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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1.01 09:22

포세이돈 "콩가루 수사 9과, 이수윤 흑사회에 잡히다!"

흑사회를 쫓는 경찰영웅물...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원래 같은 범죄추리물이라 하더라도 탐정물과 수사물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커다란 간극이 있어 왔었다. 특별한 개인인가? 아니면 보편적 조직인가? 탐정물은 전능한 탐정의 머리로부터 사건이 해결되고, 수사물은 유능하지만 평범한 경찰들의 발과 몸으로 사건이 해결된다.

경찰이 존재하는 이유다. 누구나 셜록 홈즈나 에르큘 포와로가 될 수는 없다. 이소룡도 스티븐 시걸도 될 수 없다. 혼자서 사건현장을 살피고, 증거를 수집하고, 범죄사실을 추리해낸다. 범죄사실을 포착하고 범죄자가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 단신으로 그들을 모두 제압하고 범죄자를 체포한다. 물론 멋지지만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평범한 개인들이 조직을 만들고 서로 분업과 협업을 통해 전지하고 전능한 조직을 만든다.

그토록 권정률(이성재 분)과 김선우(최시원 분)가 경찰로써 너무 뛰어나서 다른 팀원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수사 9과가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권정률과 김선우, 그리고 해양경찰특공대조차 필요로 하지 않는 해양경찰특공대장 강주민(장동직 분)만으로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면 굳이 수사 9과에 인력을 배치하고 예산을 들어 운용할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해양경찰청장이 말한대로 페이크일까? 수사 9과를 통해 그들의 영웅적 활약을 감춘다.

정작 같은 수사 9과이면서도 흑사회 수사는 권정률과 김선우가 다 하고, 심지어 흑사회에 대한 정보를 캐내는 것도 같은 수사 9과의 팀원들이 아닌 김선우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형 이원탁(이상훈 분)이다. 같은 수사 9과이면서도 오민혁(한정수 분)과 이충식(정운택 분)이 하는 일이란 만담, 김선우와 파트너인 이수윤(이시영 분) 역시 김선우와 어설픈 정담이나 나누고 있을 뿐이다. 유일하게 오용갑(길용우 분)만이 오랜 경륜에서 오는 신뢰로 협력자로서 가끔 등장할 따름이다. 어쩔 수 없다. 파트너조차 없으니 그마저 아니면 분량이 없다.

하기는 그런 점에서 이 또한 상당히 현실적인 묘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권정률과 김선우의 영웅적 활약을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활약을 곁에서 지켜보며 박수만 치다가 아주 가끔 조력자로서 도움을 주고 마는 것이 아니다. 조연이 아니다. 그들 또한 수사 9과라고 하는 흑사회 수사 주역의 일원이다. 당연히 질투한다. 의심한다. 분노한다. 이수윤 역시 마찬가지다. 믿었기에 더욱 자기도 모르는 그들 사이의 일들과 그것을 감추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그리고 갈갈이 찢겨진다. 같은 팀원인 오민혁과 이충식의 믿음도, 이수윤의 김선우에 대한 애정도. 수사 9과라고 하는 팀도.

결국 이수윤은 다른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흑사회의 안가에 침투했다가 흑사회 조직원에게 격투 끝에 잡히고 만다. 단 한 사람의 파트너만 곁에 있었다면. 아니 미리 지휘체계를 통해 보고를 하고 적절한 지시를 받아 행동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누군가 곁에 함께 있었다면 함께 흑사회 조직원과 싸울 수 있었을 것이고, 여의치 않다면 뒤에 남았다가 다시 지휘계통을 통해 보고하여 지원을 요청해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파트너인 김선우조차 없었다. 오민혁도 이충식도 없었다. 심지어 친구인 홍지아(김윤서 분)조차 알지 못한다.

조직이라는 게 의미가 없다. 원래 그런 극단적인 상황을 막고자 경찰이라는 조직이 있는 것일 텐데. 그래서 팀을 만들고 조를 짜서 함께 행동하는 것일 게다. 그러나 이수윤은 권정률과 김선우를 믿지 못하고, 심지어 오민혁과 이충식은 그녀에게조차 무존재다. 권정률과 김선우 역시 오민혁도 이충식도 이수윤도 믿지 못한다. 서로 믿지 못해서 알고 있는 것을 감추고, 애써 모르게 행동하는 것이 과연 하나의 팀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제목이 <포세이돈>인 것이다. 권정률과 김선우와 강주민만이 알고 있는 대흑사회 작전명. 경찰의 윗선에서도, 그들의 동료들도 전혀 그에 대해 알지 못한다. 오로지 이들 세 사람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들의 이야기다. 나머지는 단지 거들 뿐. 들러리다.

