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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1.15 09:32

브레인 "강하고 굵으면서도 섬세한 의학드라마!"

하얀거탑과는 다른 또다른 한국드라마의 지향을 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어떻게 보면 진부한 구도일 것이다. 불우한 환경을 딛고 악착같이 노력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는 주인공과 혜택받은 환경에서 느긋하게 정도를 걸으려는 라이벌, 주인공의 치열함은 얼핏 악역으로까지 비춰지고 라이벌의 느긋함은 선량함으로 보인다. 과연 구원은 있을 것인가?

드라마 <브레인> 역시 그와 같은 진부한 구도로 시작한다. 얼핏 이강훈(신하균 분)의 캐릭터는 <하얀거탑>에서의 장준혁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의 동기이며 장차 라이벌이 될 서준석(조동혁 분)은 최도영과 닮아 있다. 아니 큰 야심 만큼이나 실력도 출중한 이강훈은 분명 장준혁과 닮아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서준석의 캐릭터는 최도영에 비하면 좋은 환경에서 자란 느긋한 도련님에 불과하다. 그의 선량함은 그 위에 씌워진 얄팍한 가면에 불과하다.

다르다. <하얀거탑>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장준혁의 욕망을 쫓았다면 <브레인>은 한국드라마가 추구하는 인간의 갈등과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강훈의 반대편에 서준석이 있다. 서준석의 반대편에 이강훈이 있다. 출발은 서준석에 대한 이강훈의 열등감이다. 그가 끝내 서준석을 밟고 이기려는 이유일 것이다. 출발점이 다르다. 출신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다. 자신은 죽어라 노력해서 겨우 얻을 수 있는 것을 서준석은 그러한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자수성가형 인간의 전형을 보여준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선 이들은 대개 두 가지 모습을 보인다.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다른 사람들에 대해 관대해지거나, 아니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자신에 대한 연민과 자부심으로 다른 사람들에 더욱 엄격해지거나. 이강훈에게 그래서 서준석은 증오의 대상이며 경멸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는 모든 것을 갖추었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 대학병원에서 그가 더 위다.

이강훈이 전공의들에게 누구보다 가혹한 이유다. 간호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세상이란 전장이다. 반드시 싸워서 이기고 살아남아야 하는, 살아남아 더 위로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되는 치열한 사투의 장이다. 느긋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나태한 것은 용서될 수 없다. 그가 김상철(정진영 분)을 처음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그래서다. 그만한 실력과 명성을 가지고 최고의 자리를 노리지 않는다. 권력은 승자의 징표다. 하물며 자신보다 한참 미치지 못하면서 노력조차 부족한 전공의들은 말할 것도 없다. 부족한데 말까지 많은 윤지혜(최정원 분)는 최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드라마 <브레인>이 <하얀거탑>과 차별화되는 것은 바로 윤지혜의 존재일 것이다. 더불어 이강훈에게 호감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장유진(김수현 분)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최도영은 김상철과 서준석으로 나뉘어졌다. 김상철은 연구의로서의 순수함을, 그리고 서준석에게는 혜택받은 자의 오만과 야심을 더해주었다. 그리고 서준석과의 관계에서 이강훈과 대척점에 있는 순수한 열정을 상징하는 윤지혜가 들어갔다. 이강훈의 야심을 이루어줄 수 있는 장유진이 함께 등장하는 것은 그래서다. 의사로서의 열정과 성공에 대한 욕망. 윤지혜와 장유진이 그것을 맡으며, 서준석은 그의 열등감이자 다른 얼굴로 등장한다. 복잡한 구도 속에 의사이며 야심가인, 야심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강훈은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어쩌면 그의 열등감이기도 한 어머니(송옥숙 분). 어머니가 애써 만들어 가지고 온 한우사골국물은 전혀 손도 대지 않은 채 그의 방 냉장고에 차곡차곡 쌓여갈 뿐이다. 진정 싫었다면 아예 버려 버렸을 것이다. 굳이 냉장고에 자리만 차지하는데 무너져내리도록 쌓아둘 필요는 없었다. 반갑다고 고맙게 받아 먹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버리지도 않는다. 서준석의 방을 청소하려는 어머니의 모습에 분노하는 그 모습처럼. 그것은 족쇄다. 외면할 수 없기에 더욱 고통스러운. 마냥 싫어할수도 미워할 수도 없기에 더욱 냉정하고 가혹하게 대할 수밖에 없는.

그것은 그의 과거이기도 하다. 그의 출신이기도 하다. 그가 그토록 성공에 매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철두철미한 이유이며 또한 그가 주위로부터 비난을 듣는 이유다. 그는 자신의 출신을 외면하려 한다. 그러나 항상 그러한 자신의 출신에 얽매여 살아간다. 그를 위해 더 나아가려 하며, 그렇기 때문에 더 높이 올라가려 발버두이면서. 과연 서준석과 김상철, 그리고 윤지혜와 장유진은 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는 어떠한 모습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어갈까? 그를 얽매고 있는 출신과 기억, 그리고 그의 어머니와 가족처럼.

인간의 드라마다. 그보다는 따뜻한 드라마다. 일본드라마와 우리나라 드라마의 차이이기도 하다. 일본원작의 <하얀거탑>과 <브레인>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일본드라마에서는 개인이 관계를 만들지만, 한국 드라마에서는 관계가 개인을 만들어간다. 외롭지만 외롭지 않다. 이강훈에게도 누군가 진심으로 그에게 다가가 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마 그것이 일본에서 한국드라마가 폭넓은 지지를 얻으며 한류라는 이름까지 얻게 된 이유일 것이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신뢰와 애정이 있다.

야심과 더불어 의사로서의 사명감도 투철하다. 아니 그 자체가 야심이다. 의사로써 최고가 되고자 하는 것. 자칫 최고가 되고자 하는 치열함이나 최고이고자 하는 오만이 의사로서의 윤리를 저버린 듯 보이지만, 의사로서의 최고의 윤리는 사람을 살리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가장 많은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가장 훌륭하다. 인간적으로야 어떻든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의사가 훌륭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강훈의 야심은 정합성을 갖는다. 오히려 인정에 이끌리는 서준석과 윤지혜가 실수를 저지른다. 그러한 그의 반대편이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김상철이 있다. 드라마의 방향이 결정된다. 바로 이강훈의 야심이 향하는 방향이다.

선이 굵은 드라마다. 그러면서도 섬세하다. 이강훈의 야심이 향하는 지점과 그리고 그와 얽히는 감정들이 매우 디테일하게 그려진다. 신경외과 뇌전문의라고 하는 소재의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드라마 본연의 감정을 잃지 않는다. 시작은 훌륭하다. 과연 어떨지. 흥미로웠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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