주주인 여은주와 손을 잡아봐야 그의 지분은 그다지 크지 않다. 동기가 약해진다. 아니면 더 비열해지거나.

무언가 잔뜩 벌려 놓기는 했는데 전혀 교통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다. 작가의 의도 또한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의 의도는 느껴지지 않는데 캐릭터와 대사와 행동, 상황 등에서 느껴지는 의도는 매우 강하다. 한 마디로 캐릭터를 위한 캐릭터, 대사를 위한 대사, 행동을 위한 행동, 상황을 위한 상황, 사건을 위한 사건, 목표 없이 한참 표류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어떻게 수습하려는가. 그 전에 먼저 입사시험부터 끝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입사시험의 끝이 모든 이야기의 종료인가? 김영광은 끝까지 입사시험 하나만 치른다. 윤재인도 입사시험을 서인우와 함께 치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서인철이 의문을 갖는 서재명의 비밀은 무엇일까? 아마 여기에 모든 열쇠가 숨겨져 있는 것 같지만.

갈수록 드라마가 이상해지려 하고 있다. 조짐은 일찍부터 있었다. 전위이거나, 아니면 졸작이거나. 아니면 필자가 보지 못한 무언가가 있거나. 지금으로서는 글쎄... 많이 어렵다. 이해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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