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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1.06 22:47

남자의 자격 "아쉬운 귀농일기, 내전 시즌2 재도전을 기대해 본다!"

'청춘합창단' 13주에 의해 꼬여버린 스케줄, 그 아쉬움에 대해...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필자가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을 무척 좋아하며서도 마냥 좋아 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무려 13주, 달수로 치면 석달이다. 한 해의 4분의 1이 이 '청춘합창단' 미션 하나로 채워지고 말았다. 다른 미션에 당연히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무척이나 기대하던 미션이었다. 시골에 대한 향수가 있다. 푸성귀내음 가득한 전원의 삶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현실적으로는 무리더라도 언젠가 시골로 내려가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꿈을 항상 가지고 살아간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도시의 바쁜 삶에 지친 사람일수록 농촌의 한적함을 동경한다. '귀농일기'는 바로 그런 미션이었다.

그러나 무언가? 물론 처음에는 상당히 그러한 기대를 충족하며 방송되고 있었다.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농촌으로 내려가 적응해가는 과정이 띄엄하지만 몇 주 간격으로 겨울과 봄에 걸쳐 농촌의 계절풍경과 더불어 디테일하게 보여지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 함께 있는 것처럼. 그 무렵까지 귀농은 <남자의 자격>의 일부였다. 원래 의도했던 대로 바쁜 도시생활 짬짬이 전원의 한적함을 경험해 보겠다는 목적에 충실해 보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배낭여행은 5주 편집이었으니 사실 그렇게 크게 부담은 되지 않았다. 초봄의 농촌을 보여주고 다시 배낭여행이 끝나고 초여름의 농촌을 보여준다. 다시 한여름이 되고, 초가을이 되고, 늦가을이 되어 수확을 거두고. 그런데 그 사이에 무려 13주에 걸쳐 '청춘합창단'이 들어가 버렸다. 필자가 알기로 원래 제작진은 '합창단' 시즌2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아니 오히려 상당히 꺼려했었다. 그래서 합창단이라는 자체를 배제한 채 일 년의 계획을 짠 것이었는데 무리하게 그 사이에 '청춘합창단'이 끼어 버린 것이다. 한 해 스케줄이 꼬일 수밖에 없었다. 일정의 붕괴였다.

실제 작년말 발표했던 5대기획 가운데 현재 실천에 옮겨진 것은 오직 하나 '배낭여행' 뿐이었다. '탭댄스'도 흐지부지되었고, '사물놀이'와 '독립영화','사업'은 아예 시도조차 해 보지 못했다. 아마 실제 방송되었다면 각각의 미션이 3주에서 4주 정도로 편성되었을 텐데, 거의 '청춘합창단'이 나머지 다른 미션들의 분량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귀농일기'도 그 피해자 가운데 하나였다.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려면 수확을 하기까지의 땀도 함께 나누었어야 했을 텐데. 밭을 갈고, 고구마를 심고, 그것을 가꾸는 과정을 시청자도 함께 했어야 했을 것이다. 거위와 오리는 도대체 왜 들인 것인가? 닭은 또 왜 닭장까지 만들어 기른 것인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 어떤 것도 경험하지 못했다. 시작하는가 싶더니 끝이다. 이런 것을 하겠다 하는 것 같더니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 영화가 시작하고 잠시 흥미진진해하다가 깜빡 잠이 들어 엔딩크래딧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듯한 허탈함이다.

물론 그 사이에 있던 '청춘합창단'은 몇몇 에피소드를 빼고는 매우 흥미로운 재미있는 미션이었다. 감동이 있고 웃음이 있었다. 즐거움이 있고 기쁨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이것, 그건 그것이다. <남자의 자격>은 '청춘합창단'이 아니다. '청춘합창단'은 <남자의 자격>의 한 미션이다. 따라서 '청춘합창단'이 방송되더라도 그것은 <남자의 자격>이라는 큰 틀 안에서 방송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최소한 '청춘합창단'을 방송하려 했다면 그에 맞게 한 해의 일정도 미리 계획하고 짜 놓았어야 했다. 이런 식으로 다른 미션에 피해를 주고 전체적인 흐름에 영향을 준다면 그것은 미션으로서 함량미달이라 할 수 있다. '청춘합창단'이 <남자의 자격>을 잡아먹었다는 말도 아주 틀린 것은 아닌 셈이다.

