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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병준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5.03.19 12:05

[박기자의 광역도발] 윤서인 '병역특례' 위반 논란? "논란거리도 안 된다"

한 작가의 웹툰이 이념대립의 장이 되어 버리는 현실

[스타데일리뉴스=박병준 기자]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윤서인(40)에 대한 논란이 지난 18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탈 사이트를 뜨겁게 달궜다. 그가 화제의 중심에 선 이유는 '병역 특례법을 위반했다'는 누군가의 말에서 시작됐다.

상황은 이렇다. 윤서인이 연재중인 '조이라이드' 42화에 "100만 원을 주는 사람에겐 150만 원 어치 일을 해서 미안하게 만들어 버리고, 150만 원을 주는 사람에겐 200만 원 어치 일을 해서 미안하게 만들어 버리고, 200만 원을 주는 사람에겐 300만 원 어치 일을 해서 미안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내 가치가 올라가는 가장 빠른 길 아닌지.."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한 글이 윤서인의 블로그에 올라오자 한 네티즌은 윤서인을 가리키며 "당신이 병역특례로 일 하던 R 모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이다. 100만 원 급여를 주면 150만 원 어치 일을 하라고.. 그런데 그 때는 왜 이런 심정으로 일을 안 했나? 이모티콘 알바나 하면서 회사 일은 뒷전"이라는 글을 남겼고 이 댓글이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퍼지며 '윤서인이 병역특례 겸직금지 사항을 어겼다'는 의혹을 받기 시작했다.

▲ 논란이 된 윤서인의 '조이라이드' 42회 ⓒ조이라이드 캡처, 조선일보

병역특례법 위반? 전혀 아니다

이에 대해 윤서인은 18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병역특례 마지막해에 병특 이후의 진로를 고민, 전혀 회사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퇴근시간 이후 집에서 이모티콘 아르바이트 업무를 했다"고 해명글을 남겼다.

여기서 한 가지 말하자면 근로시간 이후에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것은 '전혀 병역특례법 위반이 아니다.' 병역이행 전문연구 산업기능요원 복무관리 규정에 따르면 '겸직금지' 항목에는 겸직으로 보지 않는 경우로 "연구업무 또는 제조, 생산활동에 지장이 없는 근로시간 후에 다른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대학이나 학원의 강사로 근로시간 후에 출강 하는 것을 포함)"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기자가 병무청에 직접 문의를 해본 결과 역시 마찬가지로 병무청 관계자는 "근로시간 후에는 그 외의 영리활동을 해도 상관없다. 퇴근 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처럼 말이다"라고 사실을 확인 시켜줬다.

병역특례에 대한 위반사항은 전혀 이뤄진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또한 윤서인은 자신의 해명글에서 "최초 이 문제와 관련하여 문제를 제기했던 김모 양은 현재 스스로 댓글을 내렸으며,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정식으로 사과했다"며 "그녀는 현재 각 커뮤니티 관련글을 블라인드하고 진화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여기까지의 상황은 윤서인에 대한 논란거리도 안 되는 일이 왜곡되어 퍼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할 경우 법적으로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윤서인의 말처럼 이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 잘못 없는' 윤서인이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들'을 처벌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법적으로 해결될 일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 이 또한 표현의 자유

