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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7.12 12:15

[김윤석의 드라마톡] 사랑하는 은동아 14회 "어긋난 것들을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리기 위해서"

최재호의 자살과 마지막 위기, 사랑을 위해 치러야 할 댓가들

▲ 사랑하는 은동아 ⓒ드라마하우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어긋난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진통이 필요하다. 부수고 깎고 다시 끼워맞춘다. 희생을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잔인할 정도로 단호하고 과감하게 모든 것을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는다. 몸이 불편한 '사랑하는 은동아' 최재호(김태훈 분)를 보면서도 어떤 동정이나 연민도 앞세우지 않는다. 지금 자신들에게 가장 간절하고 소중한 한 가지만을 떠올린다. 지금 이 순간 무엇이 더 중요한가.

거짓에 대한 대가다. 그동안 서정은(김사랑 분)만 속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최재호 자신마저 자신에게 속고 있었다. 진짜라 여기고 있었다. 진짜 자신의 가족이라고. 자신의 아내이며 자신의 아들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아내인 서정은은 남편인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하며, 아들 라일(박민수 분) 역시 친아들과 같다고. 아니 자기가 라일의 친아버지라고. 그러나 비로소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잔인하도록 차가운 진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인 서정은은 단 한 번도 자신을 사랑한 적 없었으며, 라일의 친아버지는 어디까지나 서정은이 사랑하는 지은호(주진모 분) 뿐이었다.

어느새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최재호를 연민하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서정은을 사랑한 것은 그에게도 역시 진심이었고 진실이었을 것이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놓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비겁한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라도 그녀를 붙잡으려 했었다. 그것도 사랑이라고.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그러므로 어찌되었든 자신의 곁에 머물게 된 그녀에게 진심을 다한다면 자신의 사랑 역시 보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짜일 것이라고. 기억을 잃었기에 주위의 말만을 의심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서정은의 성실함이 더 큰 착각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이제 이것이 진짜다. 이것이야 말로 진짜다. 자신의 일방적인 거짓위에 쌓아올린 허깨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애써 잊는다.

그래서 더 고통스러운 것이다. 차라리 그때 포기했더라면. 서정은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을 알고 깨끗이 단념했더라면. 잠시는 아팠을 것이다. 괴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고 상처는 아물고 아픔도 익숙해진다.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기도 한다. 새로운 행복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게 사람은 상처와 아픔을 딛고 현실을 살아갈 수 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인 거짓의 무게가 한꺼번에 허물어지듯 자신의 위로 쏟아져내린다. 차고 시린 현실이 이자처럼 그를 더욱 몸서리치게 만든다. 오직 한 가지 사랑하고 사랑했었다는 마지막까지 붙잡고 놓지 않으려 했던 진실조차 거짓위에 시작된 것이기에 함께 허무하게 무너져내리고 만다.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로, 정상으로 돌아갔을 때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지은호를 파멸시키고, 가진 모든 것을 잃고 비참한 모습이 되어 자신의 앞에 무릎꿇게 만들더라도, 그렇게까지 해서 조서령(김유리 분)이 얻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그렇게 지은호를 가진다면 그녀는 만족할 수 있을까? 그렇게까지 해서 지은호를 자신의 곁에 둔다고 그녀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물론 그때 가서야 깨닫게 될 것이다. 속아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속아넘어가주는 것이다. 포기할 수 없으니까. 포기해서는 안되니까. 자신에 대한 연민이며 현실로부터의 도피다. 자존심이라 착각한다. 상처입기 싫다. 다치는 것이 두렵다. 그렇게 자기 위로 딱지가 앉고 굳은살이 배기게 될 것이다. 자기를 잃어간다.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럼에도 거짓인 것을 알면서도 현실을 진실로 여기고 살아간다. 이미 남편이니까. 이미 아내이니까. 이미 아버지이고 아들이니까. 남편을 배신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몸까지 불편한 남편을 일방적으로 버리고 떠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에 와서 아버지가 아버지가 아니라 말하는 것은 아이에게도 큰 상처가 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최재호는 자살을 시도한다. 자신의 거짓으로부터 자신의 진실을 구하기 위한 방법이다. 오로지 한 가지 죽을 정도로 간절한 자신의 진심만이 남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런 최재호의 필사적이고 절박한 사정조차 무심할 정도로 딛고 자신들의 사랑을 위해 앞으로 나간다. 세상의 비난도, 인간에 대한 온정도, 그들의 사랑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랑은 과연 어디까지, 무엇까지 양보하고 희생할 수 있을까? 사랑을 위해 그들이 치러야 할 대가들이다. 많은 것을 잃는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랑을 한다. 더 절박한 곳까지 그들을 몰아붙인다. 배우를 은퇴하고, 소속사는 세무조사를 당하고, 서정은의 전남편은 몸이 불편한데다 자살까지 시도하고 있다. 단지 불륜이다. 세상의 눈은 냉정하다. 한 순간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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