정말 기대했던 미션이었는데. 마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정겨운 집들과 포근한 풍경과 그리고 땀내나는 논과 밭들. 어디선가는 나무 타는 매캐한 내가 나는 것 같고,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짙은 풀내음이 TV화면 너머까지 맡아지는 것 같았다. 컹컹거리며 짖는 덕구의 소리에 우리집 고양이 녀석을이 바짝 긴장한다. 우리집 녀석들도 저곳에서 넓은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쥐를 잡고 뱀을 쫓으며 놀 수 있었다면. TV를 사이에 두고 이쪽의 공간과 저쪽의 공간이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여겼다. 그것은 꿈이라고. 진정 이룰 수 있기를 바라던 꿈.

그러나 너무나도 허술하게, 별다른 내용 없이 갑작스레 이렇게 끝이라니. 고구마 줄기 심는 것은 보았지만 그것을 기르는 것은 보지 못했다. 마을 주민들과 어울리는 모습도 그다지 보지 못했다. 헤어짐이 더욱 아쉬운 이유다. 더 많이 알고 싶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어울리고, 더 많이 알고, 그래야 꿈은 현실이 된다. 그러기를 바랬다.

이경규의 말에 동의한다. 올해 '귀농일기'는 실패였다. 너무 허술했다. 지나칠 정도로 보여준 것이 없었다. 당연히 보여주었어야 했던 것들마저 꼬인 일정 탓에 전혀 보여주지 못한 채 어느새 시간이 되어 서둘러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재도전이 필요하다.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실패했기에 그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는 재도전이 필요하다. 필연적으로 도시에서 살다 농촌으로 내려가면 시행착오는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기에 이 또한 의미는 있다. 한 해의 실패를 딛고 다시 한 해를 도전한다. 그렇게 아쉽다.

하기는 '귀농일기'만이 아니었다. '독립영화'는 이경규 자신이 영화제작자이고, 김태원도 영화마니아에 영화음악에도 손을 댄 적이 있는 음악감독 출신이었다. 당시에는 이정진이라는 배우도 있었다. 무언가 만들어지 않겠는가. '창업' 미션은 이경규나 김태원 역시 나름대로 사업을 하고 있기에, 더구나 김국진 또한 사업으로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창업을 꿈꾸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그것은 예능을 곁들인 훌륭한 정보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또한 오로지 <남자의 자격>이기에 가능한 미션이었을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둘은 너무 아까웠다.

정말 재미있는 미션이었는데. 내내 울고 내내 감동하며 끝내는 기쁨의 눈물을 함께 흘렸던 미션이었다. '청춘합창단'. 그러나 한 편으로 이렇게 <남자의 자격>은 계속해서 꼬여갔다. 원래의 길을 잃은 채 한참을 헤매다 여전히 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너무 큰 성공은 자칫 그 사람을 그 성공 속에 가두어 버린다. 성공이 사람을 먹어치워 버린다.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청춘합창단'이 독이 되어 버렸다.

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시작할 일이다. 새로운 변수를 만들더라도 전체의 그림을 흐트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청춘합창단'은 원래 계획에 없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 것인지. 물론 '청춘합창단'은 재미있었다. 그러나 '귀농일기'가 무척 아쉽다. 채워지지 못한 이야기가 너무 안타깝다.

내년 다시 한 번 '귀농일기'에 도전하기를 바래본다. 이번에는 제대로 논농사도 짓고 밭농사도 지으며, 농촌의 행사에도 참가해 보고, 가축도 길러본다. 가족과 함께 하는 이벤트도 좋을 것이다. 귀농은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다. 채 완성되니 못한 꿈에 기대를 걸어본다. 다시 보고 싶다.

문득 막걸리를 마시고 싶어졌다. 호박국수와 함께. 물론 필자의 호박국수는 제대로 된 호박국수일 것이다. 짜장면은 아직 먹지 않았다. 호박고구마가 먹고 싶어졌다. 덕구와 남순이가 반가웠다. 활달하고 정이 많은 좋은 녀석들이다. 아쉽다. 진정 아쉽다. 그 마음을 전한다. 무척.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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