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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5.07.20 19:47

[권상집 칼럼] 스스로 돌아보지 못했던 김수미의 ‘나를 돌아봐’ 하차 번복 논란

악플과 김수미의 막말 논란, 모두에게 반면교사 되어야

▲ 배우 김수미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배우 김수미. 소위 젊은 연기자들에게 선생님 대우를 받으며 연기하는 분들 중에 전 세대에 걸쳐 고른 사랑을 받는 이는 탤런트 김수미가 아마 유일할 것이다. 지금 대학생들은 기억도 못할 ‘전원일기’ 일용엄니라는 독특한 캐릭터 창조로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아왔던 그녀는 작품 하나하나에 자신의 발자취를 선명히 남겨 놓는 일품 연기자 중 하나였다.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녀의 연기가 시청자 또는 관객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논란을 일으킨 이번 일은 적어도 그녀를 응원하는 많은 사람의 눈높이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김수미는 대중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던 배우 중 한 명이었다. 1995년 KBS에서 방영한 <젊은이의 양지>에서도 그녀는 이른바 ‘인범 엄마’라는 천 마담 역을 훌륭히 소화해내며 밑바닥 인생임에도 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었고 올 초 종영한 MBC의 <전설의 마녀>에서는 주인공 한지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김수미 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근래 보기 드문 시청률 31.4%를 올리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연기자 김수미가 언급한 대사 하나 하나가 시청자 게시판에서 열광을 보일 정도로 드라마는 인기를 구가했고 연기자 김수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한층 더 커졌다.

그러나 그녀에게 애정을 보인 시청자 또는 관객들의 기우라면 기우랄까. 한 가지 걱정인 건, 어느 순간 그녀가 맡는 캐릭터가 대부분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부터 그녀가 화제를 뿌리며 출연한 영화 <가문의 영광>시리즈까지 그녀는 폭력배의 보스, 욕쟁이 할머니라는 유사한 이미지로 어느덧 관객 또는 시청자의 뇌리에 각인되기 시작했다. 어느덧 그녀 역시도 예능에서조차 자신의 캐릭터를 완전히 벗어 던지지 못하고 동일한 이미지, 동일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KBS에서 파일럿으로 시작했던 예능 <나를 돌아봐>의 첫 편을 바라본 필자로서는 김수미의 등장이 결코 지루하거나 나쁘지는 않았다. 막말 파문으로 당시 모든 비난의 대상이었던 개그맨 장동민 역시 <나를 돌아봐> 프로에서 그녀의 매니저 역할 노릇을 하며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돌아봤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로 김수미의 현장 모습은 때로는 유쾌했고 때로는 날선 비판을 통해 통쾌함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그녀의 막말 논란은 앞서가도 너무 앞서갔다.

물론 그녀에게 불쾌함을 준 건 어느 네티즌의 악플이었을 것이다. 특히, 박명수와 그녀를 동시에 ‘호남’이라는 지역주의로 싸잡아 비난하는 네티즌의 글을 보고 참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기 전에 그녀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 자기 자신도 세상 사람 누구나 자신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공인’이라는 점이다. 최근 기업에게도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데 당연히 TV 브라운관을 수놓는 이른바 ‘공인’들에게도 시청자 또는 팬들이 기대하는 건 다른 이보다 더한 책임과 감내일 것이다.

탤런트 최진실부터 정다빈, 가수 유니까지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악플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 되었다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도 잘 기억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가 생각 없이 내지르는 근거 없는 비난과 무책임한 비방은 상대에게 비수가 되어 날아간다. 이러한 글을 본 김수미에게 무조건 인내하라고 조언하기에는 그녀도 스스로 너무 불쾌하고 극도로 억울했을 지 모른다. 실제로 필자 역시 본 칼럼 내용을 보고 여기저기서 불쾌한 답변이나 항의성 이메일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누구에게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때로는 공인, 존경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감내해야 될 책임은 이토록 무거운 것이다.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을 보낸 악플로 상처 받았던 김수미가 대중의 비난을 받았던 점은 자신 역시도 다른 이들에게 (심지어 모두가 듣는 가운데) 비난의 화살을 거침없이 퍼부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조영남이나 개그맨 박명수, 가수 이홍기에게 그녀가 쏟아낸 비난이나 악담은 그냥 웃고 넘어가기엔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김수미가 비판 받을 수밖에 없던 점은 이른 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분풀이하는 격’의 언행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녀가 쏟아낸 악담으로 가수 조영남, 개그맨 박명수 등을 포함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적지 않은 불쾌함을 받았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당일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에게 악플을 보낸 악플러를 향해서 본인이 보여준 캐릭터 연기처럼 가벼운 악담으로 의연하게 대처했다면 사람들은 ‘역시 김수미다’라고 하지 않았을까?

다행히도 출연자인 조영남이 김수미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고, 방송사의 설득으로 김수미는 ‘연예 활동 중단’이 아닌 ‘<나를 돌아봐> 출연’을 다시 결심했다고 한다. 이번 일로 뜻하지 않게 프로그램은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며 대대적인 PR 효과를 거두었지만 실제 출연하게 된 사람들은 적지 않은 내상을 입고 시작하는 무거운 부담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다만 그들은 확실하게 이번 일로 인해 프로그램 제목처럼 ‘자기 자신이 했던 경솔한 언행을 다시 생각하며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았을까.’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자기성찰’을 하는 촉매제로 이번 일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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