문제는 이외의 일이다. 윤서인에 대한 논란이 화제가 되며, 포탈사이트 실시간검색어 상위에 오르자 많은 매체들이 '오늘도' 어뷰징(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검색을 통한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하거나 인기검색어를 올리기 위해 클릭수를 조작하는 것 등의 행위) 기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 19일 오전, 포탈 사이트 다음에 '김민정'이라는 검색어가 인기검색어에 등극하자 2011년 방송을 기사로 보도하는 어뷰징 현상이 발생 ⓒ다음 캡처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윤서인이 병역특례를 위반한 양 '투잡 시인'이라는 등 자극적인 타이틀의 기사를 양산하는 매체들도 등장했으며, 윤서인이 연재했던 웹툰 중 논란이 되었던 과거작들을 재거론하며 '어그로꾼'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사실 윤서인의 작품에서 소위 '어그로를 끌었다'는 말을 듣고 있는 작품들은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것'일 뿐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연재된 '조이라이드' 40회 '최저임금의 함정'에서 "최저임금 시간당 5,580 원. 한 시간 일해도 햄버거 세트 하나 못 사먹는다"는 말에 대해 "한 시간 일하면 햄버거 세트 하나를 왜 꼭 사먹을 수 있어야 하나, 한 시간에 햄버거 세트 하나씩 사 먹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게다가 잘 보면 5,580 원 이하 세트가 충분히 존재한다"는 생각을 전한 윤서인에 대해 일부 매체들은 '어그로꾼'이라며 윤서인이 20대 청년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지난 2월 5일 연재된 '조이라이드' 32화 '양극화에 대한 고찰'에서 윤서인은 "저 위 부자들이 아무리 격차를 벌려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중요한 건 지금의 내 인생. 남이사 우주를 날든 말든 뭘 더 바라나"라며 "살면서 보니 부의 양극화 못지 않게 노력의 양극화도 존재한다. 안 하는 사람은 미친듯이 안 하고 하는 사람은 미친 듯이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 역시 그에 대한 비난이 상당 수 있었다.

▲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조이라이드' ⓒ조이라이드 캡처, 조선일보

그런데 윤서인의 이런 생각이 틀린 생각일까?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기자 역시 이런 윤서인의 생각에 동의하는 바다. 일을 더 열심히해서 자신의 가치를 발전시키면 더 좋은 기회가 오기 마련이고, 한 끼에 5,000 원 이하 하는 메뉴도 많은데다 기자가 찾는 강남구 소재 식당들은 점심백반 가격이 5,000 원이다. 5,580 원 보다 낮은 가격의 식사를 충분히 할 수 있다. 또, 어느 곳에서나 파레토 법칙(전체 성과의 대부분(80)이 몇 가지 소수의 요소(20)에 의존한다는 의미)이 존재하듯이 노력 역시 파레토법칙처럼 일부가 대부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윤서인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조이라이드'를 '정말 재미있게 볼 것'이고 그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 할 것이다. 그러나 이건 생각의 다름이며, 표현의 자유일 뿐 틀린 것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이런 윤서인의 생각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가끔은 '조이라이드'가 이념대립의 현장으로까지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 양극화 현상을 다룬 '조이라이드' ⓒ조이라이드 캡처, 조선일보

윤서인과 반대로 생각하는 작가들도 충분히 있으며 그들의 생각에 대해서는 서로 반대되는 입장이 되어 칭찬과 비판을 한다. 모두 표현의 자유이자 생각이 다를뿐이지만 화제가 되고 논란이 될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일부 미디어의 무분별한 어뷰징이 한 몫하고 있다. 여자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에 출연해 화제가 되어 포탈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면 얼마 안 돼 뜬금 없이 '결국..', '대박' 등의 단어로 네티즌의 클릭을 유도하고 몸매가 어떻고 하는 등 자극적인 기사를 양산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런 어뷰징 행위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 윤서인 같은 작가들이 검색어에 오르면 과거 그들의 작품 속 내용까지 다시 거론하며 논란에 또 다른 논란을 낳으려 애쓴다.

▲ 19일 오전, 포탈 사이트 네이버에 강예원이 인기검색어에 올랐다. 이는 전날인 18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던 것이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인데 뜬금없이 경찰제복 사진이 기사화되고 있다. 이 또한 어뷰징 행위로 볼 수 있다 ⓒ네이버 캡처

이러하듯 정말 웃기는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은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헐뜯는 것이 아니라 이런 미디어의 범주를 벗어난 '잘못된 행동'을 하는 현실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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