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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7.24 09:52

[김윤석의 드라마톡] 어셈블리 4회 "실망스런 정치, 답답한 드라마, 너무 사실적이어서"

정치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과 시청률의 이유에 대해

▲ '어셈블리' 포스터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어셈블리. 경제를 일으켜 세계 10대강국으로 만들고, 군사력을 강화하여 북한을 비롯 주변의 경쟁자들을 힘으로 제압한다. 남북통일을 이루고, 국제사회에서는 당당히 제목소리를 내며, 탁월한 복지의 민생에 대한 혜안으로 국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킨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정치의 이상일 것이다. 정치란 크고 대단하고 화려하고 멋진 어떤 것이다.

아니 하다못해 부당해고에 반발하여 3년 넘게 농성을 이어오던 노동자였으니 국회의원이 되어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보겠다는 꿈을 갖는다.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착취하고 인권유린을 일삼던 사용자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노동자의 편에서 사회정의를 실현하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적'이 설정되고, 마침내 그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과정을 담아낸다. 정치가 아닌 드라마에 대해 기대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을 것이다.

한국의, 아니 선진국의 경우도 대부분의 대중은 그다지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다. 특히 드라마를 즐겨보는 시청자 가운데 정치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관심과 지식을 드러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냥 소시민이다. 해고노동자였다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남들보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고, 대단할 것은 더욱 없는, 그냥 그런 한 개인에 불과하다. 남다른 야망도 없고, 어떤 특별한 이상이나 신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거창한 계획이나 목표를 가진 것도 아니다. 어쩌다보니 상황이 그렇게 흘러 국회의원까지 되었을 뿐이다.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맞닥뜨리는 사건들이란 그런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하필 기획재정위원인데, 추경예산이라고 하면 더욱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실제 중요성과는 상관없이 자기에게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사안은 아니라 여긴다.

시청률이 저조한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에 대한 관심도 그리 높지 않은데, 그다지 관심도 없는 정치를 더 건조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꿈이 없었다. 기대하고 따라갈 만한 것이 없다. 정치권에 대한 묘사도 너무 사실적이어서 짜증나고, 정치에 전혀 아무 관심도 없던 진상필(정재영 분)의 캐릭터 역시 너무 닯아서 답답하다. 그냥 현실이 모두 적이다. 그 적들을 상대하기에 시청자 자신 만큼이나 진상필은 전혀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어느 정도 진상필이 정치인으로서 자리를 잡고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오면 그때는 조금 평가가 달라질지 모르겠다. 드라마로서는 사실 재미가 없다.

차라리 진상필이 아닌 김규환(옥택연 분)이 주인공이었으면 어땠을까? 정치에 대해 전혀 아무 관심도 없던 단지 경력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국회의원 인턴에 지원한 한 젊은이의 눈을 통해 국회와 국회의원, 그리고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을 훑는다. 목표를 위해 다른 의원들과 협상을 하고, 때로 양보도 하고, 타협도 하고, 때로는 강경하게 맞서서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도 한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절묘한 계략으로 주위와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의원실 인턴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마지막에 쓰러뜨려야 할 상대가 그 국회의원이라면? 물론 지금의 김규환은 아니다. 지금의 배역도 옥택연에게는 너무 버겁다.

역시 조금 더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정도 진상필이 국회의원으로서 자리를 잡으며 적과 아군이 나뉘게 된다. 죽은 배달수(손병호 분)의 마지막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자신이 극복해야 할 대상과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들도 보다 분명해진다. 그렇다면 현실정치인으로서 자신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하는가. 누구의 편을 들 것인가? 누구에게 자신을 이입할 것인가? 아직은 그저 국회의원으로서 자리를 잡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버겁기만 하다. 그 답답함마저 시청자의 몫이다. 시원하고 통쾌할 앞으로에 대한 기약만 있다면.

확실히 정치인의 전문성이란 시험을 통해 검증되고 실전을 통해 단련된 공무원의 그것에 비하면 한참 떨어질지 모른다. 벌써 몇 년 째 그 한 가지 일만을 해오고 있고, 그에 대한 경험과 실적을 인정받아 승진까지 하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현역국회의원 가운데 거의 절반 가까이가 초선에 불과하고, 그 나머지 가운데서도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고작 재선에 성공했을 뿐이었다. 더구나 선거라고 하는 자체도 후보자 개인의 실력이나 전문성이 아닌 후보자 자신에게 표를 주는 구조로 되어 있다. 자칫 인기투표로 흐르기 쉽다. 원래 관련 전공이나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상임위소속이라 해서 해당부처의 공무원에 비해 더 전문적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아마 많은 유권자들이 국회의원의 무능을 비판하고 있기도 할 것이다.

하기는 그래서 최인경(송윤아 분)이 아닌 진상필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진상필 개인이 아닌 국회의원 진상필의 의원실에 초점이 맞춰진다. 아직 국회의원으로서 많은 것이 부족하고 미숙한 진상필을 대신해 전문적으로 보좌해주는 의원실 보좌관들이 있다. 새삼스럽게 정치가 무엇이고, 기획재정부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벼락치기로 공부해봐야 언제든지 국회의원을 속이고 농락할 준비가 되어 있는 공무원들을 상대하기란 무리다. 그래서 최인경이 있다. 그래서 베테랑 서동재(서현철 분)가 필요하다. 백도현(장현성 분)과 박춘섭(박영규 분)의 뻔히 속이 보이는 계획을 최인경의 도움으로 오히려 역공까지 가하고 있었다.

비전문가 집단인 국회의원이 전문관료로 이루어진 정부부처들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며 견제와 비판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국회의원은 혼자가 아니다. 개인이면서 독립된 입법기관이다.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진상필을 보좌하여 그를 지켜내고 있었다. 진상필이 전혀 알아듣지 못해도 그들이 대신해서 알아듣고 조언까지 해준다. 다만 그럼에도 결국 마지막에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은 국회의원 자신의 몫이다. 보좌관은 단지 머리와 눈과 귀와 손발만을 빌려줄 뿐이다. 그 모든 것이 있어야 하나의 사람이 된다.

진상필의 진심이 마침내 최인경의 마음마저 움직인다. 백도현의 사람이었다. 그동안 백도현의 편에서 그를 위해 일해 왔었다. 하지만 사람을 단지 이용의 대상으로만 여긴다. 자신이 선택해서 공천을 주고 국회의원까지 만든 진상필을 정치적인 거래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 진심을 보여준다. 아닌 것을 알면서도 최인경의 말이기에 기꺼이 믿고 따른다. 어쩌면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불안함이 먼저 그녀를 움직이고 있었는지 모른다. 여성이고 인간이다. 인간에게는 연민이란 것이 존재한다. 연민이 진심을 만난다. 진심으로 돕고 싶어진다.

홍찬미(김서형 분)가 자신의 보좌관 심동천(임지규 분)를 진상필에게 양보할 때도 어떤 정치적인 계산들이 동원된다. 의원총회장에서 박춘섭이 진상필에게 호의를 보인 것도 모두 계산에 의해서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백도현은 박춘섭과 거래를 한다. 목적을 위해 신념마저 꺾는다. 아직은 순수하다. 그래서 한심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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