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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 타인에겐 엄격하게, 자신에겐 관대하게 행동했던 이영돈 PD의 몰락
자아성찰이 부족한 방송인의 추락, 무슨 자격으로 누가 누구를 비판했던가
2015년 04월 08일 (수) 11: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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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니스트 messiah21th@gmail.com

   
▲ 이영돈 피디, '요구르트'와 바꾼 "명성"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방송계에서 그만큼 당당하고 거침없었던 이는 드물었던 것 같다. 매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사교양 PD로서의 정도와 탐사보도의 자존심을 언급했고 누구보다 PD로서 자신이 갖고 있던 타고난 감과 역량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던 이영돈. 그가 몰락한 건 참으로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이영돈 PD가 걸어왔던 흔적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는 이미 수많은 시사프로를 통해서 국내외 어두운 면 곳곳을 조명하고 비판하였고 때로는 검찰보다 더 무서운 언론의 영향력으로 날카로운 칼을 부정부패 세력을 향해 휘두르기도 했다. 그리고 이영돈 PD가 만들었던 다양한 시사프로는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탐사보도 프로그램, 탐사보도 PD의 원조로 불려도 손색없던 그였다.

필자는 물론 이영돈 PD를 만나본 적은 없다. 그러나 그에 대한 인상이 바뀐 시점은 어느 순간 그가 PD 로서의 직분을 버리고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을 조금씩 키워 나가면서부터이다. KBS에서 SBS로, 다시 KBS로, 그리고 종합편성채널 개국 후 채널A 상무로, 다시 JTBC로 이적한 그의 흔적은 웬만한 철새 정치인을 능가한다.

능력 있는 방송 PD가 자신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곳으로 이적하는 것 자체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프로그램의 수준과 눈높이를 향상하기 위해 묵묵히 시사 프로그램의 뒤에서 궂은 일을 하던 그가 조명을 받고 대중 앞으로 나온 이상 대중은 그가 만드는 프로그램보다 그의 언행 하나 하나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영돈 PD는 그 이후 자신의 네임밸류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탐사보도 PD가 아니라 어느 순간 연예인으로서의 주목과 관심을 받고 싶어한 순간 그의 몰락은 예견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채널A에서 퇴직한 후 일부 언론에선 정치권으로의 진입을 얘기하기도 했고, JTBC로 이적했을 때는 높은 스카우트 금액을 받고 옮겼다는 소문이 방송계에 돌기도 했다. 예능과 드라마 영역을 강화하고 손석희 사장을 통해 보도 영역의 기능을 강화한 JTBC로선 이영돈 PD 영입을 통해 시사교양까지 보완하여 지상파를 위협하고자 했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영돈 PD도 ‘이영돈 PD가 간다’ 프로그램을 내세우며 자신이 만들었던 ‘그것이 알고 싶다’와 선의의 경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 건, 탐사보도가 아닌 자신의 영향력을 더 앞세우고 강화하는데 프로그램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영돈 PD가 그릭 요거트를 탐사보도 주제로 내세우며 비판의 칼날을 세우며 동시에 타 업체의 음료 광고를 선택하여 ‘언행의 불일치’를 보인 건, 그가 어느덧 객관적 탐사보도가 아닌 타인에게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는 자신의 영향력에 더 몰입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그 동안 무엇을 했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무조건 남에게 험한 날을 내세우는데 몰두했기에 그의 칼날이 부메랑이 되어 그에게 돌아온 게 아닐까.

이영돈 PD가 그 동안 다양한 시사프로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곳을 지적하고 비판했지만 정작 대다수가 중소업체이고 정말 우리 사회의 성역으로 통하는 일부 대기업과 족벌 언론 등에 대해선 그가 아무 언급도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그리고 그가 비판했던 내용 중 일부는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방송을 통해 비판의 범위가 전체를 향해 일반화로 치닫다 보니 오해 아닌 오해를 받은 억울한 기업가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청문회에서 모든 병폐를 드러낸 정치인들이 그간 얼마나 타인에겐 엄격하고 자신에게 관대하게 행동해왔는지 지켜봤다. 그리고 이들의 적나라한 부패를 지적하는 시사 프로그램을 보고 환호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두렵게 되었다. 시사 프로그램의 터줏대감이라고 스스로 자처하던 이영돈 PD 역시 비난 받았던 권력자들보다도 더 ‘자신에겐 관대하고 타인에겐 매우 엄격하게’ 행동해왔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보다 더 세다는 방송의 칼날을 휘두르던 그 역시도 자신이 휘두르던 칼이 자신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번 일로 이영돈 PD는 국내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오늘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었다. 이젠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진정성, 프로그램 진행자의 말 한 마디 하나 하나가 신뢰성 있게 다가오지 못한다. 이는 ‘이영돈 효과’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전해주고 싶은 조언이 하나 있다. 제프리 페퍼 스탠포드 교수는 과거 CEO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정직함, 단순한 정직함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가차없는 정직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탐사보도 PD를 자처하던 이영돈 PD가 지금 가장 귀담아 들어야 할 조언이 아닐까 싶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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