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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5.29 08:14

[김윤석의 드라마톡] 가면 2회 "악의 유혹과 함정, 죄의 손을 잡다"

생각마저 잊게 만드는 압도적인 긴박감에 매료되다

▲ 가면 포스터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가면'에서 변지숙(수애 분)이 최민우(주지훈 분)를 만나려 약속장소에 도착한 순간부터 최민우가 교통사고를 당하기까지 숨가쁜 단 몇 분의 시간이 시청자의 눈을 압도한다.

변지숙은 잃어버린 돈을 찾으려 최민우를 만나려 하고, 최민우는 서은하가 사고를 당한 것과 관련하여 협박하는 것으로 여기고 그 요구에 응한다. 변지숙으로 하여금 서은하를 대신케 하려면 장차 남편이 될 최민우를 먼저 만나서는 안된다. 서로 다른 의도와 오해가 한 공간에서 거의 초단위 분단위로 아슬아슬하게 얽히며 엇갈린다.

과연 변지숙은 최민우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서은하와 똑같이 생긴 변지숙을 보고 최민우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인가? 변지숙이 최민우와 만나지 못하도록 하려는 민석훈의 의도는 달성될 것인가? 민석훈의 지시를 받은 부하에 의해 변지숙이 다른 곳으로 유인된 순간 변지숙의 의도는 좌절되려는 듯 보였다. 절묘한 때 걸려온 최민우의 전화로 자신을 향한 다른 의도를 눈치채고 변지숙이 기지를 발휘해 자리를 벗어나자 이번에는 최민우와 변지숙의 만남을 기대했다. 변지숙이 바로 가까이까지 도착했을 때 최민우가 갑자기 쫓기 시작한 목걸이의 정체가 궁금했었다. 당장 1분 뒤도 예상하지 못한다. 어떻게 될 것인가?

어쩌면 드라마를 압축해 보여주고 있었을 것이다. 최민우가 쫓던 것은 자신의 트라우마였다. 변지숙이 무모하게 택시까지 잡아타고 뒤쫓던 것 역시 빚을 갚기 위한 그녀의 돈이었다. 그 돈을 위해 그녀는 자존심을 굽혀야 했었다. 다시 그 뒤를 민석훈의 욕망이 쫓는다. 그러나 결국 최민우가 쫓던 것은 단지 착각이었고 왜곡된 기억이었으며, 최민우의 물병에 드리워진 다른 악의가 최민우를 사고로 몰아넣는다. 물의 기억은 구원이다. 그리고 죄다. 자신으로 인해 어머니는 목숨을 잃었고, 그런 어머니로부터 자신은 구해졌다. 죽어가는 어머니를 지켜봐야만 했었다. 변지숙이 자신을 구하고, 그리고 죽는다. 죄의 늪에 빠져든다. 열쇠다. 그의 오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중요한 단서일 것이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으려는 변지숙의 손을 갑자기 나타난 민석훈의 손이 움켜잡는 장면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이성과 양심, 인정, 인격과 같은 것들이 철저히 배제된 순수한 욕망이며 악의 화신과도 같았다. 단지 인간일 뿐인데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와도 같이 섬뜩하고 두려웠다. 당연하게 죄를 말하고 아무렇지 않게 악을 이야기한다. 자신과의 거래를 받아들인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주어지게 될 것이다. 민석훈을 연기하는 연정훈이 다른 드라마에서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를 연기했던 것을 떠올린다. 그보다 한층 인간을 벗어난 무기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혹을 거부했을 때 악마들은 곧잘 인간을 함정에 빠뜨려 시험에 들도록 한다.

현실이 어떤 죄보다도 비참하다. 현실이 어떤 악보다 더 비루하다. 당당해지려 했다. 부끄럽지 않으려 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무언가를 얻는다는 것이 한심하게만 여겨졌다. 민석훈을 경멸했다. 그를 혐오했다. 하지만 갚지 못한 빚으로 인해 겨우 마련한 가게는 엉망이 되어 있고, 가족들은 피곤한 몰골로 잔해 위에서 서로 다투고 있었다. 당장의 이자라도 갚으려 사채업자를 찾아갔지만 그새 이자가 오른데다 가게를 부순 비용까지 추가로 요구한다. 당당하던 변지숙의 표정이 어느새 두려움과 고단함에 찌들어 버린다. 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 고통받고 절망속에 살아가지만 무엇도 그들을 돕거나 구하지 못한다. 심지어 사람이 죽는 장면을 목격하고, 목격자라는 이유만으로 함께 죽임을 당한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차와 함께 절벽에 매달렸을 때 그녀에게 과연 남은 선택이란 무엇이 있을까?

바다에 빠진 차 안에서 죽어가는 변지수의 주위로 돈뭉치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무엇이 그녀를 죽이는가? 무엇이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가? 악마는 천사처럼 빛과 함께 그녀에게 다가온다. 그녀를 살린다. 그리고 죽인다. 물이란 죽음이며 또한 탄생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운명처럼 그녀는 민석훈이 내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악해서 죄를 짓는 것이 아니다. 끝까지 죄를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의 고단함이 사람을 죄로 빠뜨리기도 한다.

기억은 왜곡될 수 있다. 최면이 항상 진실된 기억만을 끄집어내는 것은 아니다. 송여사(박준금 분)의 악의는 차라리 노골적이어서 다른 반전을 예감케 한다. 누군가 서은하가 사고당하는 CCTV동영상을 지웠다. 민석훈이 서은하가 말한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은 또 하나 놀라운 반전이었다. 모든 사람들을 속여야 한다. 변지수가 서은하가 된다. 최민우가 사고를 당하고 무의식중에 보았던 변지수의 모습은 무엇을 위한 복선이었을까.

시간마저 잊게 만드는 긴박한 연출이 사소한 드라마에 대한 사소한 우려마저 모두 한 번에 지워버린다. 재미란 판단이 아닌 감각이다.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다. 매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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