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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10.22 07:44

위대한 탄생2 "꿈을 꾸는 이와 그것을 판단하는 이, 칼날 위를 걷다!"

기분 좋은 온기가 느껴지는 예능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문득 눈에 띄었다. 아마 제작진의 의도였을 것이다. 같은 조의 조재우가 앞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뒤에서 참가자 하나가 아깨까지 들썩이며 크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바로 다음 차례에서 노래를 부른 홍동균이었다. 얼마나 긴장했을까?

기억이 떠올랐다. 면접을 볼 때였을 것이다. 아니 모든 만남이 그렇다. 앞으로의 일을 결정할 중요한 만남을 앞두고 필자 역시 항상 그렇게 긴장하고 있었다. 필자 자신이 면접을 보는 위치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다섯 명의 멘토들도 심사위원석에 앉기 전 그렇게 심호흡을 하고 앉고 있었을 것이다. 구자명과 전영선이 포함된 조에서 조원 전원이 합격했을 때 오히려 누구보다 기뻐하던 것이 바로 심사위원이었다.

못 할 짓이다. 심사위원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이선희도 강변가요제를 통해 데뷔했었다. 이승환 역시 데뷔하기가 여의치 않아 자기가 직접 음반을 제작해 데뷔한 경우였다. 하기는 이선희의 말처럼 프로로 데뷔해서도 무대 하나 음반 하나가 매번매번이 대중의 판단과 선택을 기다리는 입장에 서게 된다. 그 간절함을 안다. 그 절실함을 안다. 그런데 떨구어야 한다.

시즌 1에서도 그렇게 독설을 아끼지 않던 방시혁이 정작 심사를 마치고 나면 마음이 불편해서 굳이 신승훈을 만나 술을 마시고 했다고 했었다. 말 한 마디가 참가자의 당락을 결정짓고, 그 한 마디로 인해 참가자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 어쩌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어떤 가능성이 그로 인해 영영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작 무대는 그다지 좋지 않았어도 다만 한 가지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어떻게든 살려 다음 단계로 올려보내고 하는 것이리라.

"우리는 성진씨를 테스트하려는 것이 아니라, 성진씨가 가지고 있는 좋은 에너지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많이 주고 싶어요. 자신이 귀와 마음을 열어만 준다면 계속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다 주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를 뛰어넘는 가수가 이 자리에서 나와주기를 바래요. 그런 마음에서 한 마디 한 마디를 하는 것이거든요?"

음악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을 꿈꾸는 후배들도 사랑한다. 어쩌면 멘티가 되어 제자가 될 지도 모른다. 훌륭한 제자를 길러내는 것은 스승의 기쁨이며, 후배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선배된 즐거움인 것이다. 제자를 질투한다면 그것은 스승이 아니고, 후배를 견제한다면 그 역시 선배가 아니다. 그들 역시 그와 같은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음악을 할 수밖에 없는 그 갈망을 아는 이들이다.

그런 긴장 속에 프로그램은 진행된다. 그럼에도 가능성이 없다면 떨구어야 한다.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알기에 참가자들도 필사적이다. 필사적이어서 더 긴장하고 그래서 더 실수도 저지르게 되고. 아마 원래 실력은 방송에서 보여지는 그 이상일 것이다. 어지간한 프로가수들도 그런 무대에 서게 되면 긴장하게 된다. 당장 <나는 가수다>에서도 그렇게 최소 몇 년을 무대에 서 온 프로가수들이 긴장하며 노래를 부르지 않던가. 아직 데뷔하지 못한, 데뷔할 기회를 노리고 있기에 그 긴장과 실수가 뼈아프다.

마치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다. 예리한 칼날 위를 걷는 것 같다. 양 옆은 깎아지르는 듯한 낭떠러지다. 잠시만 긴장을 늦추면 칼날은 자신의 발을 벨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모든 과정들이 그 한 순간으로 인해 무위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돌아갈 수도 없다. 그리고 칼날 위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있으면 그로 인해 함께 베이는 것이 심사위원들이다.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하고자 하는 후배들을 아끼기 때문이다. 그런 정이 느껴진다.

