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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1.28 09:10

남자의 자격 "마치 올해의 '남격'을 보는 듯했다"

아무런 드라마 없이 아쉽고 빈곤했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처음 '탭댄스' 미션을 접했을 때 기대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일곱 남자가 탭댄스를 함께 배우며 드라마를 만들어간다. 처음 완전히 서툴던 모습에서 조금씩 배우고 익히며 발전해가며 성장해가는 모습과 그렇게 만들어가는 무대에 대한 기대였다. 작년 '남격밴드'가 그랬던 것처럼.

사실 그를 위해서도 상당히 어울리는 미션이기도 했다. 탭댄스 또한 춤이기에 기본적으로 몸을 움직여 배우고 익혀야 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몸동작은 스텝에 맞춰 경쾌한 비트가 되어 음악처럼 귀로 들린다. 여기에 일곱 남자가 호흡을 맞춰가야 하는 것도 있다. 춤에도 드라마가 있어 이윤석이 그러했듯 일곱 남자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도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오히려 밴드보다 더 직관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그런 멋진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역시 문제라면 김성민의 빈 자리와 이정진마저 스스로 나가고 난 자리를 대신하기 위한 멤버교체였을 것이다. 양준혁이 새로 들어오고, 이정진이 나간 자리에 전현무가 다시 들어오고, 여기에 PD마저 중간에 교체되고 있었다. 그리고 혼란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무려 4개월에 걸친 '청춘합창단'이 있었다. 김태원의 경우 '청춘합창단'을 위해 지휘자로서 지휘에 대해서도 따로 배워야 했기에 탭댄스는 물론 다른 미션들에 대해서도 너무 부담이 컸다. 재조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번의 미션이었다. 중간과정은 완전히 생략되었다. 실패와 자절, 도전과 성공, 도저히 따라주지 않는 몸으로 인해 매번 실패하고 좌절하고, 그럼에도 다시 도전하여 조금씩 성공을 경험하고 성장과 발전을 보이고, 그러므로써 마침내 선보이는 무대에 더욱 이입하여 볼 수 있도록 만든다. 얼마나 잘하고 못하는가가 아니라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드라마가 되어 더욱 시청자로 하여금 이입하여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좋은 무대에는 함께 성취감을 느끼고, 아쉬운 무대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함께 안타까움을 느끼고, 그런 것이 드라마이고 재미 아니겠는가 말이다.

당장 이경규와 이윤석이 함께 선 보인 독무의 무대가 그랬었다. 이경규가 누구인가를 안다. 이윤석이 누구인가도 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안다. 이윤석이 어떻게 독무를 쟁취했고, 또 이경규가 그 무대에 함께 하고 있는가도 안다. 그런 만큼 더 관심을 가지고 본다. 더 잘 추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부족하나마 그러기까지의 과정이 있기에 어떠한 무대를 선보이는가로 만족하며 볼 수 있다. 다만 전체적으로 그러한 것이 너무 부족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작년 김성민이 불미스러운 사태로 어쩔 수 없이 타의로 프로그램을 하차하고, 올해는 비덩 이정진마저 연기활동과 예능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스스로 프로그램을 그만두고 말았고, 더구나 PD마저 어떤 다른 내부사정에 의한 것인지 프로그램을 그만두고 종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존의 멤버들도 프로그램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 예능이 처음인 양준혁과 전현무 두 사람이 새로 들어와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4개월짜리 장기미션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되었고. 작년 세운 올해의 5대 기획 자체는 상당히 거창하고 야심찬 것이었지만 그 결과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었다. 그나마 '배낭여행'이 괜찮게 나왔을까?

<남자의 자격>의 올 한 해를 보여주는 듯한 미션이었을 것이다. 단절과 혼란과 그리고 힘겨운 수습. '청춘합창단'에서도 적잖이 아쉬움이 보이더니만, '청춘합창단'이 끝나고 나서도 새로운 PD는 아직 자기 색깔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남자의 자격>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로운 <남자의 자격>도 아니다. 원래의 <남자의 자격>이라는 드라마가 있었건만, 잠시 멀리 돌아온 뒤로는 마치 새로운 시리즈를 맞는 듯 단절되어 그 실체가 분명하지 않다.

그렇더라도 탭댄스 자체는 무척 훌륭한 미션이었다. 그래서 더 아쉬운 것이다. 몸으로 직접 움직여 배우는 춤과 그것을 귀로도 즐기는 즐거움. 모두가 함께 하는 군무까지. 드라마를 단지 이윤석의 독무에만 넣을 것이 아니라 군무에도 넣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설사 실패하더라도 그러기까지의 과정이 있다면 충분히 시청자 역시 이입하여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전의 <남자의 자격>이 그러했듯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어야 하는 것이다.

많이 아쉬웠다. 솔직히 그다지 재미도 없었다. 전부도 아니고 단지 네 명의 멤버들만이 따로 치르는 미션따위. 더구나 이 네 명이 <남자의 자격>에서도 상당히 저조한 멤버들이었다. 신입 두 명에, 분량이 없어 걱정인 두 명, 그래도 이윤석은 그만의 성실함과 표현력으로 가장 볼 만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비록 체력은 김태원과 최악을 다투지만 성실함으로 <남자의 자격>에서 가장 많은 미션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이 바로 이윤석이었다. 드라마도 많이 만들어냈다. 최근 많이 저조하지만 여전히 <남자의 자격>을 보고 있으면 이윤석부터 보게 되는 이유다.

부디 내년에는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기를. 아이디어를 모아 봐야 할 것이다. 어떤 미션이 과연 이제까지처럼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멤버들도 하나로 녹일 수 있는가? 과거 초반에는 '자전거여행' 미션이 있었다. 아지트를 꾸미는 미션도 있었다. 모두가 함께 하는 미션이었다. 그리고 모두의 로망을 보여주던 미션이었다. 단축마라톤 역시. 함께 함으로써 공감과 감동은 더한다.

내년의 화두일 것이다. '모두', 그리고 '함께'. 양준혁과 전현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모두가 모이면 그 사이에서 관계가 만들어지고, 관계를 통해 캐릭터는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하다못해 모두가 함께 두들겨주면 거기에서 리액션이라도 나오게 된다. 몇 명이서 따로 치르는 미션은 '탭댄스'가 마지막이기를 바란다. <남자의 자격>이 일곱 멤버인 것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올해도 슬슬 마무리되어간다. 아마 그래서 더욱 아쉬운 채로도 '탭댄스'를 무대에 올리고 방송으로 내보낸 것이리라. 내년에는 조금 더 안정감 있게 <남자의 자격>도 심기일전하여 새로운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으면. 올해는 너무 분주했다. 그것이 보여 더욱 안타까웠다.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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