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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23 09:15

심야병원 "빛과 어둠의 경계, 그곳에 무엇이 있을 것인가?"

충격적인 첫회, 그러나 일주일만에 힘이 많이 빠지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망량이란 빛과 그림자가 만나는 경계를 뜻한다.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 주위로 살짝 번져 있는 경계. 빛은 너무 밝고, 그늘은 너무 어둡다. 밝아서 살 수 없고 어두워서도 살 수 없다. 그런 이들이 존재하는 곳. 하늘에 죄를 짓고 떨어진 타천사는 구원자의 이름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의로 촉망받던 젊은 의사, 그러나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그는 용의자가 되고 사회적으로 범죄자로 낙인찍혀 주변으로 밀려나게 된다. 진범을 쫓아 이종격투기장을 맴돌던 것은 폭력조직 동방파의 보스 구동만(최정우 분), 그가 심야병원을 열게 된 것도 바로 구동만의 제안에 의해서다. 가장 영광된 위치에서 가장 비천한 범죄조직의 협력자로 영락한 허준(윤태영 분)의 모습은 영락없는 타천사의 그것이다. 더구나 그는 약물로 인해 이제는 구동만과 약속한 수술조차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망가져 있다.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 만큼이나 그의 증오와 절망도 깊다.

구동만의 파트너인 홍나경(류현경 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암으로 죽어가는 노숙자를 돈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 밖으로 내쫓아야 했을 때 그나마 고통이라도 덜어주려 진통제를 훔쳤다. 그녀는 그늘이다. 의사라고 하는 화려한 빛 속에 그 룰을 어긴 한 점 얼룩이다. 빛은 그녀를 원하지 않고, 그래서 그녀가 머물 수 있는 곳도 정체도 알 수 없는 심야병원 뿐이다. 그래도 모든 것이 어둠에 잠긴 심야에는 작은 빛으로나마 존재할 수 있는. 그러나 그런 것에도 만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녀는 분명 빛이다.

"우리같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이런 병원은 필요하다."

아마 이 말이야 말로 이 드라마가 지향하는 지점일 테지만. 그래서 제목도 심야병원일 터다. 빛이 잠든 어둠 속에 열리는 병원으로써. 하필 그 이름조차 홍나경이 매직으로 직직 그어 써놓은 것이다. 깊은 어둠 속에 빛으로, 밝은 빛 가운데 어둠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아쉬운 것이다. 기대한 것이 있었다. 1회에서는 이후의 내용들을 위한 배경설명이었을 테니 2회에서는 제대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리라. 심야병원에서 심야병원에 어울리는 진료가 이루어진다. 어둠 속에서 빛이 사라진 가운데서만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그들을 토해 이야기가 만들어지리라. 그러나 여전히 드라마는 허준과 홍나경의 개인 이야기에만 천착한다. 일관된 이야기가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그런 것은 환자를 만나는 옴니버스 구조 사이에 얼개처럼 집어넣었으면 어땠을까? 기왕에 심야병원을 만들었는데 병원에서 치료는 하지 않고 사건만 만들고 있다.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 판단했는지도 모르겠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병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보여지는 새로운 인간의 군상을 보여주려 하는가 생각했는데, 단지 어두운 과거를 지닌 주인공들의 동선을 쫓는 드라마에 불과한가. 개인의 과거 이야기가 너무 많다. 그것만 가지고 벌써 2회를 병원과 관련한 별 다른 이야기 없이 흘려보내고 있다. 2회에서도 유일하게 치료를 받은 것은 손가락이 부러져 찾아온 어느 아주머니였을 것이다.

아무튼 충격적인 시작에 비해 2회에서는 많이 힘이 빠진 모양새다. 어째서 심야병원인가도 모르겠고, 굳이 의사와 간호사가 심야병원에 있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단지 구동만은 허준이 쓴 누명과 관련한 어떤 진실을 알고 있고, 그 비밀을 알기 위해 구동만은 허준을 수술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의 홍나경 등과 얽힌 소소한 이야기들. 의사라고 하는 직업의 특별함을 제외한다면 굳이 주인공이 의사여야 하는게 의문이 갈 정도였다. 지금까지 내용대로라면 의사가 아닌 다른 어떤 직업이었어도 크게 무리는 없었을 것이다.

판단은 유보다. 첫회는 참 재미있었다. 그래서 기대하며 보았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단순히 이야기가 늦어진 것인가? 아니면 이것디 드라마가 의도한 바인가? 그래도 새로운 연기변신을 시도하는 윤태영의 모습은 몰라보도록 멋있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

다음주를 기대해 본다. 무언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리라. 심야병원도 어째서 심야병원인가 알게 되리라. 다음주까지 기다리게 만든다면 글쎄... 어쨌거나 많이 아쉬운 회차였다. 분발이 필요할 것 같다.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아쉽다. 아직은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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