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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5.07.24 18:31

[권상집 칼럼] 걸그룹은 소모품일 뿐, 기획사들의 벗기기 경쟁

소속사의 섹시 강요, 인간 존중보다 돈을 중시하는 그들의 이면

▲ KBS 2TV '뮤직뱅크' 녹화 현장으로 향하는 걸그룹 멤버들. (해당 사진은 이 기사와 관련 없음)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필자가 본 칼럼을 통해 걸그룹을 소모품으로 간주하는 일부 기획사의 저질 행태를 비판한지도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다. 2014년 1월에도 걸그룹의 선정성 경쟁은 수많은 언론의 지적을 받아야 했고 낯뜨거운 선정적 이미지 경쟁은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결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일부 기획사들은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탄탄한 실력을 갖춘 아이돌을 팬들 앞에 선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삼류 기획사들은 팬들의 관심을 받아야 한다는 미명 아래 걸그룹을 자판기 찍어내듯 즉흥적으로 만들어 벗기는 경쟁에 내몰고 있다.

SBS <한밤의 TV연예>에서 ‘소속사의 섹시 강요에 걸그룹이 우울증까지 걸리고 있다’는 취지의 리포트를 어제 내보냈지만 사실 신인부터 현재 넘사벽 걸그룹까지 섹시 강요를 가장 부추긴 건, 지상파 자신들이라는 점은 강조하지 않아 내심 안타까웠다. 2007년 원더걸스의 ‘Tell me’ 열풍으로 음악계의 핵심수익은 적어도 국내의 경우 남자 아이돌 그룹에서 걸그룹으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걸그룹이 국내 음악계의 수익 중심으로 떠오른 지가 벌써 9년여가 되가는데도 이러한 벗기기 경쟁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상파는 시청률 및 화제성을 위해 걸그룹의 벗기기 경쟁을 묵인해 놓고 지금 와서 이러한 세태가 걱정이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실제로, 걸그룹이 조금만 노출을 해도 이를 곧바로 부각시키고 제2, 제3의 파급효과를 만드는 건 지상파 및 케이블 TV 등 주요 방송 매체이다. 온갖 선정적인 무대를 만들어놓고 이를 방송으로 내보냈음에도 이제 와서 이러한 문제를 소속사 및 기획사의 탓으로 돌리면 곤란하다. 문제는 방송사 중 그 어떤 곳에서도 걸그룹의 섹시 강요에 우리 역시 일부 책임이 있다며 자성을 촉구하는 곳을 본 적이 없다. 걸그룹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기획사는 이미 존재했지만 이를 묵인하는 방송 매체 역시 벗기기 경쟁의 공범일 수밖에 없다.

지난 해 초, 본 칼럼에서 필자가 밝혔지만 선정성만 강조하는 걸그룹의 이미지는 향후 활동에도 불리하게 작용된다. 선정성, 벗는 이미지는 다른 이미지로의 탈바꿈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엔터테이너의 이미지를 급격히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인간존중 경영,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말이 계속 화두가 되고 모든 업계에서 통용되어야 한다고 말들은 하지만 여전히 엔터테인먼트 업계, 특히 기획사에서는 이러한 말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그들에겐 걸그룹이든 남자 아이돌이든 이들은 여전히 돈을 위한 소모품이기 때문이다. 즉, 기존 아이돌 그룹의 사용가치가 다 떨어지면 언제든 원하는 연습생, 지망생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으니 기획사들은 이들로 기존 그룹을 대체하면 그만이다.

혹자는 이에 반문을 할지 모른다. 기획사들 중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시키는 곳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작곡 및 가창력, 연기 연습을 강조하는 소속사도 늘어나고 있다는 항변을 할지 모른다. 물론, HOT라는 그룹으로 SM이 아이돌의 시스템을 만들었던 1996년 이후 20년의 시간이 흐른 동안 기획사/소속사의 매니지먼트 역량은 조금씩 진화, 발전되고 있다. 그러나 진화, 발전의 방향이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통한 수익성 창출 쪽으로는 진일보한 반면 여전히 걸그룹 및 아이돌 그룹을 소모품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걸그룹의 벗기기 경쟁과 아이돌의 노예계약으로 인한 파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걸그룹을 출시하는 기획사는 동시에 또 다른 잠재적 걸그룹을 준비시키고 있다. 이는 남자 아이돌 그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하나 하나의 엔터테이너를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상품으로 볼 수 있느냐에 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걸그룹이나 아이돌도 제품이겠지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사람은 가치를 창출하는 무형자산이지만 제품은 수익을 창출하는 유형자산이라는 점이다. 사람을 유형자산으로 간주하는 순간 이미 가치 창조는 사라지고 수익 창출에만 관리 방식이 맞춰지기 쉽다. 우리나라 기획사들의 문제는 바로 이점에 있다.

인간존중이라는 말이 화두가 된지 벌써 20년이 되어가고 있다. 동시에 HOT부터 시작된 아이돌 시스템도 벌써 20년이 되어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존중 경영과 아이돌 시스템은 우리나라가 IMF를 맞은 이후 더욱 부각되었지만 여전히 같은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내 아이돌이나 걸그룹이 데뷔할 때 이미지 및 곡 선정, 활동 방향을 결정하는 건 기획사의 일방적 결정이다. 기획사는 여전히 걸그룹을 단발성 소모품으로 바라보기에 앞으로도 기획사와 아이돌 그룹 멤버간의 갈등과 분쟁은 당분간 더욱 커질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이런 행태에 대해 누구도 메스를 들이대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시청률을 위해 노출 경쟁을 묵인하는 방송 매체와 걸그룹의 노출에 대해 ‘터질듯한’, ‘숨막히는’과 같은 낯뜨거운 단어를 남발하는 일부 연예 매체, 그리고 아이돌 자체를 수익 창출을 위한 소모품으로만 간주하는 기획사가 서로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해 자성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없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지난해 필자가 쓴 결론은 올해도 변함이 없다. 걸그룹에 대한 진지한 애착이 없는 그들의 시선은 여전히 삐딱하고 불편하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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