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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1.06 09:15

TOP밴드 "정겨운 사랑방 뒷풀이, 꿈은 끝나고 모두는 현실로 돌아간다!"

리카 백지연의 등장에 TOP밴드를 새삼 다시 느끼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아마 <TOP밴드>라고 하는 긴 꿈이 끝나고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상징적인 의미였을 것이다. 넓은 스튜디오나 대단한 세트 없이 오로지 <TOP밴드> 참가팀과 코치와 심사위원과 MC였던 이지애 아나운서만이 모여 자기들만의 무대를 갖는다. 특히 자작곡으로 특별공연을 갖는 밴드들의 무대가 바로 클럽의 그것이다. 작고 단촐하고 소박하다.

그런 이야기였다. 마치 한겨울 사랑방 이야기처럼. 날이 저물면 사랑방에 옹기종기 모여 내리는 눈소리를 벗삼아 화로에 밤을 구워먹으며 이야기의 꽃을 피운다. 기뻤던 이야기, 슬펐던 이야기, 안타까웠던 이야기, 화났던 이야기, 그 모든 감정조차 시간과 인정에 의해 희석된 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체로 즐겁다. 보는 자체로 - 아니 보고 있으려니 부럽고 화가 나려 했다. 어째서 나는 저 자리에 함께 있지 못하는가.

그들끼리의 진솔한 이야기였다. 제작진의 의도한 것이 아닌 출연자 스스로 느끼고 생각한 솔직한 이야기들이었다. 어쩌면 방송을 보고 있으면서도 항상 궁금하게 여겼던 이야기들. 아니 스스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었을 것이다. 서운하기도 했었고, 즐겁기도 했었고, 행복하기도 했었고, 아쉽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하나가 되었다. 이제 막 먼 길을 떠나려는 친구들처럼. 그렇게 마음을 남겨 놓음으로써 길을 떠나도 그는 여전히 함께 있는 것이다.

도대체 저들을 어찌 떠나보내라고. 물론 보고 싶으면 언제든 공연장을 찾으면 된다. 인터넷만 잠깐 검색해도 그들과 관련한 공연정보를 얼마든지 얻고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은 그들 밴드의 팬으로서일 것이다. 게이트플라워즈의 공연을 보러 간다면 게이트플라워즈의 팬으로서이지 <TOP밴드>의 애청자로서는 아닐 것이다. 그것은 또 나름대로 상당히 낯설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떠나는 것이 사람 사는 원칙이다. 그동안 즐거웠으니 이제는 떠나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는 것이다.

그런 자리였다. 이제까지의 기억을 정리하고 앞으로를 위한 기약을 남기는. 게이트플라워즈, 톡식, POE, 브로큰발렌타인, 라이밴드, 시크, 아이씨사이다, 번아웃하우스, 액시즈, WMA, 블루니어마더, 2STAY, 라떼라떼, 제이파워, S1, 하비누아주... 다른 사정이 있어 나오지 못한 팀들도 있지만 최종 16강까지 올라간 팀들이다. 24강에서는 블루오션, 이븐더스트, B.B.A, 진수성찬, 업댓브라운, 파티메이커, BIS, 특히 리카밴드.

솔직히 놀랐다. 설마 리카 백지연씨였을 줄이야. 화장을 옅게 한데다 머리색마저 바뀌어서 도무지 누구인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여자의 변신은 인류 최대의 불가사의일 것이다. 메이크업이 바뀌니 사람이 전혀 달라 보인다. 과연 16강에도 들지 못하고, 더구나 이제는 팀마저 해체되어 솔로로 돌아온 리카 백지연씨를 <TOP밴드> 뒷풀이에 부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필자가 <TOP밴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사실 유효기간도 한참 지난 이야기였다. 이제 와서 굳이 리카밴드와 백지연씨에 대해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 밴드마저 해체되었다. 제작진 입장에서 그렇게까지 부담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제작진은 일부러 <TOP밴드>의 뒷풀이 자리에 리카 백지연씨를 불러 그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더구나 리카밴드의 코치였던 신대철씨의 위로 겸 변호 겸 격려의 한 마디가 빠지지 않는다. 리카 백지연씨의 등장에 당황하고 놀란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설마... 설마... 그러나 역시...

당시에도 말한 바 있다. 리카 백지연씨의 당시의 돌발행동은 그렇게 문제삼을만한 것이 아니었다고. 첫째는 음악인으로서의 오기가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자신을 가지고, 목표를 가지고, 더 높은 위를 바라보며 지금까지 견뎌오고 헤쳐왔는데 그것이 자칫 심사위원의 판단에 의해 단정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저 김연우조차 <나는 가수다>에서 꼴찌를 했을 때 이제까지 자신이 해 온 음악이 잘못된 것이었구나 충격을 받았다고 했었다. 그렇더라도 기죽지 않고 패자부활전에서 설욕을 다짐하던 모습은 과연 밴드를 하는 사람이었다.

