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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3.15 06:45

강력반 - 긴 프롤로그가 끝났다!

장자연씨 사건을 다루려는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혼자서 영웅적인 활약으로 범인 일당을 모조리 때려누이는 주인공 박세혁(송일국 분). 그리고 겁먹고 주눅들어 움츠러들기만 하다가 아끼던 후배를 죽인 살인범의 존재에 분노하여 각성하는 여형사 진미숙(선우선 분). 딱 영웅판타지에 어울리는 모습 아니던가?

아니나 다를까 박세혁과 겨루던 이동석(이민우 분)은 갑작스런 정일도(이종혁 분)의 등장에 의혹만을 남긴 채 행방불명이 되고. 차라리 거기서 이동석이 죽임을 당했다면 이야기는 더 흥미로워졌을까? 분명 언제고 다시 이동석이 위협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을 예고한다.

이제는 진부하기까지 한 부패한 경찰과 그 조직에 겉돌며 경찰과도 싸워야 하는 열혈형사. 치밀한 논리나 체계적인 수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우연과 감과 정의감, 그리고 물불 가리지 않는 행동력만 있을 뿐. 여기자 조민주(송지효 분)는 단지 극중에 귀여움을 더하며 박세혁을 위한 부족한 우연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는다. 어쩌면 그렇게 수많은 사진기자 가운데 조민주 앞에서만 그렇게 공교로운 장면들이 나타나고 사진으로 찍히고 하는 것일까?

다만 그럼에도 흥미를 끄는 것은 도대체 이동석이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정일도가 간직하고 있는 비밀이라는 것은 또 무엇이고. 더구나 이번 3회의 끝부분에 자신을 의심하며 다그치는 박세혁에 분노하는 모습에서 변화의 가능성도 보게 된다.

어쩌면 드라마의 열쇠는 정일도에게 있지 않을까. 박세혁은 이미 드러날대로 드러났다. 박세혁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다. 그렇게 명쾌하고 그렇게 분명하다. 박세혁이 맞닥뜨리게 될 사건들도 치밀하고 체계적인 추리나 수사와는 거리가 있으니 그 자체로써 흥미를 끌기도 힘들고. 일단 이번에도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 우연과 정의감, 행동력에만 의존하는 1회와 1회의 답습이다. 언제까지 이런 방식이 허용될까?

그보다는 정일도가 간직한 비밀이 무엇인가? 이동석이 말하고자 했던 그 내막은 무엇인가? 그리고 경찰조직에 충실하면서도 내면에 잠시 그 불길을 잠재워두고 있을 뿐인 정일도가 장차 박세혁과 서로 부딪히며 어떤 식으로 변화를 모색할 것인가? 지켜볼만하지 않은가? 박세혁과 조민주의 러브라인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드라마에는 비밀이 있어야 한다. 중요한 약속을 취소하고서라도 보고 싶어질 정도로 감추어진 부분이 있어야 계속 보게 된다.

아무튼 드라마를 보면서 또 하나 관심을 잡아끈 것은 이것이 어쩌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어떤 사건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톱탤런트이면서도 무언가에 쫓기는 듯 화려함보다는 주눅들고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는 설희(이연주 분)의 불길한 모습과 그녀를 둘러싼 유명성형외과의사와 기획사 사장의 인의 장막. 더구나 그 배후에는 박세혁을 내사까지 해서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권력까지 위치해 있다. 무언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오늘 4회를 유심히 지켜 볼 필요가 있는 이유일 것이다. 아직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 단정지어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러나 드라마를 만드는 입장에서 이슈가 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일 것이다. 단순한 치정살인과 사회적 이슈를 직접적으로 다루며 메시지를 던지는 것, 어느 쪽이 상업적으로도 이익이겠는가? 때마침 그 사건이 크게 이슈가 되고 있기도 한 터다. <싸인>이 그렇게 시작부터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었다.

어쨌거나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 가운데 하나가 마치 혼자서 모든 것을 꿰뚫는 듯 독선적이고 권위적인 형사 박세혁의 모습이었다. 하기는 그런 것이 또 영웅판타지의 전형이기도 할 것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꿰뚫고 모든 것을 이루고. 선지자이면서 순교자이기까지 하면 좋다.

단순한 참고인이다. 기획사 사장도, 성형외과 의사도, 탤런트 설희도, 피의자가 아닌 단순한 참고인으로서 조사를 받는 것이다. 그들에게 혐의가 있는가의 여부는 수사하는 자신이 입증해야 하는 것이지 참고인으로써 먼저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죄추정의원칙은 현대사회에서 상식이다. 그런데도 경찰이기에 자신의 모든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식인 것은. 더구나 취조실마냥 강압적이기까지 하다.

하기는 그 전부터도 기자인 조민주에 대해서도 그렇게 무례하게 카메라를 빼앗고 메모리를 훼손하기도 했었다. 예의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사람의 시민에 대한 경찰로써의 기본적인 예의라는 것도 없었다. 그런 것이 우리 사회의 경찰의 모습이라면 상당히 우울할 것이다. 그런 모습의 경찰이 영웅판타지의 주인공으로써 소비되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 역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 어쨌거나 지나친 전형성이 흥미를 떨어뜨리고, 전형성에 기댄 안이함이 더욱 기대를 감소시킨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경찰물이기에 갖는 어떤 기본적인 긴장감이 현실의 이슈와 맞물리며 기대를 갖게 한다. 무어라 표현해야 좋을까? 그나마 가십을 쫓는 인터넷 언론사 기자라는 설정은 이제까지의 경찰의 파트너로써의 기자들과는 다르게 속물적이면서도 경박한 이미지라는 것이 상당히 다른 점이라 하겠다. 또 하나 흥미를 갖기 시작한 부분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기대를 가지고 볼만한 부분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프롤로그가 너무 길고 지루했달까? 지난주 딱 여기까지만 와 있어도 불만은 그리 없었을 테지만. 그래도 이제라도 TV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의미없지는 않게 되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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