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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1.11 10:08

나도, 꽃 "경찰에 대한 비하, 보기에 불편하다!"

경찰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이 개성이나 멋이 될 수는 없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솔직히 불쾌했다. 유머는 좋다. 그러나 유머와 무례의 경계는 사실 거의 없는 것이나 같다. 무례한데도 그것이 기분이 좋으면 유머가 되는 것이고, 유머를 했는데 그것이 기분이 나쁘다면 그거은 무례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MBC의 새 수목드라마 <나도 꽃>은 어떨까?

다른 부분은 그러려니 했다. 지나치게 자신의 재능을 사랑하는 작가일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경계를 넘나들고는 있지만 원래 현실세계에서도 별의 별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디까지나 드라마로써 웃고 즐기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항상 착하고 바른 사람만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는 것 아니던가.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 선이라는 것이 있다.

도대체 몇 번이나 봤다고 경찰에게 매양 반말인가? 그렇다고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다. 아니 아무리 나이가 어리고 신입이더라도 성인으로서 그렇게 쉽게 반말하고 무시하고 조롱하는 것이 용납이 되는 것인가? 불법주차된 차를 견인시켰더니 파출소 찾아가서 하는 행동이 가관도 아니다. 반말에, 정신과치료가 필요하다는 모욕에, 자기에게 반했나며 속옷에 대해서까지 들먹이는 성희롱에, 그런데도 정작 경찰인 차봉선(이지아 분)은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한다. 민중의 지팡이여서?

하기는 배운 것이 그런 것일 터다. 서재희(윤시윤 분)은 어려서부터 여러가지 다양한 직업을 전전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당장 극중 하고 있는 발레만 하더라도 마냥 손님들이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진상이라 그런다. 손님은 왕이라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받들고 오로지 받들어주기만을 바라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들. 차봉선이 잘못한 게 있으면 절차를 밟아 체계에 의해 해결할 수 있도록 했어야지 그런 식으로 단지 민간인이라는 지위를 무기삼아 경찰을 모욕해도 되는가? 그래도 되는 것이 경찰인가?

더구나 그렇게 불법주차한 차가 견인되고 난 다음의 대응은 더 어이가 없다. 파출소의 팀장에게 선물을 주고 파출소의 주차장을 사적으로 이용하고자 한다. 파출소의 주차장은 어디까지나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공공의 재산이다. 그것은 일개 팀장이 함부로 사용을 결정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닌 것이다. 다른 보편적인 공공의 목적이라면 몰라도 기껏 개인사업장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파출소 주차장을 이용한다. 그것도 파출소의 경찰에게 선물까지 줘가며. 아무리 그리 대단하지 않은 지갑 선물이라도 이 경우 그것은 뇌물이 될 수 있다.

팀장은 선물을 받고 파출소 주차장을 사적으로 이용하도록 배려하고, 파출소 내부마저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도록 봐준다. 확실히 리얼리티는 있다. 13살부터 온갖 직업을 전전했다면 그럴 만도 하다. 세상에는 정직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일찍부터 세상과 부딪히면서 그런 어두운 부분부터 배우기가 더 쉽다. 다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근무중인 경찰을 상대로 성희롱을 하다가 아예 서로 도발하여 옷까지 벗고 있는 것은 가도 너무 갔다. 경찰이 참 우습다. 하찮고, 만만하고. 그런데도 그것이 너무나도 당당하고 스스로 대견하기까지 한 모양이다.

그게 문제다. 그것이 멋으로 여겨진다는 것. 개성으로 여겨지도록 묘사되고 있다는 것. 그래도 남자주인공이다. 이래저래 능력있고 개념있고 매력까지 있는 것으로 설정되고 있다. 그런데 하는 짓이란 여자경찰에 대해 무례와 모욕과 성희롱을 일삼고, 사적인 이익을 위해 경찰에 선물을 주고 환심을 사려는 것. 그리고 정작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차봉선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이상한 여자처럼 여겨진다. 도대체 작가는 경찰을 무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하기는 차봉선도 정상이 아니기는 하다. 서재희의 다리를 걷어찬 것부터가 사적인 감정이 개입된 것이며, 아무리 귀엽다고 남의 아이에게 함부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물며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경찰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잘난 시민은 경찰을 무시하고, 정의로운 경찰은 시민을 우습게 보고. 콩가루일까?

어쩌면 어떤 시사성을 노리고 그리 설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현실에서도 그렇다. 시민이 벼슬이 되어 경찰을 우습헤 보고 무시한다. 경찰이 권력이 되어 시민들에 함부로 대한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없다.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다. 다만 그렇더라도 그나마 우울증이라는 병명으로 인해 정상을 벗어난 것으로 여겨지는 차봉선에 비해 멀쩡한 서재희의 행동은 어떻게 보아야 하겠는가 말이다. 그건 재치도 뭣도 아니다. 유머도 아니다. 그냥 개념이 없는 것이다. 상식이 부족한 것이다.

내내 불편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딱 보기에도 차봉선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굳이 홈페이지를 찾지 않아도 정상을 벗어나 있었다. 그런데도 묘하게 히스테리와 정의감의 경계에 머문 모습이 흥미로웠다. 이기광은 원래 저런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잘한다. 대사가 조금 유치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통통튀는 재치도 있었고. 그러나 하필 차봉선은 경찰이었고, 서재희가 른 로맨틱코미디였다면 상관없었을 제멋대로인 행동을 해 보이는 대상이 바로 그 차봉선이었다. 그냥 일반인에게 그래도 안 좋았을 텐데 더구나 경찰이라니. 상식이 용납을 못한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차봉선도 비정상이지만 서재희도 비정상이다. 정상을 벗어난 서재희가 차봉선을 만나 함께 정상으로 돌아온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경찰에 대해서도 조금 더 생각이나 행동을 바꿔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럴 경우 재미있겠는가. 첫단추를 잘못 꿰었다. 차라리 상식적으로 행동했다면 여지는 있으련만.

경찰이라서 에러였다. 차봉선이든. 더구나 서재희이든. 특정 직업에 대한 비하로 비쳐질 수 있다. 더구나 그 특정직업은 이 사회의 법과 질서를 지키는 직업이다. 경찰 그 자체가 소재가 되고 주제가 되면 모를까 경찰에 대한 인식이 이런 정도라니. 문제가 있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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