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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31 10:21

내일이 오면 "오로지 고두심, 진부하고 지루하다!"

아직 판단할만한 아무것도 없다. 기다린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아마 이런 것을 데자뷰라 하는 모양이다. 정신지체를 앓는 형과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고뭉치 동생, 더구나 배우를 지망하며 사치와 허영이 심한 여동생까지 하나 있다. 여기에 성실하고 상식적인 형제가 하나 더해진다면 답은 나와 있지 않은가?

드라마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물론 고두심이 연기하는 손정인의 캐릭터에는 흥미가 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로 인해 더 악착같이 부와 권력을 쫓는 그녀의 모습은 고도성장기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다. 어떻게 해서든 잘 살아야 한다. 가난한 채로 계속 살아갈 수는 없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더욱 없다. 그러나 그러한 치열함 끝에 마침내 그녀를 맞이하는 것은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행복이겠는가?

하지만 그것부터가 문제다. 어째서 그처럼 악착같으면 안되는가?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남들과 같이 경쟁해서 성공한다는 것은 동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다. 출발점이 다르면 도착점에 이르기까지 전략도 전술도 수단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더 악착같아야 하고, 더 독해져야 하고, 때로는 비상식마저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한참 앞에서 먼저 출발한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이 가능하다. 시놉시스를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 그녀에게 그와 같은 불행이 닥치고 마는 것은 되도 않는 꿈을 꾼 데 대한 징벌이었을까?

하기는 그나마 손정인이니까 이런 판단도 가능하다. 그 밖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릴 이유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 진부함. 그러니까 데자뷰다. 비록 그런 것이 대중적으로 여전히 유효하니 그렇게 선택했다 하더라도 드라마만의 특별함을 집어넣으려는 노력 정도는 보였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없었다.

도대체 어째서 가족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는 항상 이성룡(인교진 분)과 같은 장애인이 그 구성원에 포함되어 있는가? 장애인을 특별히 생각해서가 아니다. 아니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자체가 매우 무례한 것이다. 단지 수단이다. 장애인에 대한 동정을 이용해 가족애를 보다 부각시킨다. 안이한 것을 넘어 시청자를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

결국은 주인공을 돋보이기 위한 배치다. 허세에 가득한 가부장적 아버지 이귀남(임현식 분)과 억척스러우면서도 순종적인 어머니 김보배(이혜숙 분), 무능한 큰 형 이진규(박수영 분), 여기에 정신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작은 형 이성룡과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고뭉치 동생 이일봉(이규한 분), 배우를 꿈꾸며 사치와 허영에 들뜬 여동생 이지미(유리아 분), 그러고 보면 주인공 이영균(하석진 분)만이 유일하게 정상적이다. 그래서 이영균의 첫등장은 지루한 하수구청소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윤은채(서우 분) 역시 그의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정상적이고.

 
물론 차이는 있다. 과거 이러한 구성은 주로 가족드라마에 많이 쓰였다. 정상에서 벗어난 가족을 통해 그와 대비되는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어떤 보편의 주제를 드러내려는 의도였다. 아마 드라마 <내일이 오면>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시놉시스상 그 과정에서 한 바탕의 파격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가에 드라마의 성패가 갈려 있을 것이다. 충격의 크기와 그 타이밍에 따라 이후 드라마를 끌어가는 에너지가 결정된다. 평이한 구성에서 특별한 재미를 구하는 방법이다.

얼마나 놀라게 될까? 얼마나 연민하고 얼마나 안타까워하게 될까? 막장이라는 소리를 한 번은 듣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가족구성이 정상을 벗어났는데, 그조차 진부하다 하면 다른 방법이 없다. 충분한 충격량을 가지고 이후의 드라마를 끌어가야 한다. 요즘은 어지간히 자극적인 이야기만 나오면 바로 막장 소리를 듣는다. 다만 얼마나 개연성을 가지고 이후의 드라마를 끌고 나갈 힘을 갖고 있는가. 고두심과 길용우(윤원섭 역)의 연기에 기대를 걸어 본다.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이렇다 할 개성이나 장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족의 소중함과 물질적인 풍요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제까지 잘못 살아왔음을 비로소 깨닫고 반성하게 된다. 그를 위한 전형적인 배치들. 전개만은 전형을 벗어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존재감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두 주연 하석진과 서우에게 드라마를 끝까지 끌고 나갈 힘이 있는가도 지금으로서는 미지수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판단하기가 상당히 애매한 드라마다. 모든 것은 드라마의 기점이 되는 그 사건에 달려 있다. 그로부터 모든 일은 일어나고 드라마만의 개성과 가능성도 비로소 보이게 된다. 지금은 단지 습관일까? 기다림의 시간이다. 재미를 기다리는 과정이다. 아직은. 어렵다. 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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