더구나 둘째 리카 백지연씨는 톡식의 김정우와 더불어 가장 메이크업을 짙게 하는 편인 참가자였다. 마스카라가 짙다. 아다시피 우느라 눈물이라도 흘리게 되면 마스카라가 번지게 된다. 그다지 보기에 좋은 모습은 아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그렇고,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될 당사자의 입장에서도 여성으로써 그리 달가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감동적인 장면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눈물로 마스카라가 번져 범벅이 된 여성참가자의 모습을 그대로 방송으로 내보낸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도 있기는 했지만, 그러나 어떻게 해도 그다지 방송에 내보내고 싶은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모습을 찍어보겠다 쫓아갔던 카메라의 모습이 더욱 그녀로 하여금 과격한 행동을 하도록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 한 장면으로 인해 리카밴드 - 아니 정확히 리카 백지연씨는 네티즌의 준엄한 심판에 직면해야 했었다. 이제껏 밴드로써 쌓아 온 음악과 음악에 대한 열정과 꿈, 무엇보다 인간으로서 판단되고 단죄되었다. 온갖 비난이 퍼부어지고, 오죽하면 이후 한 번도 리카밴드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을 검색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과연 리카밴드가 해체되는데 있어 그같은 네티즌의 극성어린 반응이 전혀 영향이 없었겠는가?

 
자기네 팀의 이름으로 검색하는 것조차 꺼려지는 상황이라면, 더구나 두 번이나 고배를 마시고 난 다음이었다. 좌절과 그리고 쏟아지는 비난과 그리고 밴드라고 하는 열악한 현실. 평가조차 좋지 못했다. 여러가지 나름대로 숨은 사정이 있었겠지만 그렇게까지 몰리지 않았다면 조금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연주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했지만 무대에서 즐기는 모습은 진짜였다. 무척이나 무대를 보는 재미가 잇는 밴드였는데.

어쩌면 그래서 더욱 제작진은 리카 백지연씨를 뒷풀이에 부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시에도 제작진이 먼저 나서서 사과했고, 지금도 다시 한 번 다른 누구를 통해서가 아닌 리카 백지연씨의 입으로 당시의 상황을 들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신대철의 한 마디는 필자가 해 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까짓 것. 밴드를 하고 음악을 하려면 그 정도 근성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만한 격정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잘못된 것이 아니다. 전혀 잘못이 아니었다.

무대는 정말 좋았다. 마치 소극장처럼. 아니 그들이 처음 섰던 클럽무대였다. 아무것도 없이 단촐하게. 드럼의 뒤로 <TOP밴드>의 장막이 등에 닿아 펄럭이는 것이 보인다. 그들의 음악이 출발한 원점. 특히 생방송 무대에서 끝내 자작곡을 선보이지 못하고 긑났던 아이씨사이다와 액시즈, 브로큰발렌타인으로 하여금 자작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해 준 배려가 고마웠다. 비록 시간사정상 중간에 끊기는 했지만 언제나처럼 풀버전 동영상이 포털사이트에 올라와 있을 테니까. 원래 밴드는 자기 음악을 연주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노래만을 열심히 편곡해 들려주고 있었으니. 무대처럼 그들의 자작곡이야 말로 그들 밴드의 원점일 것이다.

코치들의 오랜만의 격의없는 이야기와, 송홍섭 심사위원의 심사평에 살짝 감정이 상한 듯 신대철의 투덜거림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웠다. 가장 좋았던 순간으로 양주에서 2차예선을 하던 당시 천 여 명의 사람들이 밥차에서 밥을 먹던 기억을 떠올리던 정원영 코치의 말이 단지 밥차의 밥이 맛있어서만 그리 이야기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같은 길을 가는 이토록 많은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의미인 것이다. 그래서 한솥밥을 먹는다는 말도 있지 않겠는가. 다른 누구도 아닌 음악하는 동지들이다.

지난주가 이제까지의 다이제스트로 마무리였다면, 이번주는 그야말로 뒷풀이였다. 모든 것을 끝내고 훌훌 털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원래의 소극장으로. 원래의 소박한 일상으로. 방송의 화려함일랑 잠시 접어두고. 라이밴드의 이지혜씨가 한 말을 돌려주고 싶다.

"당신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다행히 필자는 기억력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나를 놀래켰던 밴드들, 감동시켰던 팀들, 기쁘게 만들었던 무대들. 그리고 사람들. 그 사람들의 향기였다. 그 가운데서도 <TOP밴드>의 향기였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음악 뿐. 억지 드라마도 억지 캐릭터도 없다. 어설픈 PPL은 차라리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그런 자연스러움이 무척 좋았다.

시즌 2를 기다리려 한다. 벌써부터 기다려지고 있다. 시즌 2에서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을 울고 웃고 감동케 할까? 어떤 밴드가, 어떤 사람들이 시즌 1에서와 같은, 아니 그 이상의 기쁨과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벌써 이렇게 벅차다. 긴 꿈을 꾸었다. 깨고 나면 사라지는 한여름밤의 꿈이 아닌 짙고 진한 향기를 머금은 꿈이다. 아름답다. 맡을 수 있어 행복하다.

확실히 게이트플라워즈가 대다한 팀은 대단한 팀이다. 보컬 박근홍, 기타 염승식, 베이스 유재인, 심지어 드럼 양종은마저 각 파트별로 최고를 정하는데 TOP3안에 모두 들었다. 최고의 인기를 누러던 톡식과 POE, 놀라운 연주력은 선보인 브로큰발렌타인과 제이파워도 마찬가지다. POE의 탈퇴한 베이시스트 김윤기는 얼마나 아까운가. 즐거웠다. 행복했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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