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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3.13 07:07

무한도전 - 진정한 초심을 찾다!

오랜 친구를 만나는 듯 반갑다

▲ 사진 = imbc
어쩌면 리얼버라이어티의 숙명일 것이다. 리얼버라이어티란 시청자와 함께 숙성해가는 프로그램이다. 리얼버라이어티의 캐릭터와 관계는 시청자와 함께 성장해가며 무르익어간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또한 리얼버라이어티를 보는 즐거움일 것이다. 그것이 리얼버라이어티의 리얼리티다.

하지만 그렇다 보니 또 리얼버라이어티는 보는 사람들이나 보는 프로그램이라는 한계를 갖게 된다. 처음 보는 사람은 모른다. 저 사람이 왜 저기서 저러고 있는가. 사람들은 왜 그 사람에 대해 저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떠들고 행동하는가. 당장 이번 '정총무의 책책책 책을 좀 읽읍시다'만 하더라도, 과연 <무한도전>을 처음 보는 사람이 온전히 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까?

일단 책들부터가 그다지 친숙하게 다가오는 제목이나 내용들도 아니고, 정작 책의 내용에 대해서도 한 마디 제대로 된 언급이 없었다. 열심히 웃고 떠드는데 도대체 왜 저러고 있고 어디에서 언제 웃어야 하는가? 어느새 <무한도전>에 익숙해져버린 자신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고 나면 남의 이야기인 듯 소외되어 있는 어색함과 부대낌을 느낀다. 한 마디로 재미가 없다.

그에 비하면 '미남이시네요' 특집은 과연 어떨가? 당장 특집을 위해 <무한도전>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할 것 같은 외국인들이 직접 투표에 참가하고 있었다. 비록 예고편이지만 진심으로 투표 자체를 흥미로워하고 즐기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니 <무한도전>에 대한 전혀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보았을 때 과연 그것이 보는데 장애가 되던가? 이해가 되지 않던가? 어디서 웃을 지 몰라서?

원래 처음의 <무한도전>이 이랬을 터였다. 별 시답잖은 주제를 가지고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 불리우는 여섯 멤버들이 별로 대단할 것 없는 하찮은 모습들로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즐거움을 주고 있었을 터였다. 당장 누가 보더라도 어색하지 않게, 누구나 보면 웃을 수 있도록. 그러고 보면 멤버들도 '대한민국 평균 이하' 구호에 어울리게 서툴고 어색한 모습들이었다. 지금은 멤버들을 보려면 대한민국 리얼버라이어티의 개척자로서 우러러봐야 한다.

불편하다. 언제부터인가 무한도전을 채우는 것은 감동과 교훈과 의미. 놀라움과 감탄이 그 시시껍절하고 시답잖은 것들을 대신하게 되었다. 팬들은 뿌듯했겠지만 어쩌다 보는 사람들은 지금 저들이 저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나마 마니아층이 두터워서 그렇지 그야말로 마니아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되어 가는 것 같아서 서운한 기분마저 들었었다. 시청율이 정체되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시청자는 자기를 남겨두고 혼자 달려가는 프로그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단지 기존의 팬들이 이미 많으니까.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올초 '뒤끝공제' 특집 이후 초심으로 돌아가 소소한 본래의 작은 미션들 위주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거기에는 처음 그랬던 것처럼 <무한도전>을 모르는 시청자들조차 마음놓고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동시간대 시청율 1위란 마니아들만으로도는 이룰 수 없는 수치일 테니.  보다 보편적인 대중이 즐거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그 답일 것이다. 올해 부쩍 많아진 한 주짜리 미션들. 처음 <무한도전>이 그랬던 것처럼 소소하고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소심한 이야기들. 비로소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처럼 눈높이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마음껏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무한도전>이라고 하는 그동안 쌓여 온 시간의 더께가 두껍게 남아 있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평균 이하'들에 대한 친근함과 동정과 여유를 다시 찾은 것 같다. 그냥 실컷 그들의 플레이를 웃으며 본다.

확실히 <무한도전>멤버들 아니면 누가 이런 특집을 하겠는가? 대한민국 평균 이하, 따라서 대한민국 남성 외모 평균 이하, 한 사람도 잘 생겼다고 할 만한 사람이 없다. 누구 말마따나 누가 더 잘생기든 승자가 있을 수 없는 싸움이다. 그래서 우습다. 도토리 키재기도 아니고. 결과가 명확하다면 그것도 재미없을 테지만 하향평준화되어 결과가 의외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를 자아낸다.

코미디의 원류랄까? 웃음 가운데 가장 빠르고 확실한 것이 바보와 못난이다. 일상을 부수고 비틀어 비일상으로써 놀라게 하고 만만하게 우습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에 <무한도전> 멤버들의 외모는 평범 이하, 일상 이하다. 그 자체로 우스운데 그것 가지고 누가 더 잘생겼는가? 바로 처음의 <무한도전>으로 돌아간 듯한 정겨움이고 유쾌함이다. 물론 그러면서도 이미 구축된 <무한도전>다움을 놓치지 않는 것이 6년차 원조 리얼버라이어티의 관록일 테지만 말이다. 

간만에 정말 집중해 보았던 것 같다. 실컷 웃었고. 그리고 진심으로 다음주가 기다려졌다.

"우리끼리 촬영하면서 나누던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왔네요."

바로 그런 게 리얼버라이어티일 테니까. 캐릭터가 있고 관계가 있는 이유. 그로부터 이야기가 만들어지니까. 그들 자신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그다지 대단하지는 않아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이 그 안에 있다. 그들 자신의 일상이다. 그를 위한 리얼리티일 테지만. 처음 보는 일반인이더라도 그래서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일 터다. 하물며 버라이어티다.

다음주 기대한다. 누가 과연 '미남'의 타이틀을 얻을 것인가? 누가 최고 추남의 굴욕을 당할 것인가? 단순하지만 그 명쾌함이 더욱 설레고 기분좋게 만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마냥 그 시절 그 때로 돌아간 듯한 <무한도전>이 반가운 이유다. 그 기다림이 즐겁다.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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