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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24 09:12

뱀파이어 검사 "통쾌한 트릭, 네 아이가 뱀파이어 검사를 농락하다!"

추리물의 트릭은 바로 이렇게 쓰는 것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완벽한 트릭이었다. 필자 역시 깜빡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민태연(연정훈 분)이 사이코메트리한 내용을 토대로 피해자인 김구현 목사를 죽이는 데 쓴 흉기를 찾기 위해 범인 양시철의 가게를 뒤지던 황순범(이원종 분) 앞에 그 흉기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것을 양시철의 변호사인 윤지희와 관계있어 보이는 남건욱이 습격해 빼앗아 간다. 속임수의 시작이었다.

암시가 걸린다. 황순법이 양시철의 가게에서 찾은 것이 양시철이 살인에 사용한 흉기였다. 그리고 김구현 목사가 세운 도원교회의 전신인 '도원 나눔의 집'이라는 보육시설에서 사라진 네 아이의 이름 양시철, 이동규, 최진미, 이현호, 아니 입양되면서 성과 이름이 바뀐 양시철, 임종화, 윤지희, 남건욱의 네 사람의 이름이 더욱 시청자를 현혹시킨다. 폭력조직의 간부 남건욱이 바로 그 남건욱일 것이다. 남건욱이 양시철의 가게에서 찾아낸 흉기를 가지고 갔으니 그것은 더욱 확실한 증거일 것이다.

그런 한 편으로 드라마는 너무나 명확한 단서를 드라마 서두에 시청자에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농락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미 결과는 정해진 게이이다. 심지어 민태연 자신도 말하고 있었다. 복수할 힘이 생기기를 기다려 복수했다. 그런데 그 복수할 힘이란 폭력조직의 간부가 네 사람 가운데 포함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아무리 폭력조직이 가진 힘이 커도 현실에서 - 특히 법정에서 검찰을 이기기는 힘들 것이다. 이미 재판의 결과가 결정되었고, 힘이 생기기를 기다려 복수를 했다. 이 두 가지로 트릭에 대한 단서는 모두 주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상당히 냉정하게 사실에 근거해 판단하는 듯 싶던 판사의 행동 역시 철저하게 계산된 의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결국은 판사가 그들의 공범이었다. 조직폭력배 남건욱의 이름은 단지 동명이인일 뿐. 그조차도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 오고 있었을 것이다. 어릴 적 입은 그 끔찍한 정신적 외상에 대한 복수를 아이들은 그 오랜 세월을 집요하고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아이는 목사가 되고, 한 아이는 변호사가 되고, 다른 한 아이는 판사가 되고, 그리고 남은 한 아이는 직접 살인을 저지르고. 목사가 된 아이는 피해자가 될 김구현의 치부를 폭로하고, 변호사는 살인자가 될 아이를 감싸고, 판사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도리어 그들을 수사하고 처벌해야 할 민태연마저 끌어들여 김구현의 추악한 과거를 밝히는데 이용하는 냉철함은 얼마나 섬뜩한가. 그들이 당한 일들에 대한 연민과 더불어 그 집요함과 철저함에 소름마저 돋으려 한다.

흥미로운 것은 역시 케이블이라서인지 우리사회의 금기를 상당히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최근 끊이지 않는 성직자의 범죄에 대해서, 그들은 단지 종교조직 내부의 부정하고 불의한 거래에 의해 부당하게 자격을 손에 넣은 사이비일 뿐이라고. 김구현은 정작 정식 목사가 아니었다. 어떤 부정한 거래에 의해 정식 교회로 인정받고 목사로 불리게 되었을 뿐. 그가 결국 고아들을 보살피는 구원자의 탈을 쓰고 어둠 속에서 죄를 저지른다.

하기는 진정 신을 섬기는 성직자라면 그와 같은 파렴치한 죄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진정 그가 종교를 섬기고 있다면 그같은 추악한 짓거리는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가짜다. 단지 목사라 불리고 교회라 불리울 뿐. 드라마이다 보니 종교를 특정하고 있지만 이것은 모든 종교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논리일 것이다. 진짜 종교인이라면 그같은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 그같은 짓을 저지르는 자체가 가짜라는 증거다. 가짜는 비판받아야 하며 처벌받아야 한다. 그들을 용인하고 방치하는 자체가 또다른 죄를 낳을 뿐이다. 그런 메시지였을까?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통쾌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트릭이었다. 오히려 속아서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에 혹시나 하면서도 설마 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을 때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러면서 어떻게 내가 그 함정에 빠져들었는가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트릭이란 바로 이렇게 짜는 것이라 주장하기라도 하는 듯. 무엇보다 납득할 수 있다. 충분한 단서가 결국 납득하고 기분 좋게 웃게 만든다. 제대로 추리물을 쓸 줄 아는 작가다. 당할 수 있어서 더 기쁘다.

더구나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판사가 남건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양시철 등과 공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갑작스레 빗속에서 뱀파이어의 습격을 받는 장면일 것이다. 이 이야기의 중심은 김구현 목사의 살인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주변이다. 매 회마다 그것이 주가 되면서, 그러나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민태연이 그토록 증오하며 쫓는 그를 뱀파이어로 만든 원흉이다. 이 또한 반전이 준비되어 있는 듯하다.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트릭이 복잡하던 머릿속이 말끔하게 정리되는 것 같다. 이런 맛일 터다. 그러면서도 일관된 하나의 줄기를 놓치 않는다. 즐거운 드라마다. 기대한 이상이다. 갈수록 진화해가는 것 같다. 기대하게 된다. 일요일 새로운 즐거움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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