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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꽃 "차봉선이 아이돌에 열광하는 이유..."

아이돌이 대세를 이룬 까닭...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아이돌이란 말 그대로 우상이다. 이상화된 존재다. 어째서 아이돌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가? 현실의 불안함이나 고단함을 이상화된 아이돌의 존재로써 잊고자 하기 때문이다. 철저히 대중의 취향을 파악하여 그를 위해 기획되고 설계된 이미지를 통해서.

차봉선(이지아 분)이 핑크치킨이라는 아이돌에 열을 올리는 이유였다. 아마 그것은 레옹이 선인장에 물을 주던 것과 같을 것이다. 아이돌은 배반하지 않는다. 배반하는 순간 아이돌은 더 이상 아이돌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돌과 대중 사이의 엄밀한 약속이다. 아이돌은 대중에게 대중이 원하는 욕망을 보여주고, 대중은 아이돌에게 인기로서 보답한다. 인기란 곧 부와 명예다.

어려서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 부모가 이혼하고, 각각 새로운 사람을 찾아 가정을 꾸리는 사이 차봉선 혼자만 철저히 버림받고 방치되었었다. 사랑받지 못한 기억은 평생 간다. 한 번 믿음을 잃어버렸을 때 다시 믿음을 갖기란 몇 배나 더 어려운 법이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기억이 사람의 마음과 믿음에 대해 몇 배나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든다. 마치 날이 궂으면 쑤시곤 하는 오랜 상처와도 같다. 잊으려 하면 계속 떠올리게 된다.

다정을 감당하지 못해 무정해진 경우다. 원래는 다정하지만 그 다정함으로 인해 상처입을 것을 두려워한다. 오해받고 버림받고 그로 인해 다시 상처입을 것이 그리 두렵고 불안하다. 그래서 짐짓 가시를 세운다. 다가오지 못하도록. 아예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으리라. 마음을 주지 않으면 마음을 다칠 일도 없으리라. 그런 점에서 거부하는데도 끝까지 비집고 들어온 서재희(윤시윤 분)의 존재는 특별하다. 그녀가 두른 성벽을 뚫고 그녀를 만나러 왔다. 잠자는 미녀가 마녀의 함정을 뚫고 자신을 깨우러 온 왕자를 만난 느낌이 그러할까?

어쩌면 그것은 갓 알을 깨고 나와 처음 본 상대를 어미로 여기는 새끼새의 심리와 같을 것이다. 그렇게 불안하게 매달린다. 처음과는 달리 이제는 차봉선 쪽이 더 적극적이다. 그러나 서재희의 상처 역시 차봉선의 마음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깊이 패여 흉진 것이다.

죄의식이 그를 옭아맨다. 죄를 공유하는 박화영(한고은 분)의 집착 만큼이나 그의 안에 있는 죄에 대한 트라우마가 그를 더욱 박화영에게 묶어 놓는다. 그것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영혼의 낙인이다. 처음에는 가시에 찔리는 느낌이 좋았고, 그 다음에는 차봉선의 다정함이 포근해서 좋았지만, 그러나 그러기에는 그가 짊어진 죄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끝내 그는 차봉선이 아닌 박화영과 그녀의 아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김달(서효림 분)의 캐릭터가 흥미롭다. 그저 겉멋든 아가씨라고만 생각했다. 흔히 생각하는 그런 헛바람든 여자라고. 그러나 그녀에게도 과거의 상처가 있다. 과거 어느 시점에 놓아 두고 온 미련의 기억이다. 과거의 화려함을 잊지 못하는 것이 그녀로 하여금 현실의 화려함을 쫓는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나 그것만이 그녀가 살아가는 의미이고 보람이다. 어찌 보면 그녀도 꽤나 가련한 청춘이라고나 할까?

정상적인 사람이 없다. 심지어 차봉선에게 상담을 해주는 정신과 의사 박태화(조민기 분)조차 남모르는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가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마 그러한 자신의 상처마저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서가 아닐까? 집착이 없다. 아니 집착이 있지만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인지 모른다. 나머지 캐릭터에게는 각자 집착이 있다. 각자의 상처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만나고 헤어지고, 오해하고 또 풀고, 멜로의 정석이련만. 이 두 남녀도 그다지 순탄할 것 같지는 않다. 서로 잘 맞는 만큼 더욱 서로의 상처를 깊이 들쑤신다. 아파하고 또 아파하다가 아물 때 쯤 조금은 나아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리 되지 않을까.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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