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박은희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5.08.02 19:30

[S톡] ‘쇼미더머니4’ 판정 번복, 지독하게 가혹했던 ‘한해 인성 테스트’

한해라는 보석 발굴 ‘참 잘했습니다’

▲ Mnet ‘쇼미더머니4’ 6회. ⓒMnet

[스타데일리뉴스=박은희 기자] 산이-버벌진트, 그리고 ‘쇼미더머니’ 제작진의 판정 번복은 그야말로 무례한 갑질 중의 갑질이었다.

‘대한민국 최초 래퍼 서바이벌’이라는 거창한 취지로 정해진 룰과 국내 힙합신을 대표하는 최고 프로듀서들의 심사에 의해 살벌하지만 공정하게 진행돼 온 경연이 한순간 우스워졌다.

지난 7월 31일 방송된 Mnet ‘쇼미더머니4’ 6회 음원 미션에서 산이-버벌진트 팀은 선글라스를 쓰고 랩을 한 이유로 가사 실수를 한 한해가 아닌 블랙넛을 탈락시켰다.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결정이었고 한해가 산이-버벌진트와 같은 소속사인 브랜뉴뮤직 아티스트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다분했다.

그런 결정이 비난으로 이어질 뻔한 상황임을 알았을 텐데도 산이와 버벌진트는 왜 애먼 블랙넛을 탈락시켜야만 했을까. 버벌진트는 “연습 때부터 우리가 블랙넛에게 궁금하기도 했고 선글라스를 쓰고 눈을 감고 해야만 되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본 적도 있었다”라며 “본선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을 앞에 두고 공연을 하는 자리가 될 텐데 그 요소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힘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라고 블랙넛을 탈락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프로듀서 입장에서 그런 이유가 탈락 기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가사 실수를 한 한해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으로 여지없는 탈락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산이와 버벌진트의 애매한 잣대로 선택한 합격자와 불합격자 결정으로 인해 블랙넛은 억울함과 분노를 삭이고 어이없는 패배를 맛봐야 했고 한해는 위축감과 불편함, 주변 시선에 한없이 주눅들어 가사 네 마디 틀린 이유로 죄책감과 자괴감을 동시에 느껴야만 했다.

한해는 “솔직히 결과 발표가 나고 그 자리에 조금 있기 힘들었다. 무대 끝나고 나서 내가 탈락할 줄 알았다. 내가 ‘쇼미더머니’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내가 랩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브랜뉴 팀 말고 아무 팀이나 가고 싶었다”라며 “‘브랜뉴 심사위원이 나를 데리고 가야하니까 살렸겠지’라는 시선에 내가 ‘쇼미더머니’에서 해온 것들이 다 부정당하는 것 같았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내가 제일 괴로웠던 건 심사 끝나고 팀 배틀 미션을 받으러 심사위원들 앞에 다시 한번 무대에 올라가야했다. 그냥 다 시선이 내게 쏠리는 것처럼 느껴졌다”라며 “내 피해의식일 수도 있는데 전부다 나를 부당한 사람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내가 죄 지은 사람처럼. 너무 시간이 안가더라. 그래서 힘들었다”라고 설명했다.

▲ Mnet ‘쇼미더머니4’ 6회. ⓒMnet

한해는 “사실 처음에는 그 생각을 했다. 너무 원망스러웠다. 무대에서 네 마디를 틀린 게 죄를 지은건 아니지 않냐.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여기 지금 이 순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 팀 디스 배틀을 잘하는 거더라. 나한테도 팀한테도 우리 회사한테도. 그리고 우리 팀원이 더 이상 나 때문에 떨어지면 안 되니까”라며 힘든 마음 추스르고 이 악물고 연습에만 매진했다.

