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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공소리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5.07.08 20:16

[공소리 칼럼] 청소년은 피임도 자유롭지 못해요

[스타데일리뉴스=공소리 칼럼니스트] 중학생 때 교복을 입고 약국에 방문하여 콘돔을 구매한 적이 있다. 어색하고, 가슴 떨리는 사건이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약사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까 봐 조마조마했지만, 용기를 내어 약국에 들어갔다. 약사와 손님들 시선이 걱정돼 긴장했지만, 약사는 사무적으로 콘돔을 종이봉투에 담아주었다.ˇ

사실 속으로 콘돔 구매를 거절한다면 콘돔은 성인이 아니어도 구매할 수 있다고 따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긴말이 필요 없었다. 그날, 약국에서 시시비비를 가린다면 심장이 터졌을지도 모른다.

그때 구매한 콘돔은 낱개로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실제로 콘돔을 만져보는 일은 거의 처음이었다. 포장을 뜯어 만져보고, 풍선처럼 불어보는 친구도 있었다. 말로만 듣던 콘돔을 체험하는 건, 설레고 신기했다.

그 시절, 우리는 체감하는 성교육이 필요했다. 실질적인 성교육의 부재 때문에 스스로 체험하기에 나선 것이다. 결과는 신선했다. 많은 궁금증 일부를 해소할 수 있었고, 콘돔 사용 중요성에 대해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그때도 청소년이 피임기구를 구매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지하철에 배치된 콘돔 자판기밖에 없었다. 약국, 편의점, 인터넷에서 콘돔을 판매하고 원칙적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실제로 청소년이 구매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었다. 문제는 현재도 청소년은 구매가 어렵다는 것이다.

콘돔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품이다. 일반 콘돔은 제한 없이 판매할 수 있고, 돌출형이나 사정 지연형 등 특수 콘돔만 성인용품으로 취급된다. 청소년 보호법에 일반 콘돔에 대한 제재 사항이 없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유해 물건 고시에도 일반 콘돔에 대한 제한이 없다.

청소년이 구매하는데 제한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왜 현실적으로 어려울까?

일반 콘돔을 담배나 술처럼 연령 제한이 있다고 생각하는 업주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판매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 약국이나 편의점 등 콘돔 구매를 거절당하는 이유는 청소년의 성생활을 허용하지 않는 편견에서 비롯된다.

청소년은 인터넷을 통한 구매마저 막혀있다. 통신판매업 법적 기준상 콘돔을 파는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하려면 성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포털사이트 검색엔진에 ‘콘돔’이라고 검색하면 [청소년에게 적합하지 않은 검색결과를 제외하였습니다], [연령 확인이 된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성인] 등 결과 첫 줄에 정보를 제한하는 문구가 뜬다. 미성년자의 콘돔사이트 접속 자체를 막고 있는 것이다.

사후피임약도 처방전 없이 구매가 가능해지고, 사전 경구피임약과 함께 일반적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아직 사회에 녹아있는 성에 대해 억압적인 편견으로 청소년들은 피임 관련 용품 구매를 어렵게 느끼고 있다.

미국은 금욕 대신 현실적으로 피임을 가르친다. 미국은 금욕 중심의 성교육을 1990년대부터 피임 교육으로 전환하면서 청소년 미혼모와 성병 발생률이 낮아졌다. 또한, 성관계를 경험한 청소년의 비율의 차이가 거의 없고, 오히려 피임하는 청소년이 증가했다.

반면 한국은 중·고등학교는 성교육을 보건 교육으로 선택하는 처지다. 입시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보건 교육 채택률은 전국 5,300여 개 중·고등학교 가운데 360개(5.7%) 수준으로 부족하다.

2013년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의 성관계 시작 나이가 12.8세이다. 10대 에이즈 환자도 10년 새 4.5배가 증가했다. 실제로 성관계를 경험하는 청소년이 존재하고, 연령 또한 점점 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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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성관계를 원하는 청소년의 콘돔 등, 피임 용품의 구매를 막아선 안 된다. 피임기구 구매를 막는 것이 성관계를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원치 않는 임신과 성병을 방치하는 결과가 될 뿐이다.

중학교 시절 콘돔을 구매해서 친구들과 나눠 가졌지만, 콘돔을 얻었다고 해서 성관계 충동을 겪은 친구는 없었다. 콘돔 체험은 막연하고 두렵게 느끼던 피임 방법에 대해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건이었다. 피임기구를 체험하고, 주제에 맞는 대화를 통해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성관계의 위험성에 대해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콘돔과 같이 피임 관련 용품을 판매하거나 구매를 승인해주는 행동은 결코 청소년이 성관계하라고 부추기는 행동이 아니다. 안전한 성생활을 원하는 청소년을 존중해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성관계의 부적절한 부분을 예방한다. 안전한 성생활을 원하는 청소년이 차별 속에서 상처받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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