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이은원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5.03.31 14:34

[S톡] 영화 '스물' 30대 젊은 감독 이병헌의 유쾌한 선택 "상황 & 배우 비틀기"

▲ 영화 '스물' ⓒnew

[스타데일리뉴스=이은원 기자] 영화 ‘과속스캔들’, ‘써니’, ‘오늘의 연애’ 등의 작품에서 각본과 각색을 맡아온 이병헌(34) 감독의 영화 데뷔작 '스물'이 지난 25일 개봉한 후 5일 만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영화 '스물'은 함께 스무 살을 맞이했지만 비슷한 듯 참 다른 세 친구의 이야기다. 한 놈은 집도 부족한 것 없는데다가 여자를 만나는 재주는 차고 넘치나 꿈이 없고 (인기만 많은 놈 치호, 김우빈), 다른 한 놈은 공부는 참 잘 하는데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은 커녕 여자가 자고 가자는데도 그냥 돌아올 정도로 연애엔 도통 소질이 없다 (공부만 잘하는 놈 경재, 강하늘). 마지막 한 놈은 자기를 좋아 죽겠다고 쫓아다니는 여자도 있고 만화가라는 꿈을 향해 질주하고 싶은데 집이 망해 돈 버느라 정신이 없다 (생활력만 강한 놈 동우, 이준호).

하지만 영화는 인생이 재밌는 것은 앞날을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시종일관 진지하지 않게 보여준다. 나쁜 남자가 '더' 나쁜 여자를 만나 호된 사랑을 겪고 아파하다 우연치 않게 꿈을 갖게 되기도 하고, 절친의 전 여자친구와 당당한 연애를 위해 전에 없던 용기라는 것을 내기도 한다. 또 꿈을 포기하지만 슬퍼하기도 애매모호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소박한 사랑도 또 다른 이름의 행복임을 알아가며 주인공들은 미묘한 변화를 보인다.

▲ 이병헌 감독과 출연 배우들 ⓒnew

이렇게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성장하고 있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병헌 감독이 택한 방법은 전매특허인 말발을 통한 상황 비틀기다. 아무런 장치 없이 배우들의 몸과 입으로만 정신을 빼놓다가 '어디서 본 것같은 익숙한 장면인데?'라고 생각이 들때쯤 바로 상황을 비틀어버려 익숙하지 않은 장면으로 재탄생시킨다. 또한 마무리는 항상 눈물짜기로 끝나는 코미디 영화의 진부한 공식을 어겨가며 영화가 끝나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교훈을 주입하는 대신 군더더기 없는 유쾌함을 보여준다. 결국 신나게 웃으면서 봤던 주인공들의 스토리는 다들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임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이병헌 감독이 이 영화에서 가장 '비틀기'를 한 것은 바로 20대 남자배우의 활용법이다. 

현재 스물 다섯의 동갑내기 배우인 김우빈, 강하늘, 이준호는 스무 살을 연기하며 순수한 첫사랑이 되지도 않았고, 여심을 자극하기 위해 폼을 잡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삼포 세대', '오포 세대', '칠포 세대'를 넘어 '달관 세대' 라고 까지 표현되는 현 시대의 청춘의 우울한 단면만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대신 이병헌 감독은 20대 대세 배우들에게 '잘생김' 대신 '똘끼'의 옷을 입혔다. 소녀들이 숨만 쉬어도 '까르르르' 즐거워하는 모습이라면 소년들의 혈기왕성함은 극강의 찌질함으로 표현했다. 이들에게는 이 세상을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기억에서 어떻게든 지워버리고 싶을 듯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세 명의 청춘스타는 소년과 성인의 경계로 돌아가 그저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남자 애들'로 아낌없이 변신했다. 

▲ 아낌 없이 망가진 주연 3인방 김우빈 강하늘 이준호 ⓒnew

30대의 젊은 감독 이병헌은 그 동안 20대 남자배우들이 보여줬던 정형화된 모습이 맘에 안들었다고 외치는 것처럼 보란 듯이 배우들을 망가트린다. 그런데 폼 잡고 사랑만 파던 20대 남자배우들이 배역과 혼연일체가 되자 비틀어진 모습도 참으로 사랑스럽고 망가진 모습이 오히려 친근하다.

그 동안 꽃중년 선배들의 노련함에 눌려 도통 기를 펴지 못하던 충무로의 미래, 20대 배우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오랜만에 맘껏 뛰놀 '작품'을 만난 것이 반가웠는지 망가짐에 대한 걱정보다 "웃느라 정신 없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던 젊은 배우들의 정제되지 않은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는 청춘영화의 탄생을 알렸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