버벌진트는 “그런 시선까지 다 감당하고 한해가 증명해줘야 우리 판단이 옳았다는 게 증명되는 거다”라고 말했고 그 말에 책임지기 위해선 이미 선택한 결정대로 밀고 가는 게 옳았다. 그게 소신이었다면 가사 실수를 한 한해를 안고 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잠시 부당한 결과라도 두고 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산이와 버벌진트는 다음 미션을 준비하고 있는 팀원들과 상대팀을 무시한 채 이기적인 결정을 했다. 이들은 베이식과 마이크로닷, 한해가 한참 연습 중인 연습실로 찾아와 그동안 연습한 것을 들어보자고 했고 그 와중에 탈락한 블랙넛을 연습실로 불렀다. 미리 한마디 얘기도 없이 희망고문과 갑질을 대놓고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다. 이 자리에서 버벌진트는 “블랙넛이 눈을 감고 관중을 시야에서 가려야지만 할 수 있다는 게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일종의 반칙이라고 생각한 것도 있었다. 한해는 그날 무대에서 가사 실수를 했고 그 두 가지를 비교했는데 그 짧은 시간 안에 고민했을 때는 한해라고 결정을 내렸다”라며 “결정하고 이게 맞는 건지에 대해 진짜 많이 고민을 하게 되더라. 판단을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둘 사이에서 탈락자와 합격자를 번복해야될 것 같다”라고 새로운 결과를 통보했다.

버벌진트와 산이의 경솔한 결과 발표와 무례한 입장 번복이 시청자를 우롱하고 참가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힙하퍼들이 자존심으로 지켜온 힙합 정신에 스크래치를 가했다. 이것도 모자라 이들은 방송 후 각자의 SNS에 사과글을 남겼다.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뭘까. 왜 그렇게 갈팡질팡하며 여러 사람에게 상처주고 분노와 기막힘을 끼얹어야만 했을까. 제작진은 허수아비인가. 공정한 서바이벌 오디션을 지향하는 제작 의도를 거스른 이들의 뜻에 제작진은 왜 이끌려만 다녀야 했을까. 의문 투성이지만 이 과정에서 딱 하나 잘한 일은 ‘한해’라는 보석을 대중에게 인식시켰다는 것이다. 꼭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해야만 최고 래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여러 미션을 통해 한해의 실력은 검증될 만큼 검증됐고 그 이상 훌륭했던 인성에 시청자들은 감탄했다. 상대를 존중할 줄 알고 양보하되 자신의 주관은 뚜렷이 밝히며 비교적 어린 나이임에도 대화의 방법과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아는 한해를 다시 보는 계기였다.

▲ Mnet ‘쇼미더머니4’ 6회. ⓒMnet

이 악물고 열심히 연습하던 중 자신의 탈락 소식을 접한 한해는 “나는 가사 실수했으니까 떨어졌어야 되는 사람이다. 형들(버벌진트와 산이)도 되게 마음고생이 심하실 것 같다. 내가 지금 그만두고 싶었는데 계속 하려고 한 이유는 디스 랩은 팀 경연이니까 내가 져버리면 팀원이 지는 거니까”라며 “‘쇼미더머니’ 자체가 내가 더 이상 욕심이 나지 않아서 이렇게 그만 둔다고 얘기하는 게 아닌 거만 알아주면 좋겠다. 이번 시즌이 내게는 큰 각오였다. 사실 이걸 찍고 있는 자체가 너무 힘들다”라고 또박또박 자신의 얘기를 전했다.

한해는 마지막 인터뷰에서 “아쉽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그렇다. 내가 이거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진짜 아쉽다. 이틀 동안 진짜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압박감과 두려움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그냥 좀 미리 떨어졌으면 하는 아쉬움, 제일 큰 아쉬움은 ‘쇼미더머니’를 더 못한다는 점”이라며 “사실 자만일 수도 있지만 무대에서 할 것들을 많이 생각해놨는데 그걸 못 하는 게 많이 아쉽다. 이것만 버텼으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더 많았을 텐데. 떨어지니까 더 이상 못 보여준다. 그게 너무 아쉽다. 결정된 거니까 후회하는 게 더 바보 같아서 최대한 잊으려고 많이 노력할 것”이라고 참아온 힘듦과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불편한 합격이지만 산이-버벌진트의 결정이 비난받지 않게끔 자신의 실력을 더욱 더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감정 억누르고 다음 미션을 위해 집중한 집념과 의지가 남달랐다. 자신 때문에 팀원들이 탈락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과 책임감에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건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이 가장 컸는데 결국 ‘쇼미더머니’로 오만 상처를 감내하게 된 한해. 그런 상황에서 그 누가 한해와 같은 의연한 모습으로 대처할 수 있었을까. 불편하기 짝이 없는 방송에서 한해만큼은 극단적인 상황에서조차 온화한 인성으로 편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해라는 보석을 알게 해줘서 참 고맙습니다 ‘쇼미더머니’.

▲ Mnet ‘쇼미더머니4’ 6회. ⓒMnet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