원래 <위대한 탄생>만의 매력이었다. 멘토시스템이 가져다 준 <위대한 탄생>만의 재미. 단지 심사하고 심사받는 관계만이 아니다. 심사위원은 스승이고 곧 선배다. 참가자는 이끌어주어야 할 후배이고 또한 가르쳐주어야 할 제자다. 한 층 심사위원과 참가자 사이에 거리가 좁혀지며 그 안에서 격의없는 훈훈함이 나오게 된다. 케이블TV에서 하는 <슈퍼스타K>와는 전혀 다른 공중파 오디션 <위대한 탄생>의 개성이다. 다만 그 관계에 있어 균형점을 어디에 설정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위대한 탄생> 시즌 1에서도 지나치게 참가자의 영역을 침범한 멘토로 인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었다.

아쉽다면 아직 아마추어인 참가자들이 심사위원들의 그같은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는가? 시즌1에서도 그랬지만 거대기획사에도 속해 있지 않고, 체계적인 교육도 받지 않은 신인이 잘못을 지적받으면 그것을 알아 고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어떻게 심사위원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아예 기본이 부족하다면 심사위원의 말을 이해하는 것조차 버거울 것이다. 하기는 그래서 때로 신인이 내놓은 음반이 음악계를 뒤집어 엎기도 하는 것이다. 그 무모함과 되바라짐. 하지만 무모함과 신선함의 경계란 매우 모호하다. 좋으면 신선한 것이고, 나쁘면 무모하다. 아니면 아예 심사위원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그같은 시도조차도 못하고 끝나고 말거나.

심사위원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있는 가능성조차 몰라서 보이지 못하니 답답할 것이고, 참가자 입장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알지 못하니 더 답답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 '위대한 캠프'까지 올라가서 훌륭한 트레이너들로부터 직접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보람은 있을 것이다. 오디션에 한 번 참가하는 것으로 지난 몇 년 간 배우고 익힌 그 이상의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물론 현실은 합격과 탈락의 살벌한 경쟁의 장일 테지만 말이다. 오로지 그 기준 안에 든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푸니타는 사실 의외였다. 다른 쟁쟁한 참가자들에 비해 푸니타의 경우는 예선에서 그다지 주목할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화제성은 있어 보였다. 그런데 그 일취월장한 노래실력이라니. 무대에서의 자세 역시 가장 훌륭했다. 성악과출신의 전영선 역시 성악을 전공한 사람 답게 탄탄한 기초 위에 대중음악의 스킬을 쌓아올려가고 있었다. 미모까지 출중하다. 이 밖에 자기만의 스타일이 이미 분명한 에릭남이나 전은진 역시 눈여겨 볼 만하다. 역시 가장 스타성이 있어 보이는 것은 드라마까지 갖춘 구자명일 것이다. 아마 이들 가운데 이번 <위대한 탄생> 시즌2의 스타가 결정되어지지 않을까? 장서경의 경우는 음색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당장에 그렇게 끌리지는 않는다.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아무튼 가차없이 독설하는 장면보다는 오히려 참가자를 걱정하고 격려하고 공감해주는 모습들이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 <위대한 탄생>만의 강점일 것이다. 오히려 예선보다 독설이 줄었다. 신중한 배려가 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엿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는 참가자들 역시. 어느새 심사위원과 참가자가 서로 농담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시즌 1보다 오히려 체감온도는 한참 더 높아졌다고나 할까? 따뜻하다.

재미있다. 주말을 앞둔 심야 한 주의 피로를 풀며 느긋하게 틀어놓고 보기에 좋은 프로그램이다. 가족이 함께 보기에도 좋다. 험한 말이나 극단적 감정을 표출할 일이 없다. 역시 공중파다. 그런 점을 더욱 좋아하는 것이지만. 그래서 <위대한 탄생>을 매번 챙겨본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다. 그러나 꿈을 이루는 것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고 마는 소수일 것이다. 그 꿈을 이루어주고자 하는 누군가의 존재와 더불어. 기연이라고나 할까? 꿈을 꾸는 자와 그 꿈을 이루기를 바라면서도 좌절시켜야 하는 자와. 편하게 지켜보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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