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5.07.05 12:01

[권상집 칼럼] 과도한 쿡방과 몸짱 방송이 우리에게 주는 피로도

여기서도 쿡방과 몸짱 저기서도 쿡방과 몸짱, 진부함과 피로도만 가중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이쯤 되면 TV프로그램도 이른바 쿡방과 몸짱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몇몇 셰프 및 여성 트레이너는 연예인 버금가는 인지도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일부 방송 및 언론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남성 셰프 및 여성 트레이너들이 출연하는 방송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소재의 참신함은 사라졌고 프로그램의 매너리즘이 주는 진부함과 시청자의 피로도만 가중되고 있다.

대세라고 말하는 셰프들이 요즘 한 두명이 아니고 몸짱이라고 방송에서 부각시키는 여성 트레이너들 역시 요즘 한 두명이 아니다. 물론 셰프들이 멋지게 등장해서 화려한 솜씨로 만드는 요리나 진솔한 그들의 이야기와 실력은 시청자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아울러, 여성 트레이너들의 다부진 체형과 몸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은 운동의 소중함과 열심히 운동한 사람들의 탄탄한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한다.

▲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캡처 ⓒMBC

그러나 누군가의 말처럼 이러다 정말 모두가 요리와 운동에 대해 강박증이 걸릴 지경이다. TV만 틀면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 두 가지 소재에만 집중하다 보니 소재의 신선함도 떨어지고 사실상 방송에 나오는 남자 셰프들과 여자 트레이너들이 정말 해당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기도 한다. 방송에 나오는 셰프 및 트레이너들 중에서는 자기의 사업을 오히려 부각시키는데 방송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으며 자신의 지명도 향상에만 열을 올리는 사람도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요리 및 운동에 대한 관심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최근에 와서야 몸짱, 쿡방이라고 언론매체에서 해당 소재의 열풍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두 소재는 사골로 충분히 우려먹었을 정도로 방송에서 활용해왔기에 신선하거나 새로운 소재는 아니었다. 음식과 관련된 경우 이미 6년 전, MBC <무한도전-식객 편>을 통해 무한도전 멤버들의 요리 도전이 그려졌고 여기에 심사위원으로 등장했던 이혜정 요리연구가는 이미 4~5년간 지상파와 종편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며 국내 대표 요리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아울러, 몸짱 역시 가수 김종국부터 배우 차승원, 더 나아가 간고등어 코치로 불렸던 최성조, 숀리까지 지속적으로 등장해왔고 이들이 방송을 맹활약했던 시기도 지금으로부터 불과 5년이 안 된다.

당시와 지금의 차이가 굳이 있다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이들의 성별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혜정 요리연구가 등 일부 여성 요리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음식 방송은 어느새 30~40대 젊은 남자 셰프들에 의해 대체되었고 최성조와 숀리 및 식스팩으로 불리던 몸짱의 중심은 어느새 20~30대 여성 트레이너들에 의해 대체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및 일부 종편에서는 “남녀의 성 역할이 바뀌고 있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음식 등 가정 일에 신경 쓰는 남성의 역할 증대와 여성에게 단아한 아름다움 등의 이미지를 강조한 기존 낡은 관념 등이 깨지는 증거”라며 진지한 모습으로 이를 진단하기도 한다. 비일비재하게 최근 벌어지는 이런 뻔한 결과론적인 논평은 언제나 시청자들에게 진부함과 피로도만 줄 뿐이다. 과거에 송일국의 삼둥이 방송 때는 육아에 대한 관심과 소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증가하고 있다더니 지금 와서는 어느새 다들 말을 바꾼다.

쿡방과 운동에 대한 트렌드가 무슨 사회적인 흐름 또는 변화의 징조인 것처럼 얘기하는 평론가들의 모습은 우습기만 하다. 지금의 쿡방과 운동 트렌드는 단순히 소재의 빈곤함과 새로운 분야의 스타를 찾고자 하는 방송의 얄팍한 시도일 뿐이다. 물론, 지상파 및 케이블에서 현재 진행되는 10개가 넘는 쿡방과 여성 트레이너들의 방송 출연을 모두 비난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필자가 우려하는 건 정말 평론가들의 지적과 같이 사회적 요구에 의해 촉발된 것이 아니라 방송사들의 유사 프로그램 확장으로 무분별하게 검증되지 않은 셰프와 트레이너들이 등장하여 이들의 이미지만 단기간에 소모된다는 점이다.

건강함과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호와 욕구는 사람의 본능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욕구를 제대로 채워줄 수 있는 방송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쿡방과 여성 트레이너들이 강조하는 육체적 건강함은 진부함을 넘어 이젠 피곤할 정도다. 일단,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유사하고 이들이 내세우는 컨셉 역시 따분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현재 방송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셰프와 트레이너들은 다들 기획사에 소속되어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진정성 있는 방송 출연이 아니라 이미 연예인처럼 정해진 스케줄에 의해 셰프 및 트레이너들의 이미지가 소모되는 건 또 다른 상업주의의 극치일 뿐이다.

오늘도 TV 프로그램을 틀었더니 또 다른 남자 셰프와 여자 트레이너가 등장하여 거의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몇 년째 동일한 소재를 남녀만 살짝 바꿔가며 중복해서 방송하고 있는 방송사들,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유사 프로그램의 범람이 주는 진부함이 오늘도 우리에게 피곤함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