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26 09:13

포세이돈 "시청자를 편하게 만드는 드라마, 긴장이란 없다!"

만담과 로맨스, 수사 9과는 한가롭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참 한가하다. 드라마가 참 여유롭다. 차라리 스릴러를 빼면 어떨까? 어떤 만화영화처럼 흑사회와 최희곤을 적으로 놓고 수사 9과를 중심으로 시트콤을 찍는 것이다. 김선우(최시원 분)와 이수윤(이시영 분)은 사랑을 하고, 오민혁(한정수 분)과 이충식(정운택 분)은 만담을 하고.

오판이었다. 김선우가 형이라 부르던 이원탁(이상훈 분)이 흑사회에 잡혀간 상황에서도 드라마는 전혀 진지해지지 않는다. 다급해지지도 절박해지지도 않는다. 비장함이란 없다. 처음 납치사실에 놀라서 GML로 쳐들어간 김선우의 기세와는 상관없이 이후로도 여전히 수사 9과는 만담과 사랑놀음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흑사회와 최희곤을 쫓는 절박함이 느껴지면서 그러면 좋으련만 편안하게 기대 누워 보고 있는 채로.

어째서 이사장은 굳이 이원탁을 살려두려 하는 것일까? 이원탁 하나 잡은 것으로 김선우는 저리 이수윤의 안전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 이원탁을 죽이고, 김대성(박성광 분)도 죽이고, 이수윤의 친구 홍지아(김윤서 분)도 죽이고, 그리고 가능하다면 김선우와 권정률(이성재 분) 등도 직접 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위협이 된다면 제거한다. 그래서 이정웅 역시 소리소문없이 죽여 없앴던 것 아니던가? 권정률의 아내도 김선우의 동료도 그래서 죽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이사장은 여유를 부리고 있는가? 그때보다 더 깊숙이 들어왔는데도.

결국은 죽일 수 없으니까. 못 죽이는 것이다. 더 이상 한 사람의 희생도 없이 끝내려니 이원탁을 죽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원탁을 죽이게 되면 다른 누군가도 더 희생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밝은 곳에서 TV를 지켜보는 시청자를 위협하는 행위일 것이다. 편안하게 소파에 기대어 TV를 볼 수 있도록 희생자가 생기더라도 그것은 어둠에 속하는 안동출이나 창길, 혹은 칠성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정덕수조차 죽기에는 너무 늦었다. 역시나 공중파 드라마라고나 할까? 결코 편안하게 즐기며 TV를 보려는 시청자를 배신할 수 없다.

문제는 드라마가 스릴러라는 것. 그래서 차라리 스릴러를 배제하라는 말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스릴러란 한 마디로 스릴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스릴이란 긴장이다. 긴장은 공포로부터 나온다. 누가 죽을 지도 모른다고 하는. 누가 다칠지도 모른다고 하는. 그것은 나 자신일수도 있다. 내 일이 아닌데 죽음이란 단지 유희에 불과하다. 전쟁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총을 쏘아 수십 수백의 적을 죽인다고 그 적에 이입되어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란 거의 없다. 그러나 반대로 수십 수백의 적이 죽는 동안에라도 한 사람의 아군이 죽는다면 그것은 공포로 다가온다. 내게 위협이 되어야 긴장을 하고 스릴을 즐길 수 있다. 그것이 되지 않으니까 오민혁과 이충식은 만담을 하고, 김선우와 이수윤도 정담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김대성의 코믹연기도 그래서 전혀 어색함 없이 어울린다.

폼이나 잡고. 물론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도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내뱉는 이사장의 이중성은 자못 섬뜩하기도 하다. 이원탁을 고문하고 거실로 돌아와 음악을 즐기는 그 하수인의 모습도 묘한 감흥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것 뿐. 아무리 그래도 현실에서 그다지 잔혹할 것이 없는데. 두려운 것이 없다. 긴장도 없다. 아무리 그래도 그것을 느끼기에 충분하게 감정이 고조되어 있지 않다. 그런 것을 겉멋이라 부른다.

아마 결심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어디까지 가 보겠다. 어디까지 보여주겠다.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들 용기가 부족하다. 불편해야 편한 것을 요구할 텐데, 알아서 작가부터가 편한 것으로 미리 차려 대령하니. 편한데 더 이상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 있겠는가. 기대가 없으면 더욱 긴장도 없고 재미도 없다. 그렇다고 만담이 재미있는가? 로맨스가 달달한가?

화끈하게 매운탕 먹으러 갔더니 매운 건 건강에 안 좋다고 고추가루를 덜 넣은 느낌이다. 시원하게 냉면을 먹으러 들어갔더니 찬 음식은 위에 좋지 않다고 미지근한 국물에 말아 내놓는다. 건강에는 좋을 지 모르겠지만 글쎄... 회를 먹을 때는 고추냉이의 톡 쏘는 매운 맛이 더욱 풍미를 살려주는 법이다. 그렇다고 맑은 탕도 아니고, 온면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장면만 있다. 이야기가 없다. 아니 이야기는 있다. 상황이 없다. 두려워하게 만들고 긴장하게 만드는. 절박하게 만들고 비장하게 만든다. 그것을 스릴러라 한다. 드라마는 과연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가? 이제 와 묻게 된다.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가? 그냥 본다. 말을 잃어간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