드라마가 어쩐지 엉성하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도 일단 수사 9과라고 오민혁도, 이충식도, 이수윤도 가끔 - 아니 아주 자주 화면에 얼굴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수사는 권정률과 김선우가 거의 담당하고 강주민이 그 가장 앞에서 비밀리에 행동하고 있다. 나머지 수사 9과는 거드는 것조차 않는다. 어찌되겠는가? 말한 것처럼 만담을 하거나 정담을 나누는 것이 고작이다. 어쩔 수 없이 분량을 챙길 수밖에 없는데 그들이 보이게 되면 오히려 긴장부터 풀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드라마에 - 흑사회와 최희곤이라는 거대한 적과의 처절한 싸움에 몰입할 수 있을까? 처절한 싸움이 과연 있었는가 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버려지는 것이 없어야 한다. 남겨지는 것이 없어야 한다. 물론 그런 것이 필요한 드라마도 있다. 버려지고 남겨지는 것이 오히려 여백처럼 즐거움을 주는 드라마일 것이다. 그러나 스릴러는 긴장이고, 긴장이란 타이트하게 조여지는 것이다. 그런데 버려지고 남겨져서는 전혀 드라마의 내용과 상관없는 이야기만 하는데 과연 재미있겠는가 말이다. 수사 9과만 콩가루가 아니라 드라마 자체가 콩가루다. 이건 답이 없다. 굳이 수사 9과여야 할 이유가 있는가?

차라리 그동안의 누적된 실수로 인해 좌천된 권정률과 김선우가 각자 개인적으로 흑사회를 쫓는 도중 만나서 협력하게 되는 이야기였다면 더 좋을 뻔했었다. 그랬다면 나머지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오민혁과 이충식이 만담을 하고, 이수윤과 만나 정담을 나누더라도 이야기의 중심은 철저히 권정률과 김선우 두 사람으로 긴장은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이다. 힘에서 열세인 만큼 보다 더 처절하고 참혹한 싸움이 이루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말했듯 탐정물과 수사물이 다른 이유다. 영웅물과 경찰물이 다른 까닭이다. 차라리 그 쪽이 더 나았다.

아무튼 마침내 필자가 의심하고 있던 그가 움직이려는 모양이다. 굳이 지금의 시점에 정덕수(김준배 분)를 다른 감옥으로 이감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미 정실장(정호빈 분)에 의해 정덕수가 독방에 있어 처리하려 해도 곤란하다는 뉘앙스의 대화가 오간 바 있었다. 이사장(장용 분)은 정덕수를 죽이려 하지만 그 때문에 아직 그를 죽이지 못하고 있다. 그런 때 그에 의해 정덕수의 이감이 결정되고 흑사회가 정덕수를 노릴 수 있는 틈을 보이게 된다.

하기는 이제까지의 패턴으로 보아 그것이 수사 9과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기에는 그다지 가능성이 없을 것이다. 흑사회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흑사회가 죽이는 것은 그나마 안동출과 박칠성, 창길 등의 범죄자들에 불과하다. 경찰과 경찰의 아내를 죽인 것도 한참 오래전의 일이다. 설정일 뿐 드라마 속의 흑사회와는 전혀 상관없다. 어쩌면 이야말로 흑사회와 최희곤의 실체가 드러나고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다만 과연 의심하고 있는 그가 흑사회와 관계가 있는가 그것 하나 긴장되고 관심이 간다.

하여튼 문제다. 분명 이수윤은 현재 흑사회에 잡혀 그들의 안가에 갇혀 있다. 김선우에게 보내진 사진의 모습도 상당히 참혹하다. 그런데 걱정이 되지 않는다. 안쓰러운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다. 죽지 않을 것을 안다. 그다지 크게 곤란을 겪거나 하지 않을 것을 안다. 무엇보다 이수윤의 경찰이라는 조직을 무시한 독단에 의한 것임을 안다. 자업자득이다. 연민은 대상에 대한 공감에서 생겨난다. 그 자신의 잘못이 보였을 때 연민조차 하기 힘들다.

강은철의 이름이 다시 나왔다. 그리고 강은철이 어떻게 흑사회와 최희곤과 관계를 갖고 경찰조직 안에 들어갈 수 있었는가도 설명되고 있었다. 상당히 고전적이지만 확실한 설저이다. 어려서부터 진심을 가지고 보살펴 왔고, 그 은혜 때문에 자라나서도 그를 배반하지 못한다. 설사 그가 범죄조직인 흑사회의 핵심인사라 할지라도. 경찰을 배반할지언정 자신을 길러준 은혜를 배반할 수 없다. 다만 자신의 양심은 더욱 배반할 수 없다.

강은철이 다시 등장하게 될까? 물론 흥미롭기는 하다. 하지만 흑사회에 협력하던 배신자로서 여전히 흑사회와의 끈을 유지하고 있던 초반 쪽이 더 흥미로웠다. 흑사회와의 관계가 지금처럼 완전히 단절되고 나면 흥미는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아쉽다. 아마 아닐 것이다.

그래도 여주인공인데. 더구나 흑사회에 잡히게 되었는데. 그러나 긴장이 없다. 김선우가 그 사진을 보는 장면에서 드라마가 끝났어도 궁금하다거나 안타깝다거나 하는 감정도 없다. 그저 심드렁할 뿐. 그래도 경찰인데 저렇게 서로를 믿지 못해서 개인플레이를 하다가 잡히고 마는가. 민폐라고 하는 불쾌감과 그 원인이 된 김선우에 대한 한심함만이 있을 뿐이다.

물론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보고 마는 것은 장르가 주는 기본적인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의한 즐거움일 것이다. 재미있을 수 있는 장르다.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는 소재이고 설정이다. 그것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미련일 것이다. 아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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