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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3.12 06:07

위대한 탄생 - 비로소 오디션으로 돌아오다!

다크호스 노지훈을 주목한다!

 
상당히 실망스럽다. 하지만 이것이 원래 <위대한 탄생>에 기대하던 것일 터였다. 오디션 참가자 가운데 심사위원이 직접 멘토가 되어 멘티를 선택하고 그를 가르쳐 위로 끌어올린다. 결국은 오디션의 취지와 마찬가지로 멘토와 멘티 사이의 1대 1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리라.

지난주 '김태원과 외인구단'편은 확실히 오디션을 넘어서 있었다. 원래는 멘티 양정모, 손진영, 백청강, 이태궈늘 중심으로 멘토 김태원이 그들을 가르치는 과정이 그들 자신의 성장과 더불어 개별적으로 그려져야 했건만 '외인구단'이라는 별명 그대로 '외인구단' 자신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으니. 고난과 성장, 성취, 좌절, 그리고 희망의 이야기가 멘티 각자의 개별적인 이야기로써가 아닌 전체의 이야기로써 하나의 장대한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건 더 이상 오디션이 아니었다.

이미 합격자가 아닌 탈락자를 무대에 세우는 순간 그것은 결코 오디션일 수 없다. 오디션이란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것이다. 승자에게 모든 것이 허락되는 것이다. 무대에 오르는 것도,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모두 승자의 몫이다. 오히려 승자가 무대 아래에서 눈물을 흘리고, 패자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모두가 패자를 위로한다. 그런 오디션은 없다. 패자는 사라지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주 비로소 방시혁 팀으로 인해 제대로 오디션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방시혁 멘토스쿨이라고 데이비드 오, 노지훈, 이미소, 김정인이 하나의 팀을 이루지는 않는다. 그들은 모두 경쟁자 이전의 개인이다. 오로지 방시혁 멘토와 멘티 개인 사이의 가르침과 배움과 판단만이 존재한다. 어느새 자신감을 잃어 버린 이미소와 점차 자기의 강점을 잃어가고 있는 데이비드 오, 성인가요가 버거운 김정인, 그리고 부족한 개인기에도 놀라운 집념과 노력으로 마침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노지훈, 멘티들을 향한 멘토 방시혁의 질타가 매섭다. 살벌할 정도다. 저러다 무슨 일 벌어지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나는 너희가 나쁜 얘기 할 때마다 기분이 너무 안 좋았어. 내 새끼들한테 이것들이 감히!"

차마 평가를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의 쌓인 관계가 있으니까. 오히려 기획사차원에서 선발한 연습생이 아닌 위대한 탄생을 통해 직접 선택한 제자이기에 그 마음이 각별할 것이다. 그러나 역시 최종평가에 대한 결과마저 방시혁 팀은 개별적으로 통보한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마주한 채 직접. 멘토와 멘티는, 심사위원과 참가자는 결국 개인과 개인이며, 모든 판단과 통보는 개별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은미 팀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김태원 팀도 마찬가지였는지 모른다. 결국은 멘토 개인과 멘티 개인의 관계였다. 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가르침이었고 다그침이었고 판단이었다. 단지 보이기에 김태원의 카리스마가 김태원의 멘티 네 사람을 개인이 아닌 '김태원과 외인구단'으로 만들었을 뿐. 한 자리에 함께 모여 노래도 하고 있지만 결국은 이은미의 멘티들도 각자가 개인이고 개별이다.

아마 처음 <위대한 탄생>에서 멘토 시스템을 채택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기대했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게 개별적으로 가르치고 훈련시키고 키워내어 판단하고 끌어올릴 것이다. 단지 지난주 김태원이라고 하는 멘티의 존재가 그것을 넘어서 버렸다. 덕분에 엉뚱한 기대를 가지고 보다가 마침내 멀리 돌아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원래는 이런 것이었을 텐데. 그러나 많이 허전하다.

어쨌거나 설마 노지훈이... 하여튼 이런 의외의 반전이 있어 오디션도 재미있는 것일 터다. 아마 직전까지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을 텐데. 지난주의 백청강과 마찬가지로 누구도 그의 차례에서 손을 들지 않았었던 멘토들조차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참가자였다. 그저 키크고 잘생겼다는 느낌 뿐이었는데 설마 그 짧은 시간에... 가능성은 있겠다 싶었지만 이렇게까지 바뀔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원래는 축구를 했다고 했었다. 골기퍼였다고. 졸지에 부모를 차례로 여의고 음악에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운동선수답게 큰 키에 균형잡힌 몸매, 무엇보다 선량한 외모와 웃음이 한 눈에도 인상적이었다. 잘생기기도 잘생겼지만 웃는 모습이 참 순수하고 선해 보인다. 목소리가 깨끗한데다 스타일이 좋아 작은 동작을 취해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기에 무대 위에 서면 한결 돋보이는 강점이 있다. 넉살도 좋다. 심사위원으로 나온 임정희에 대해 '누나라고 불러도 되요?'라고 녹여버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선천적이라 하 것이다. 그런 것을 두고 흔히 조련이라 말한다.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불안한 출발에서 어느새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데이비드 오마저 누르고 현재 방시혁 멘토스쿨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멘티가 되었다고 하는 점일 게다. 방시혁도 인정한 집중력과 근성. 아니 긴장해 올라간 무대에서조차 무대를 즐기며 긴장을 풀어내는 진심으로 즐기며 하는 그 마음이 중요할 것이다. 단지 열심히만 하려는 사람은 결코 즐기는 사람을 따라갈 수 없다. 그저 사람좋은 웃음만은 아니라는 것일 게다. 주목하는 이유다.

