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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7.11 14:36

[김윤석의 드라마톡] 사랑하는 은동아 13회 "삶이 자신을 속일지라도, 원래대로 되돌리기"

마침내 알게된 라일의 진실과 최재호의 안타까운 부정

▲ 사랑하는 은동아 ⓒ드라마하우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사랑하는 은동아. 문득 삶을 돌아보면 후회만이 가득하다. 그때 왜 그랬을까? 어째서 그랬던 것일까? 어떻게 그럴 수 있었던 것일까? 누군가 자신을 속인 것만 같다. 때로 자신이 자신을 속인다. 그때 그러지만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차라리 삶이 게임이기를 바란다.

차라리 명확하다. 기억을 잃었다. 기억을 잃은 자신을 아버지 서감독(남경읍 분)과 남편 최재호(김태훈 분)이 속여서 지금까지 거짓된 삶을 살게 했다. 자신의 삶이 아니었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삶이 아니었다. 다시 원래대로 되돌린다. 배신이 아니다. 버리는 것도 아니다. 단지 어긋난 것들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려는 것 뿐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과 그 사람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그래서 더 단호하고 냉정해질 수 있다. 그것만이 진실이다.

그래서 꿈일 것이다. 그래서 판타지인 것이다. 다시 되돌리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너무 멀리 와 있기에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만 보인다. 그래도 돌아갈 수 있다면. 그래도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잊지 않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 언제까지나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자신을 기다려줄 한 사람이 있다. 징표를 남긴다. 약속과 기억, 그리고 그것들이 남긴 하나의 소중한 결과. 물론 이 넓은 세상 어딘가는 그런 꿈같은 일들도 현실로 만드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결국 불륜이다. 남편이 있는 여자가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 남편이 있는 여자와 심지어 육체관계까지 갖는다. 하지만 어차피 거짓이다. 거짓된 결혼이고, 거짓된 삶이었다. 거짓된 시간들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아내로서. 남편이기에. 아이의 아버지이기에. 혼자서는 몸도 제대로 못가누는 남편을 위해 몸도 마음도 고단한 가운데서도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조차 가져 본 적이 없었다. 그래야 했었다. 그러는 것이 당연했었다. 그토록 사랑해서 결혼도 했고, 부부도 되었을 테니까. 기억하지 못해도 두 사람은 그렇게나 사랑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한다.

거짓된 결혼과 진실한 사랑. 거짓된 의무와 진실한 욕망. 도덕도, 윤리도, 세상의 상식과 관습도, 하나같이 지은호(주진모 분)와 지은동의 사랑이 잘못된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그나마 불과 얼마전에 간통죄가 위헌판결을 받고 사라지면서 법적인 강제는 사라졌다. 형식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 무엇으로도 구속할 수 없고 강제할 수 없는 더 간절하고 진실한 무엇이 있다. 어쩌면 고작 불륜에 지나지 않을 이야기에 사람들이 이토록 이끌리고 심지어 감동까지 받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거짓된 시간 속에서 마침내 찾아닌 단 하나의 진실. 단 하나의 사랑. 본능일 것이다. 자신이 잃어버린, 잃어버린 사실조차 잊어버린 그 소중함을 일깨우고 만다. 비록 거짓일지라도 꿈을 꾸고자 한다.

주눅들어 있지 않다. 애써 속이고 감추려 하는 것도 없다. 당당히 나선다. 만나고 이야기한다. 오로지 한 가지만을 소중히 여긴다.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 사랑을 지키고 이루고 싶다는 자신의 진심만을. 그래서 어느것도 무섭지 않다. 두려워하지도 꺼려하지도 않는다. 이야기를 풀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들이 한결같이 올곧으니 주위에서 사건을 일으키고 끌어가야 한다. 그런 우여곡절들을 겪으며 두 사람의 진심은 인정받고 이루어질 수 있다. 악역이 필요하다. 아니 악역조차 아니다. 차라리 슬프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랑은 때로 자기 자신마저 속이고 만다. 그런 식으로밖에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도 어딘가는 있다. 올곧게 앞으로만 나가려는 주인공들이 그래서 후련하기조차 하다. 누군가를 그렇게까지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마침내 지은호도 최라일(박민수 분)이 자기의 아들인 것을 알았다. 최재호의 라일에 대한 진심이 한 편으로 안타깝기도 하다. 자기가 낳은 아들은 아니지만 친아들처럼 친아버지로서 살아온 세월이 무려 10년이었다. 지은동을 자신의 곁에 붙잡아 놓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아버지와 아들로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그에게도 진심이었다. 어째서 아버지로서 자신의 딸인 지은동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는가. 오로지 자신의 편만을 들고 있는 서정은의 양아버지 서감독에 대한 최재호의 원망은 그런 최재호의 진심을 들려준다. 자신은 아버지였다. 어쩌면 지은호와 최재호, 그리고 지은동이 화해하게 되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사랑에는 원망도 미움도 필요없다. 지은호를 몰락시키려는 조서령(김유리 분)의 계속된 압박이 지은호의 결심을 재촉한다.

힘을 뺀 연기가 좋다. 연기에도 과장이 없다. 대사는 간결하고 진실하다. 가끔 지나고 나면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물처럼 담백하다. 굳이 고함지르지 않고도, 소리내어 울지 않아도, 화려한 액션이나 연출이 없이도. 빠져든다. 이미 빠져 있다. 명품이라는 것일 게다.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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