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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24 08:15

남자의 자격 "성급한 시합, PD가 바뀐 것을 비로소 실감하다."

원래의 남자의 자격은 공감할 수 있는 소소한 예능이었을 것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PD가 바뀐 것을 비로소 실감한다. 전임 신원호PD였다면 많이 달랐을 것이다. 새벽같이 불러서는 야구 한 번 해 보자며 어딘가 사회인야구팀이나 아마추어 야구팀을 섭외해서 그 일원으로 일정기간 체험하도록 했을 것이다. 아니면 두 팀으로 나누어 각자가 지인들을 불러 팀을 만들고 진짜 동네야구를 보여주거나. 원래 <남자의 자격>의 느낌이었다.

지난주까지는 분위기가 괜찮았다. 적당히 모여서 배팅장에서 공도 쳐 보고, 그라운드에서 실전타격에 수비도 해 보고, 그리고 바로 실전. 섭외한 것이기는 하지만 김성수와 박철민까지 더해지며 급조된 팀으로 직접 시합도 해 본다. 그런데 하필 그 상대가 그래도 평소에 야구를 하고 있는 여성사회인야구팀 '비밀리에'였다. 아무리 남성과 여성이라는 신체적 차이가 있다손 치더라도 한 번도 야구를 해 본 적 없는 생초보들이 사회인야구이지만 국가대표까지 있는 제대로 된 팀을 상대로 시합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솔직히 처참한 수준이었다. 타자는 공을 치지 못하고, 수비는 공을 잡지 못한다. 21대 6이라니, 그나마 양준혁과 두 용병 김성수, 박철민이 없었다면 결과가 어찌되었겠는가? 야구경험이 있는 세 사람의 활약에 힘입어 면피는 했다. 그러나 정식 야구시합도 아닌 예능을 통해 무려 21점이라는 점수를, 아무리 초보라 하지만 차마 보고 있기 민망한 실력들로 인해 계속 내주는 것을 TV를 통해 지켜봐야 했다. 그렇다고 몸을 던져가며 허슬플레이를 펼치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절박하다거나 간절한 의미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지겹다.

물론 그런 것이 야구이기는 하다. 당장 상대팀이었던 '비밀리에' 자신이 한국 최초의 아마추어 여성야구팀으로써 초반 국제대회에 출전해 처참한 결과를 내고 했었다. 53대 0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점수차이로 지고 했던 팀이었다. 김성수와 박철민이 말한 것처럼 무엇이든 처음은 항상 초라하고 볼품없다. 그럼에도 좋아서 하는 야구이고, 좋아하기에 그 굴욕을 씻으려 더 연습하고 더 노력해서 그 '언젠가'를 기약하게 되고, 그러면서 더 나아지게 된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누구나 시작은 실패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과연 <남자의 자격> 야구팀은 그러한 열정을 가지고 모인 팀이었던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와 관련한 서사가 과연 시청자들에 보여지고 있었던가 말이다. 어느날 갑자기 불러모으더니 미션이라 그러고, 미처 준비도 갖구치 전에 방망이부터 들고 공을 때리고 그라운드에서 몇 시간 잠시 맛만 보아야 했다. 그러고 하게 된 시합이었다. 아무리 처참한 패배라 할지라도 그로부터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면 상관이 없을 테지만 이래서는 그저 무의미한 참패일 뿐이다.

지루했다. 그보다는 한심했다. 아무런 열정도 서사적 동의도 전제하지 않은 <남자의 자격> 야구팀의 졸렬한 플레이는 나중에는 화까지 나려 하고 있었다. 이런 것을 내가 계속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게. 더구나 같은 시간 다른 채널에서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어차피 야구를 보게 될 것이라면 기왕이면 이쪽을 보는 게 더 낫다. 예능으로서의 즐거움도 없고, 야구에 대한 열정도 진지함도 없다. 보는 의미가 있겠는가.

오히려 재미있다면 바로 뒤에 이어진 넥센과 두산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 참여하고 있던 멤버들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김태원과 김국진은 각각 두산과 넥센에서 볼보이를 하고, 전현무는 마스코트 분장을 하고 응원석에서 관객들과 호응하여 응원을 하고, 객석에 앉은 이윤석, 이경규, 윤형빈의 모습도 신선했다. 관객석에서 야구를 보는 것은 처음이라는 양준혁과 야구장의 진미인 치맥을 즐긴다. 키스타임에는 김태원과 윤형빈이 거품키스를 한다. 이런 것은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바로 여기에서 깨달은 것이다. 원래 이것이 <남자의 자격>의 방식이었다. 경험자를 따로 영입해가며 양준혁의 이름값을 앞세워 시합부터 벌이는 것은 '합창단'의 방식이었다. 철저히 멤버들은 들러리를 서고. <남자의 자격>의 이름을 건 하나의 이벤트였다. 그나마 '합창단'은 말했듯 무대에 서기까지의 서사가 있다. 그러나 아무런 서사 없이 특정한 멤버와 외부로부터 영입된 일부에 의지해 시합이라는 그림부터 챙기려 든다. 의욕만 넘쳤지 과연 그 어디에 <남자의 자격>스러운 공감의 코드가 자리하고 있었는가.

그에 비하면 실제 프로야구장에서 펼쳐지는 일상인 호기심과 더불어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딱이었다. 덕아웃에서 실제 경기하는 선수들을 보조하며 시합을 돕고, 관객석에서는 야구관객이 되어 시합 자체를 즐기고.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하는대로 공감하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호감 섞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남자의 자격>의 방식이었다. 아무 야구팀에라도 소속되어 실제 그 연습이나 시합과정 자체를 체험해 보라고 하던지, 경기장의 스태프가 되어 어떻게 경기가 진행되는가 경험해 보라 하던지, 이 경우 오히려 선수로써 경기를 하고 있던 양준혁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었다. 아니면 기왕에 동네야구 하는 것 아예 동네야구팀을 꾸려 진짜로 동네야구를 하는 헤프닝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동안 양준혁에게서 코치를 받고, 야구초보인 지인들을 모아 팀을 꾸려 멤버들끼리 시합을 벌인다. 멤버 자신이 참여하여 체험하고 공감을 끌어낸다. '합창단'이 끝나고 나니 PD가 바뀐 만큼 분위기도 바뀐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도 적응해야겠지? 이미 떠난 사람을 다시 되돌리는 것은 무리다. 결국 앞으로 <남자의 자격>을 보려 한다면 바뀐 새로운 PD에 적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새로운 조성숙 PD 역시 기존의 시청자들을 고려하는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음주 예고에서 보여진 문학중년들의 모습은 많은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것은 <남자의 자격>과 닮았다.

어수선했다. 재미도 그다지 없는데 그렇다고 공감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부분부분 재미있는 장면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제대로 이어지고 있다고는 보여지지 않았다. 장점은 사라지고 갈 길을 잃어 혼란스러운 상황에 이것저것 잔뜩 욕심만 부린 모양새였다. '청춘합창단'은 '합창단'이라고 하는 기대에 편승하고 있었으므로 이것이 첫시작일 터다. 여기에서 <남자의 자격>의 앞으로의 색깔이 결정된다.

너무 힘이 들어가 있다. <남자의 자격>은 원래 소소한 프로그램이었다. 별 것 없는 아저씨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원래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아주 옛날로는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너무 빠르게 바뀌면 그것도 하나의 배반일 것이다. 다음주를 기다려 본다. 오랜만에 <남자의 자격>에 어울리는 소재이고 예고편이었다. 어떠할런지. 많이 불안하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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