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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25 09:45

포세이돈 "흑사회의 반격, 그러나 너무 늦다!"

새터민쉼터 이사장의 정체가 드러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마침내 김선우(최시원 분)가 형이라 부르는 이원탁(이상훈 분)이 희생자 명단에 오르고 만다. 흑사회의 반격이다. 창길마저 죽임을 당하고 해양경찰이 GML의 무수초산 밀거래현장을 급습하자 흑사회는 그 단서를 제공한 이원탁을 죽임으로써 경찰에 경고를 해 온다.

벌써 일찍부터 이랬어야 했다. 그동안도 내내 의문이었다. 하기는 대한민국은 유독 공권력이 강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감히 경찰에 도전하여 인명을 살상하는 범죄조직이 가능한가? 그러나 분단의 현실과 수십년에 걸친 군사독재는 그러한 범죄조직이 움치고 뛸 여지조차 없이 사회를 타이트하게 조여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흑사회 아닌가?

도대체 이런 정도의 조직을 가지고 그동안 해양경찰은 어째서 그토록 헤매고 있었던가? 권정률(이성재 분)은 아내를 잃고, 김선우와 강주민(장동직 분)은 동료와 연인을 잃고, 이수윤(이시영 분)마저 아버지를 잃었다. 그러나 너무 쉽게 수사 9과는 안동출을 잡고, 정덕수(김준배 분)를 잡고, 창길마저 잡아들였다. 이제는 GML의 무수초산 거래현장까지 잡아냈다.

그러나 거기까지 갔더라도 창길이 죽었으니까. 이원탁이 죽었다. 누가 더 죽어나갈까? 적어도 수사 9과에서 절반은 죽어야 한다. 관계자 가운데서도 희생자가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 모두가 죽고 난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김선우와 이수윤 단 두 사람이면 좋다. 그만큼 비정하고 치열하게, 절박하고 안타깝게 싸우고 희생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의미가 있다. 한상군(최정우 분) 국장이 저토록 자리를 걸어가면서까지 최희곤을 쫓는 이유, 해양경찰청장인 권창범(이동신 분)이 수사 9과를 만들고 직접 지휘하는 이유일 것이다. 해양경찰 전체를 건다.

그랬으면 시청률이 조금 더 올랐을까? 감상에 빠질 여유가 없다. 겨우 안동출과 창길이 죽은 상황에서 이수윤의 입에서 수사를 그만두면 희생자가 더 이상 안 나오게 되지 않을까 이야기한다. 아직 그다지 절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의 죽음이기에 감상에 빠진다. 그것이 아내이고, 연인이고, 동료였다면. 그래서 같은 죽음을 보고서도 권정률, 강주민, 김선우는 도리어 흑사회와 최희곤에 대한 적의를 불사른다. 경찰 자신이 그다지 적의도 전의도 없이 긴장하지 않고 있는데 시청자가 경찰을 대신해 흑사회와 최희곤에 대한 적의와 전의를 불사르며 긴장하며 볼 이유가 있을까?

무언가 바짝 쫓으면서 여유를 부려도 부렸으면. 사랑도 하고, 봉사도 하고, 주변 이야기도 보여주고. 하지만 그 전제는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일 것이다. 칼날을 걷는 긴장 위에 잠시의 여유가 있는 것이지, 헤실거리며 풀어진 위에 잠깐 긴장을 조이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4회 정도 전에서 수사 9과 쪽에서도 희생자가 나오고, 위기의식과 적의를 함께 느끼고 있었다면 시청자 입장에서도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흑사회와 최희곤은 해양경찰이 이렇게까지 비장하게 쫓을 만한 실력을 지닌 범죄조직이다.

아무튼 역시 새터민쉼터 이사장이 흑사회와 관련이 있었다. 창길이 탈북자 출신이고 GML의 직원 가운데 탈북자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 짐작한 부분이다. 흑사회의 밀항조직은 탈북자들이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로로도 이용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선우의 친구로 최초의 배신자로 출연했던 강철민 역시 최희곤에 대해 어떤 실망이나 배신을 느끼는 뉘앙스의 말을 내뱉은 바 있었다. 배후에는 상당한 거창한 의도가 있다. GML 인근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탈북자 여성과 새터민쉼터 근처에서 중국집을 하는 일가족도 그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드라마는 어떤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새터민쉼터 이사장이 흑사회의 보스 최희곤이라면 문제가 생긴다. 반전이 사라진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미처 얼굴이 익기도 전에 악의 조직의 보스라고 하는 그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것은 반전도 뭣도 아니다. 그냥 악의 조직의 보스인 것이다. 악의 조직의 보스인데 단지 새터민쉼터의 이사장으로 있었을 뿐이다. 긴장도 충격도 뭣도 없다. 그렇다고 최희곤이 정체를 드러낸 채 해양경찰과 맞서기에는 말했듯 대한민국의 공권력은 감히 범죄조직이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다. 더 치밀하고 더 정교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드라마 제작환경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최희곤은 마지막까지 비밀에 가려져야 하고, 그에게는 누구나 놀랄만한 반전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다행스런 일이다. 새터민쉼터 이사장의 위에는 다른 누가 있는 모양이다. "최회장"이라 불리우는 누군가. 그는 아마도 최희곤일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창길의 죽음을 지시하고, 검찰에 선물을 보내 잘 봐 줄 것을 부탁하는 그가. 조금씩 흑사회와 최희곤의 실체가 밝혀진다. 더 크고 더 대단하게. 수사 9과마저 초라해 보일 정도면 더 좋다. 기대할 것이 있다.

말들이 너무 많다. 대사가 길다. 특히 새터민쉼터의 이사장과 이수윤이 그렇다. 조금 더 말을 줄이고 행동에 나서면 어떨까? 작가의 대사를 쓰는 재치를 보여주기보다 더욱 간절하게 절박하게 쫓고 쫓기는 긴장을 보여준다. 역시 드라마의 긴장을 해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가벼워지거나 늘어지는 것은 지나치게 긴장이 고조되어 있을 때나 그러면 좋다.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여전한 한계도 보인다. 그리고 많이 늦었다. 마지막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흑사회와 부딪히기 시작해봐야 얼마나 긴박하고 치열할까? 그래도 조금은 기대를 하고 본다. 마지막은 재미있으리라. 숨이 멎을 정도의 긴장을 느껴보고 싶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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