데이비드 오는 자신의 장점을 많이 잃어버린 것 같다. 데이비드 오 같은 타입은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것을 의식하기보다 단지 자기가 하고 싶어 해야 하는 타입일 텐데. 오히려 길거리에서 모자 하나 앞에 두고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잡아끄는 그런 타입에 어울릴 것이다. 무엇이 좋다, 무엇이 잘한다, 그보다는 내가 즐겁다. 어쩌면 멘토를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닌가.

근거없이 자신감이 넘치던 이미소의 주눅든 모습도 안타깝다. 아마 처음 받아 본 하드한 트레이닝이었던 때문일 것이다. 막연하게 여기던 것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사람들은 곧잘 놀라고 당황한다. 그 상태에서 그것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그 자리에서 놀라 주저앉아 버리고 마느냐. 기획사의 연습생이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연습에 참가하지 말라고 했다고 그것이 단순히 징벌 차원은 아니었던 것이다. 최대한 기회를 주려 했음을 이해하고 스스로 말한 것처럼 꿈을 향한 도전을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방시혁을 욕먹게 만드는 그것이 이미소의 장점이다.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김정인은 여기서 떨어진 것이 어쩌면 다행일 것이다. 너무 어려서 너무 큰 성공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재능이 너무 넘친다. 차라리 또래의 애기다운 모습이 다행스럽고 반갑더라는 방시혁의 말에 공감하는 것도 그래서다. 차근히 단계를 밟아 나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심사위원으로 나온 조권처럼 몇 년을 연습생으로 보내는 것은 무리겠지만. 몇 년 뒤 또 한 사람의 아이유가 가요계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대한다. 좌절을 딛고 일어섰을 때 사람은 보다 성장하게 된다. 실패는 성공의 디딤돌이다.

이은미 멘토스쿨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를 보는 듯한 근성의 권리세와 변명하는 김혜리일 것이다. 권리세의 경우 근성을 보고 뽑았다더니만 그동안의 특혜논란이 우습게 짧은 시간동안 정말 많이 바뀌고 많이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늘한 한국말 발음도 많이 고쳐진 것 같고, 불안하기는 하지만 점차 노래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어간다. 단지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다.

반면 김혜리의 경우는 1급수라며 극찬했던 이은미의 평가가 무색하게 전혀 나아진 것이 없는 -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갈수록 이제까지 가운데 최악의 모습만을 보여준다. 결국은 변명이 문제다. 변명이란 곧 합리화다. 합리화란 타협이다. 어느샌가 변명으로써 - 차라리 남에게 하는 변명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것이 자기를 향한 변명일 때 사람은 쉽게 타협하고 그 자리에 안주하게 된다. 그래서 변명하는 사람은 발전이 없다. 힘들다. 얼마나 자기를 채찍질하고 자기를 불만족스럽게 여기는가. 변명보다는 그 모든 것을 자기탓으로 여기고 보다 치열하게 자기를 내던져야 할 것이다. 재능이 안타깝다.

아무튼 보면서 또 한 가지 느낀 것은 보통 연습생으로 들어가면 최소 몇 달은 기본으로 연습하고, 길게는 몇 년씩 각종 트레이닝을 받고 평가를 받게 된다. 방시혁 멘토스쿨에서도 원래 연습생도 석 달에 한 번씩 평가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에 비하면 이미소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 물론 그런 것조차 고려해서 판단하는 것이겠지만.

멘토들의 고심이 다시 한 번 느껴진다. 시간이 무한히 주어진 것이 아니다. 보통의 연습생들보다도 한참 못 미치는 한 달 동안 가시적은 성과를 내보여야 한다. 생방송까지 두 달, 가르치고 훈련시켜 남들에 내보일 수 있게끔 길러내야 한다. 그만한 기본기와 가능성과 실력이 필요하다. 시청자들의 판단에 좌우되기에는 멘토들 자신도 여유가 없었으리라. 물론 조금이라도 빨리, 더 많은 가능성을 끌어내주고 싶은 선배로써, 스승으로써의 욕심도 있었겠지만.

그 치열함이 좋았다. 스타가 되고자 하는 멘티들 자신의 꿈과 열정과 의지와 노력들이,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며 이끌어주는 멘토들의 모습이. 아마 이런 것들을 기대하고 오디션을 보고 하는 것일 테지만. 지난주와 같은 넘치는 감동도 좋지만 그런 오디션다운 치열함 또한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무대 위에 선, 무대 위에 오르고자 하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드라마가. 비로소 오디션다워졌다고나 할까?

다시 일주일. 일주일에 고작 한 시간, 방송시간이 너무 짧다. 이은미 멘토스쿨의 최종평가결과는 어떨 것이며, 새로이 모습을 선보이는 김윤아의 베짱이 팀은 또 어떨 것인가? '외인구단'과는 또다른 캐릭터를 가진 팀이라. 기다림이 너무 길다. 이런 걸 중독이라 하는 모양이다. 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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