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5.05.17 19:31

[권상집 칼럼] 자본의 지성 대체, 대학 축제의 상업화

연예기획사의 들러리 그리고 자본의 노예가 된 대학 문화

▲ 싸이 연세대학교 축제 무대 ⓒ싸이 트위터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5월은 누구나 설레는 기간임은 틀림 없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석가탄신일 등 다채로운 일정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계절적으로도 가장 아름다운 기간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대학교는 3~4월 열심히 학습한 학생들이 재충전할 수 있는 대학교 대동제가 벌어지는 기간이다. 이중에서 가장 5월을 반길 이들은 아마 각종 연예기획사일 것이다. 1년 중 가장 많은 행사 수익을 거머쥐는 달이 바로 5월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9월에도 필자가 칼럼을 통해 언급한 바 있지만 이미 국내 대학교 대동제 전체 예산의 50%에 가까운 예산이 연예인 초청에 이용되고 있다. 사립대학 중 연세대와 고려대 등 일부 대학이 적극적으로 대학 축제의 상업화에 기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3년에는 모 국립대학 조차 1억이 넘는 돈을 가수 섭외에 사용했다고 하니 대학 축제의 상업화는 이제는 더 이상 논란거리도 아니다.

지난주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른 연세대 아카라카 축제는 바로 자본이 지성의 요람인 대학을 얼마나 쥐고 흔든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일 것이다. 이미 4월부터 아카라카 출연 라인업이 인터넷에 오르며 ‘누가 출연하고 누가 출연하지 않는지’가 연세대 학생뿐만 아니라 인기 아이돌 팬클럽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EXID 출연설에서 싸이 출연, 급기야 EXO 출연까지 이야기가 계속 바뀌며 관심은 오직 ‘누가 출연하는지’에 꽂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는 누가 출연하느냐에 따라서 아카라카 티켓을 보다 비싸게 또는 저렴하게 팔거나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EXO의 출연으로 연세대 아카라카 입장권 가격이 10배 올랐다는 기사가 주요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다. 인터넷 상에는 11,000원의 입장권이 무려 20만원 넘게 거래되기도 했으며, 급기야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는 일부 학생들의 의견까지 오고 갔으니 입장권을 구매한 학생 중 실제로 입장권을 부풀려 판매한 이는 어린 학생들의 호기심을 대가로 앉아서 아르바이트 돈을 쉽게 벌어간 셈이다.

인터넷에는 이미 국내 주요 대학교의 대동제에 어떤 가수가 출연하는지 손쉽게 클릭 몇 번이면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바쁜 가수는 적어도 필자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대학을 20곳 가깝게 다니며 공연을 하고 있었다. 물론, 가수들이 대학에 와서 공연을 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대학생들 역시 TV 또는 인터넷으로만 확인했던 가수를 직접 눈 앞으로 확인하며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 자체는 기분 전환으로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그 자체에만 상당수 대학들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닐까? 대학 대동제 예산의 50% 가까이가 짧게는 2일, 길게는 4일간 이어지는 대동제 기간 중 불과 2~3시간에 쏟아 부어지고 있으니 이는 적지 않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보다 더 큰 문제인 건 이렇게 퍼부은 예산을 만회하기 위해 일부 수도권의 대학이 학생들에게 축제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해당 대학의 재학생이 마음 편히 흥겨움을 누릴 수 있는 권리까지 돈에 의해 교환되고 있으니 이로 인해 우리는 자본의 힘이 얼마나 압도적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올해의 경우, EXO 출연으로 연세대 축제 입장권이 많게는 10~15배가 올랐다고 보도가 나왔으나 이는 사실 새로운 뉴스거리는 아니다. 이미 10년 전부터 연세대 또는 고려대 축제 입장권은 공공연하게 암표 거래가 횡행했으며 그 당시에도 누가 출연하는지로 인해 입장권의 가격이 5~10배 이상 부풀려 인터넷 사이트, 실제 암표상의 거래를 통해 교환되고 있었다. 그러니 대학생들 중 누군가는 연세대 또는 고려대 축제가 아르바이트를 쉽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언급하기도 하니 딱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 5월은 연예기획사들에겐 각종 대학 대동제 행사를 통해서 막대한 행사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황금의 기간이며, 일부 대학들에겐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고 입장권을 통해 대동제 예산을 만회할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하고, 어떤 학생들에겐 조금 쉽게 용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다. 이 와중에 대동제를 순수하게(?) 만끽하고 싶은 학생들만 정신적, 금전적으로 피해를 경험하는 것이 어째 우리나라 전체 구조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